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마자 대략적으로 든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유함'은 일반명사이고, 고유함을 가짐이라는 속성(?)은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어떤 고유함인가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고유함'은 일반명사이지만 개체의 고유함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어 보입니다.
즉 이러저러한 것들의 고유함을 '고유함'으로 통칭하면 일반명사가 되고 일반적인 것이 되지만; 어떤 x의 고유함이, 어떤 x에 대하여 x임(또는 x만이 가짐)과 비슷하게 정의된다면, x임(x만이 가짐)은 일반적인 속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x의-고유함'은 '고유함'과 달리 일반적인 것에 적용되는 명사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어떤(some) 사물 x에 대해-)고유함: 일반적이지 않은 성질
(어떤(any) 사물이든 갖는-)고유함: 일반적인 성질
이런 식으로 생각되네요.
프레게의 대상 vs 개념(=술어) 이분법에 기초해볼 때, 고유하다 라는 것은 여러 "대상"들에게 부여될 수 있는 일반적인 속성을 기술하는 "개념" 내지 "술어"입니다. 따라서 여러 "대상"들이 이 "술어"에 포섭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유하다 를 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따위의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태양, 지구 등등의 유일한 대상들이 이 술어의 외연으로 들어오는 것이죠.
질문자 님이 모순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개념 내지 술어를 일종의 (유사)플라톤적인 이데아로 받아들여서 생기는 것 같습니다. 플라톤적인 개념에 따르면
크다 의 개념(=이데아)는 크다 작다 의 개념은 작다 정의롭다 의 개념은 정의롭다
... 고유하다 의 개념은 고유하다
라는 서술이 됩니다. 그러나 딱히 이러한 형이상학적 전제를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이 전제는 고유하다 라는 "개념" 역시 (고유하다 라는 개념에 포섭되는) "대상" 처럼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을 포함합니다. (플라톤이 이와 관련한 역설을 파르메니데스 편에서 다루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러한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개념과 대상을 구분한다면, 고유함이 고유해야 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