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브랜덤(Robert Brandom)이 논리철학에 대한 새로운 책을 공저로 출판했나 보네요. 울프 흘로빌(Ulf Hlobil)이라는 학자와 쓴 Reasons for Logic, Logic for Reasons: Pragmatics, Semantics, and Conceptual Roles라는 책입니다. 아직 서문만 대강 훑어보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브랜덤의 Making It Explicit 제2장 Toward an Inferential Semantics의 내용을 더욱 세부적으로 발전시킨 것이 아닌가 합니다.
큰 요지 자체는 브랜덤이 평소에 주장하는 내용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네요. 언어철학의 전통 내부에는 논리-의미론적 형식주의를 지향하는 한 부류의 전통(프레게, 러셀, 전기 비트겐슈타인, 카르납, 타르스키, 크립키, 루이스, 파인)이 있고, 인류학-자연사-실용주의를 강조하는 다른 부류의 전통(퍼스, 제임스, 듀이, 하이데거, 후기 비트겐슈타인, 로티, 트래비스, 프라이스)이 있는데, 브랜덤 자신은 이 두 전통을 어떻게 종합할 것인지에 관심이 있다고 합니다.
"두 전통은 언어의 다른 측면에 주목하는 것으로 공정하게 이해되어야 한다. 거칠게 말해, [각각] 언어적 표현의 의미와 그것의 사용에 주목하는 것으로 말이다. 적절하게 넓은 의미에서, 우리는 의미론(semantics)을 의미에 대한 연구로 이해할 수 있고, 화용론(pragmatics)을 사용이나 토의적 실천과 능력에 대한 탐구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이해된다면, 의미론(비록 논리학에 의해 영감을 받은, 그리고 범례적으로 논리학에 적용가능한 의미론이라고 하더라도)과 화용론은 보완적인 이론적 시도로서 드러난다. 목표는 의미론적 이론과 화용론적 이론을 종합하는 것이, 그래서 그 관계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pp. 2-3.)
그래서 브랜덤은 의미론과 화용론이 각각 '언어'라는 하나의 현상이 지닌 다른 측면들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보면서, '토의적 합리주의(discursive rationalism)' 혹은 '언어적 합리주의(linguistic rationalism)'라는 관점으로 그 두 가지를 묶으려 하네요. 언어는 '함의(implication)'와 '양립 불가능성(incompatibility)'이라는 '이유 관계(reason relation)'로 이루어져 있고, 논리학, 의미론, 화용론은 이 이유 관계들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브랜덤의 요지인 것 같네요.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성립한 논리철학은 화용론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추론의 논리적 구조(structure)에만 주목하였던 타르스키나 겐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