맥도웰의 자연주의?

요즘 흄 관련 논문, 특히 흄의 인식론과 방법론에 관한 논문들을 읽고 있습니다. 지금 읽는 논문(Nietzsche and Hume: Naturalism and Explanation)은 흄과 니체의 자연주의에 관한 내용을 담은 논문인데,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Both Hume and Nietzsche are "naturalists." But since philosophers as diverse as Spinoza, Quine, Aristotle, and John McDowell are "naturalists," this claim, while true, is relatively uninformative. (강조는 저)

제가 맥도웰에 대해 아는 바가 전무하다보니, 그가 어떤 의미에서 자연주의자인지를 모릅니다. 아쉽게도 본 논문도 맥도웰의 자연주의가 어떤 의미에서의 자연주의인지 설명하고 있지도 않고요.

마침 올빼미에 맥도웰을 다루신 선생님들이 있으니, 맥도웰의 철학이 어떤 의미의 자연주의인지, 왜 자연주의로 분류되는지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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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적 질서' 혹은 '이유의 공간'을 (a) 플라톤주의처럼 초자연적인 것으로 설명하려는 입장과 (b) 노골적 자연주의(bald naturalism)처럼 모든 것을 인과적 법칙으로만 설명하려는 입장 모두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자연주의자입니다. 쉽게 말해, 플라톤주의와 자연과학주의 모두에 빠지지 않고서도, 여전히 우리가 자연주의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맥도웰의 주장이에요.

여기서 맥도웰은 자신이 염두에 두는 '자연(nature)'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리스토텔레스가 사용하는 '제2의 자연(second nature)'이라는 표현을 통해 설명해요. 습관을 통해 형성된 윤리적 본성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제2의 자연'이라고 부르잖아요. 맥도웰이 말하는 '자연'도 그런 종류의 것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는 언제나 이미 개념적 질서 속에서 세계를 이해하고 있는데, 이때 개념적 질서란 신비적인 무엇도 아니고, 자연과학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것도 아닌, 인간 존재로서의 우리의 삶에서 형성된 '본성(nature, 자연)'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른 말로 하면, 개념적 질서란, 그리고 그 개념적 질서에 매개되어 우리에게 주어지는 자연 세계란 (맥도웰이 실제로 언급하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자면,) 독일철학에서 말하는 일종의 '교양(Bildung, 형성)'이라는 것이에요.

Mind and World 제4장 'Reason and Nature'에 관련 내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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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료한 해설 감사드립니다! 제 공부 영역이 맥도웰과 꽤 교집합이 있는지 공부를 하면서 계속 맥도웰의 이름을 마주하곤 하는데, 시간이 나면 언급하신 부분이라도 좀 읽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