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엇보다 원전을 직접 읽어보길 권합니다. 철학자들 몇몇은 요약본이나 입문서를 읽어도 그 효과가 미미한 경우가 있습니다. 예컨대, 플라톤에 대한 입문서를 읽어봐야, 그가 수많은 저작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다양한 메세지는 거의 전달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이데아론' 등으로 플라톤을 요약해도, <소피스트>, <알키비아데스> 등을 직접 읽어보면 플라톤의 철학이 '이데아론' 같은 것으로 포착될 수가 없는 방대하고 깊이 있는 것임을 알수 있습니다.
니체도 딱 그러한 유의 철학(자)입니다. '힘에의 의지', '위버멘쉬' 등 특정 개념어나 '실존주의' 같은 특정 사조를 중심으로 니체를 요약해도, 직접 니체의 저작을 읽어보면 그가 그런 한두개의 개념어나 사조로 요약되기 쉽지 않은 자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체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도움되는 몇몇 책이 있습니다. Virtuoso님께서 언급하신 자프란스키의 <니체>가 대표적인 저작입니다. 이 책은 Oxford bibliographies: Nietzsche에도 포함된 책입니다. 아니면 강용수 선생님의 <니체 작품의 재구성>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에서 말씀드린 이유로 fuersichsein님께서 언급하신 박찬국 선생님의 저작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실존주의라는 하나의 사조로 니체를 요약 정리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작업이지만, 이렇게 될 경우 실존주의라는 렌즈로 포착되지 않는 니체의 다양한 모습이 너무나 많이 사상됩니다. 초심자에게 좋은 경로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3)
니체 전공자마다 각자 처음 읽기에 좋다고 생각하여 추천하는 니체 원전은 각각 다릅니다. 저는 <우상의 황혼>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데, 니체 본인이 자신의 핵심 사상을 요약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니체는 시기 별로 입장이 달라지기에, <우상의 황혼>에서의 입장이 니체 전체의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이는 기껏해봐야 니체를 몇 년 공부하고 논문 몇 편 끄적여본 제가 말씀드리는 바이고, 오랜 기간 니체를 공부하신 다른 선생님들이 처음 읽기에 추천하는 니체 원전은 무엇인지 찾아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