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어디서부터 읽어야할까요?

그동안 니체를 잘못 읽으면 아주아주 이상한 쪽으로 발전하는 것을 많이 봐와서 오독을 할까봐 철학에 관심을 가졌음에도 니체를 읽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니체를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 읽어보려고 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건 도덕의 계보 아니면 선악의 저편을 읽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2차문헌 경험없이 원전 박치기를 하면 윗줄에 언급한 것처럼 니체를 잘못 읽을까봐 조금 고민이 되는데요 저것들을 그냥 읽어도 되는지, 좋은 2차문헌이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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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어떤 철학자를 처음 접할 때 평전이나 전기야말로 가장 유용한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1차 문헌을 올바르게 읽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책이 집필된 지성사적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니체의 평전이나 전기로는 당장 다음과 같은 책들이 떠오르네요.

아래의 두 책만 읽어보고 사실 프리도의 책은 읽어보지 못했습니다만, 니체의 철학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입문적인 맥락에서는 자프란스키의 작품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 분이 집필한 하이데거나 쇼펜하우어의 전기를 읽어보셨다면 아마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 독일의 정신사에 관한 서술이 상당부분 겹친다는걸 아실 수 있으실텐데, 단점이라면 단점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부분이 그만큼 잘 쓰였다는 방증이라고도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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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 『니체』 (책세상) 이나 박찬국,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를 추천드립니다. 특히 두 번째 책은 철학에 베이스가 별로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편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닌데, 작성자 분을 포함하여 다른 선생님들께 제가 질문 드리고 싶은 점 한 가지를 추가하고자 합니다 ㅎㅎ;

"니체를 잘못 읽"어서 빠지는 "아주아주 이상한 쪽"이 어떤 것인가요? 가령, 니체의 '힘에의 의지'를 오해하고 신봉하여 약육강식을 주장하는 특정 인물 또는 자기계발서의 클리셰를 공고히 하기 위해 니체의 이름이 동원되는 경우 사태를 지칭하는 것인가요? 실제로, 니체 관련 대중서적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수요가 있는 듯 합니다. 혹시 선생님들께서 주변으로부터 직접 경험한 사례가 있으시다면,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케이스들이 있을지 호기심이 많이 가네요...

또한 니체가 '이상한 방식으로 해석되는 것'과 '오독되는 것'은 동일한 것일지도 궁금합니다. 사실 니체의 사상은 (다른 철학자들도 그렇겠지만 특히나 니체의 경우는) 여러 철학 유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간접적으로 들은 바로는, 분석 철학적 해석 또는 생물학적 본질주의와 관련된 담론부터 힙합과 니체를 연결시키려는 시도까지 있다고 합니다. 이것들은 누군가에게는(아마 독일과 프랑스의 전통적인 해석을 쫓는 우리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는 있겠으나 이것들이 곧바로 '잘못' 해석된 것이라고 단정되는 것은 다른 문제일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1)
무엇보다 원전을 직접 읽어보길 권합니다. 철학자들 몇몇은 요약본이나 입문서를 읽어도 그 효과가 미미한 경우가 있습니다. 예컨대, 플라톤에 대한 입문서를 읽어봐야, 그가 수많은 저작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다양한 메세지는 거의 전달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이데아론' 등으로 플라톤을 요약해도, <소피스트>, <알키비아데스> 등을 직접 읽어보면 플라톤의 철학이 '이데아론' 같은 것으로 포착될 수가 없는 방대하고 깊이 있는 것임을 알수 있습니다.

니체도 딱 그러한 유의 철학(자)입니다. '힘에의 의지', '위버멘쉬' 등 특정 개념어나 '실존주의' 같은 특정 사조를 중심으로 니체를 요약해도, 직접 니체의 저작을 읽어보면 그가 그런 한두개의 개념어나 사조로 요약되기 쉽지 않은 자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체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도움되는 몇몇 책이 있습니다. Virtuoso님께서 언급하신 자프란스키의 <니체>가 대표적인 저작입니다. 이 책은 Oxford bibliographies: Nietzsche에도 포함된 책입니다. 아니면 강용수 선생님의 <니체 작품의 재구성>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에서 말씀드린 이유로 fuersichsein님께서 언급하신 박찬국 선생님의 저작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실존주의라는 하나의 사조로 니체를 요약 정리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작업이지만, 이렇게 될 경우 실존주의라는 렌즈로 포착되지 않는 니체의 다양한 모습이 너무나 많이 사상됩니다. 초심자에게 좋은 경로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3)
니체 전공자마다 각자 처음 읽기에 좋다고 생각하여 추천하는 니체 원전은 각각 다릅니다. 저는 <우상의 황혼>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데, 니체 본인이 자신의 핵심 사상을 요약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니체는 시기 별로 입장이 달라지기에, <우상의 황혼>에서의 입장이 니체 전체의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이는 기껏해봐야 니체를 몇 년 공부하고 논문 몇 편 끄적여본 제가 말씀드리는 바이고, 오랜 기간 니체를 공부하신 다른 선생님들이 처음 읽기에 추천하는 니체 원전은 무엇인지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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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접목된 전후 사상사들, 개중에서도 쇼펜하우어 철학을 잘 공부해 보심도 좋을 거 같습니다. 특히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1,2권은 꼭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니체의 생리학적 관점과 지상중심적 사상, 의지 사상의 이론적 베이스라고 보면 됩니다. 니체 저술중 비교적 읽기 수월하면서 사상이 잘 함축된 책으로는 '도덕의 계보' '우상의 황혼'을 개인적으로 추천합니다.
배경지식 등이 충분히 뒷받침 된 사람은 원문을 바로 읽더라도 별 문제 없습니다. 처음엔 잠시 길을 잘못 들었다가도 꾸준히 곱씹고 읽다보면 바로잡힙니다. 정 신경쓰이시면 어떤 부분에서 니체가 오독되고 잘못 해석되었는지에 대해 잘 다루는 책이나 글들을 찾아 읽어보심이 어떨까 합니다.
혹시 철학 베이스가 잡히지 않으신 분이시라면 특히 니체는 왜곡되기 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글이 쉽다고 해서 단순히 읽히고 이해되는 대로만 파악해서는 그 진면모를 이해하기 힘듭니다. 니체는 인간의 본성과 심리에 대해 아주 세심하게 다루고 접근을 하는 철학자이면서도 자기 사상을 분석적이고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서술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독자가 충분히 세심하게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