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 윤유석 『철학의 길』서평

이 책을 계속 읽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저자 두 분의 의도가 어떻게 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과연 ‘철학의 길’이라는 말이 무슨 뜻을 가지고 있으며, 이 책을 읽는 우리는 어떤 대답을 생각해야만 하는가? 전공자들에게는 분명 어떤 더한 함의를 가지고 있을 것이지만, 학계의 걸음과 저 같은 하루하루 생을 사는 소시민의 걸음이란 또 그와는 다르다고 말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의 관점은 철저하게 거리를 두고 서술될 것이며, 어떠한 관점으로 이 책에 다가가야 하는가에 대해 말씀드릴 것입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를 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데리다와 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와 우리나라에서의 철학들에서 어떠한 부분을 얻을 수 있는가 이고, 두 번째는 그것들을 ‘2인칭 철학’이라는 방법으로 서술하면서 그러한 철학하는 방식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첫 번째로부터는 20세기에서 가장 유명한 철학자들 몇 명의 사상에 대한 간단한 정리와 그에 대한 이승종 교수님의 해석 및 해설을 볼 수 있으며, 그에 따라 현대 철학에서 대중들이 그에 다가가고자 할 때 가장 큰 문제인 진입장벽을 조금이라도 낮춰줄 수 있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승종 교수님이 해당 분야에 대해서 책을 몇 권 쓸 정도의 권위자인 만큼, 우리는 그 전문성을 믿고 교수님의 해석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각 부분들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읽으시는 분들이 읽고 받아들이는 만큼, 제가 따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서술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다만 확실히 대화하는 방식으로 쓰이다 보니 문어적으로 쓰인 것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금 더 핵심적인 것은 2인칭 철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인칭도 아니고 3인칭도 아닌 2인칭입니다. 이승종 교수님에 따르면 1인칭 철학의 경우 자기독백에서 벗어날 수 없고, 3인칭 철학의 경우 스스로가 객체로서 거리를 둔 채 떨어져있기 때문에 2인칭 철학보다 훨씬 밀도나 강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책에서는 후설의 철학이 1인칭 철학이라고 이야기하셨지만(책에서 말하셨던 것이 지금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후설의 상호주관적인 이념이나 레비나스의 타자철학의 형태가 곧 2인칭 철학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세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나를 어떻게 세상과 소통하는 존재로 만들 것인가, 세계를 어떻게 판단하고 나라는 특수성을 현전시키는 현장으로 만들 것인가가 결국 2인칭 철학에서 추구하는 핵심적인 사유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관한 교수님의 역사철학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보통 언급하신 하이데거처럼 역사는 역운이 도약하는 형태로 전개되게 되는데, 이것은 곧 우리의 특수성이 어떠한 형태로 우리의 민족과 우리의 정체성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며, 또 그것이 어떠한 알 수 없는 사건들을 만나 기존의 것과 달라지고 변주하면서 튀게 되는 과정들이 다시 그 스스로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면서 상호작용하는 과정이 곧 역사입니다. 이것을 나와 너의 2인칭으로 해석한다면 또 다시 상호주관성의 틀로 설명할 수 있으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주변의 특성들을 역사적으로 바라보고 나의 과거를 바라보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너’, 곧 내가 아닌 타인의 집합체의 발현 형태를 자연이라고 본다면 모든 내 주변에 관한 사색들은 모두 자연주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과 불확정성의 원리의 발견(1927) 이후 우리의 모든 사유의 중심은 ‘어떻게 더 알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우리가 모르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고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로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알 수 없는 이 삶의 사태가 있다는 것이 곧 자연주의이며 이것은 어떤 사조로 단정지을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우리가 삶을 살면서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삶의 자세입니다. 우리가 이 책에 대해서 다가갈 때에 생각해야 될 내용은 이러한 바탕에 대해서이며, 이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얻어갈 수 있다면 우리는 책 한 권에 담겨 있는 아이디어들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은 오래 전에 받았는데, 힘이 달려서 이제야 글 올립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아무래도 깊은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일부러라도 더 자세하고 깊은 생각을 강제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고 생각보다 기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어 좋은 책에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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