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가 주인공인 소설들

철학서는 아니고 철학을 공부하거나 관심이 있다면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제가 읽어본 철학자가 주인공인 소설들 몇 권을 소개해봅니다.

(1) 니체가 눈물을 흘릴때 - 어빈 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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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루 살로메와의 관계로 고통받고 있던 니체가 프로이트의 스승 요제프 브로이어에게 치료를 받았으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에서 시작하는 상담소설입니다. (작가 역시 정신과 의사입니다) 요제프 브로이어, 니체, 루 살로메, 그리고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빡빡이에 흰 수염난 노년의 프로이트가 아니라 젊은 시절의 프로이트가 등장합니다. 여자문제로 고통받는 니체, 그런 니체를 들었다 놨다 하는 살로메, 그리고 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또 자신 역시 내면의 문제로 인해 고통받는) 브로이어와 프로이트의 고군분투를 보는게 이 소설의 묘미입니다.

(2) 살인의 해석- 제프 러벤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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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융과 함께 미국에 온 노년의 프로이트가 제자인 주인공과 함께 미국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을 조사한다는 내용의 추리 소설입니다. 추리도 추리지만, 당시 융과 프로이트 간에 있었던 대립 역시 주제로 삼고있습니다. 읽어본지 오래돼 내용이 잘 기억은 안나지만 결말에 주인공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으며 끝났다는 것만 기억나네요.

(3) 언어의 7번째 기능 - 로랑 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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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 인터네셔널 후보에 선정되기도 했던 언어의 7번째 기능입니다. 롤랑 바르트의 죽음에 거대한 음모가 개입되어 있고, 그 음모를 파해치는 형사와 기호학자에 대한 소설입니다. 로만 야콥슨의 언어의 기능, 그리고 기호학이 주된 주제지만 당시 프랑스 지식인(들뢰즈, 라캉, 푸코, 데리다, 크리스테바... 그리고 사르트르, 분석철학자들, 움베르토 에코 등이 나옵니다)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로 큰 흥미를 끌었습니다. 특히 크리스테바의 경우, 소설에서 공산권의 스파이란 암시가 나왔는데 이 소설이 나온 후 얼마지나지 않아 크리스테바가 정말 스파이었다는 주장이 나와 잠깐 시끌 시끌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이상 제가 본 철학자들이 나오는 소설입니다. 다 쓰고보니 정신분석학자들 얘기가 더 많은것 같네요. 시간 되시면 한번 봐보는것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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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들에는 그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남성 철학자가 자주 등장하기도 하죠. 가령 <등대로>나 <파도>에서처럼요. 개인적으로 <등대로>에서 램지 씨의 고뇌 묘사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지성은 탁월했다. 만일 생각이라는 것이 피아노 건반처럼 나누어져 있거나 알파벳처럼 스물여섯 개 철자로 정렬되어 있다면, 그의 탁월한 지성은 조금도 어려움을 겪지 않고 그 철자들을 확고하고 정확하게 하나씩 넘어가는 데, 예컨대 Q까지 가는 데는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 그는 Q에 도달했다. 영국 전역에서 Q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제라늄 꽃이 피어 있는 돌 항아리 옆에서 한순간 걸음을 멈추고 그는 이제 아주 멀리 떨어진 창가에 앉아 있는 아내와 아들을 보았다. 성스럽고도 천진난만하게 조가비를 줍는 애들처럼 발치에 놓인 사소한 것들에 정신이 팔려 있고 그가 감지한 몰락의 운명으로부터 스스로를 조금도 방어할 줄 모르는 그들을. 그들은 그의 보호가 필요했다. 그는 그들을 보호해주었다. 그러나 Q 다음에는? 그다음에는 무엇이 오는가? Q 다음에도 많은 철자들이 있고, 마지막 철자는 인간의 눈에 거의 보이지 않으며, 아득히 멀리서 희미하게 붉은색으로 빛난다. Z에는 한 세대에 오직 한 인간만이 단 한 번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R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일 텐데. 적어도 여기 Q가 있었다. 그는 Q에서 자기 위치를 고수했다. 그는 Q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Q를 증명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Q, Q라면, R은…………. 이 부분에서 그는 파이프를 꺼내 숫양 뿔로 만든 돌 항아리 손잡이를 두어 번 톡톡 두드리고 계속 생각했다. “그렇다면 R은………….” 그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를 악물었다. (...) 다른 쪽에는 재능과 영감이 있는 사람들이 철자들을 모두 한 덩어리로 단번에 취급했고 이것이 천재의 방식이었다. 그에게는 천재적인 재능이 없었다. 그는 천재성을 주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A부터 Z까지 알파벳의 모든 철자를 정확하게 순서대로 되풀이할 수 있는 힘이 있었고, 아니, 아마도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Q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R을 향하여 계속 전진. (민음사 번역본 57~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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