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은 없으나 아쉬운

논문 리뷰나 면접을 보는 등 사람을 평가하는 업무를 맡다 보면, 대부분 pass or fail을 주게 되고 그 이유를 생각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 이유를 상대방에게 전달해야할 의무가 있는지와는 별개로 말이죠)

Fail을 주기 쉬운 경우는 상대방이 제시한 연구나 경력에 명백한 논리적 결함이나 아쉬운 점이 존재하는 경우입니다. 경력에 대한 평가라면 상대방이 별로 고민을 하지 않고 프로덕트를 만들었는지에 대해 지적할 수 있겠고, 연구라면 논리적 흠결이나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 혹은 과학이나 공학 연구라면 데이터가 주장을 입증할만큼 충분치 않다는 점 등을 리뷰어로써 리뷰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주제의 scope를 잘 정해오고, 그 주제를 수행할 충분한 rationale도 확인이 되었으며, 그 과정에도 흠잡을 곳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논문을 통과시키거나 그 사람을 합격시키기에는 애매하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흠잡을 곳은 없지만 주제 자체가 협소하거나 연구주제나 경력이 저한테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 것인 경우가 많죠. 한편으로는 매력도(?)가 떨어지는 아이템으로 흠집 없이 잘 갈고 닦아왔으니 노력을 많이 했다는 생각도 들고 ㅎㅎ

논문으로 한정한다면 연구 주제의 novelty가 부족하다거나 주제가 너무 협소하다는 리뷰를 줄 수 있겠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 그 주제보다 더 협소한 주제로 이미 논문이 게재된 경우가 제 마음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물론 저는 그런 논문에 좋은 평가를 주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연구 수행 과정에 흠결이 없으면 주제 자체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거친 글이지만 여러분들은 이런 상황을 마주쳤을 때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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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논문 리뷰어나 평가 업무를 해 본 적은 없지만, 그런 평가를 하기 위해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합니다. 꼼꼼하고 합리적으로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차별 등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런 가이드라인을 통해 주관적인 평가의 자의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적 사안을 섬세하게 고려하여 수치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도 있겠죠.

참고로 캠브리지 대학에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Tripos examination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더군요. 참고해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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