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제적 패러다임으로서의 체계이론

1절. 일반 체계이론

체계 개념은 전체성과 관련이 있다. 체계는 부분 요소들의 단순한 합 이상의 것인 단위를 뜻한다. 이로 인해 체계 개념은 전체성, 즉 전체 요소들이 서로 맺는 특정한 관계를 다루는 개념이기도 하다.

체계이론은 1930년대 물리학에 대한 생물학의 비판에서 시작됐다. 물리학의 논증 대상과 달리 생물학의 논증 대상은 고립적으로 기술될 수 있을 뿐, 실제로는 결코 고립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생물학이 다뤄야 하는 논증은 연역적이고 선형적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생물학은 기본과학인 물리학과는 다른 과학적 관찰 형식을 요구받았다. 이 요구로 인해 개별 현상에서 체계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났다. 여기서 다시 확인되는 것은 다음의 기본 정의다: “체계 개념은 전체 –여기서는 살아있는 유기체- 의 고립된 요소들로 소급되지 않으며, 이 요소들의 관계들 –여기서는 체계로서의 살아있는 유기체-을 시야에 넣는다(43).”

이 패러다임 전환을 대표하는 사람이 버틀란피인데, 그의 논문에서 다뤄지는 개념들을 통해 체계에 대한 더 분명한 이해가 가능해진다.
첫째, ‘조직된 복잡성’과 ‘미조직된 복잡성’. 미조직된 복잡성을 갖춘 것들은 개별 현상들의 선형적 사슬로 기술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가 다뤄야 하는 주된 문제는 조직된 복잡성의 문제이다. 조직된 복잡성 문제는 특히 생명 유기체나 사회적 집단을 다루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한 연구 대상들에서는 개별 현상들이 선형적 논리에 따라 접속되는 것이 아니라, 현상들이 서로 돌아가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특성을 지닌 것들이 조직된 복잡성을 가진다. 따라서 조직된 복잡성을 가진 것들에 대해선 그것이 가진 상호적 연결망의 조건들을 기술해야 비로소 개별 현상들을 합한 단위에 관한 하나의 상을 매개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조직된 복잡성을 갖춘 대상을 체계이론이 다룬다.
둘째, ‘열린 체계’와 ‘닫힌 체계’. 닫힌 체계는 향상성을 갖추고 있어 내적으로 안정되게 유지되며 균형 상태에 도달하면 변화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 체계 외부의 것인 환경과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균형에 도달한 이상 체계의 구성 요소들은 선형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관계를 갖기에 엄밀한 의미에서 조직된 복잡성을 가졌다고 할 수 없다. 반면 열린 체계는 균형 상태에 도달하지 않고, 단지 항상성의 정지 상태에 도달하는 그러한 체계이다. “열린 체계는 그 안에서 유입과 유출 그리고 구성하는 요소들의 교체가 일어나는 체계이다(46).” 그렇기에 “[열린 체계들은] 환경의 조건이 바뀔 때 체계 구조들을 완전히 변경하지 않고도 그 상태를 변경시킬 수 있는 체계들이다(47).”

지금까지 알아본 체계, 특히 열린 체계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환경이 변할 때 내적 조직을 스스로 전환한다. 둘째, 외부로부터 인과적으로 조건 지워지거나 선형적으로 규정될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열린 체계를 관찰할 때 그 입력과 출력은 관찰할 수 있어도, 그 둘 간의 내적 조직 방식은 볼 수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열린 체계는 ‘암흑 상자’와 같다. 그리고 이 암흑 상자가 직접 자신을 결정한다는 점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이에 더해, 두 특징을 통해 우리는 열린 체계는 자기 조직적 체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자기조직 체계란 자기 자신으로 방향을 잡고 이를 통해 개별 현상들이나 과정이 작용하는 생태학적 조건들을 스스로 산출하는 경향이 있는 것 –자기조직 과정이 재귀적이고, 체계는 자기 생산한다- 을 의미한다. 이는 체계들은 그 환경으로부터 선형적으로 조절될 수 없고, 그 체계 각각의 고유의 내적 논리에 따라서만 환경의 변화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 조직적인 것을 다루는 것이 체계이론이기에 체계이론은 자기조직 패러다임에 포섭된다. 쉽게 말해, 제어항과 피제어항의 관계가 일방향적이지 않은 자기 조직적인 것을 체계이론이 다룬다. 게다가 제어항과 피제어항의 관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체계 론은 사이버네틱스 사유 모델을 사용한다.

2절. 사회학 내부의 전체론적, 체계이론적 사유방식
(베버, 뒤르켐 논의 생략)

일반 체계이론은 전통적 과학관이 개별 현상들을 서로 고립시키고 그것들의 가능성이 서로 조건 지워져 있다는 것을 탐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사회학적 체계이론은 개별자의 행동을 그 체계연관으로부터 설명한다. 사회학적 체계이론이 보기에 사회적 행위의 공통성을 조직하고 사회적 과정들에 하나의 형태, 방향, 구조를 부여하는 것은 사회적 체계들이다.
여기서 말해지는 구조란 파슨스의 구조적-기능적 체계이론의 중심 개념이다. 그에 따르면 구조란 “체계-환경 관계에서 짧은 기간의 동요로부터는 영향받지 않는 체계 요소들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55-56). 이와 구별되는 기능 개념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체계구조의 유지와 안정을 보장해야 하는 사회학적 과정”을 가리킨다.
다른 무엇보다 사실 중요한 것은 구조적-기능적 체계이론과 같은 유형의 사회학은 “요소적인 사회적 단위들, 즉 사회적 행위, 소통, 상호작용 등등을 고립된 것으로 간주하지 않고 하나의 체계와 연관된 구조적이고 기능적인 틀 속에 놓는다는 점”이다(56). 그래서 “행위들은 이러한 행위들을 통해 수립되는 체계 연관의 결과로 나타난다”라는 점이다(56).


출처: 크네어&닛세이, 2008: 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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