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거짓말쟁이 역설과 헤겔을 주제로 논문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원고를 현재 Hegel Bulletin에 제출한 상태인데 혹시라도 건설적인 지적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글의 논지는 대략적으로 거짓말쟁이 역설에서 참과 거짓이라는 진리값이 무한교대로 나타나는 양상을 헤겔 Phenomenology of Spirit에 나오는 'speculative sentence'와 연관지을 수 있다는 다소 대담한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Robert Hanna의 Rationality and Logic (2006) 저서 3장에 등장하는 logocentric predicament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다음에는 제가 최근에 발표한 논문(https://periodicos.unifesp.br/index.php/prometeica/article/view/16025)에 나오는 결정론과 관련된 내용을 거짓말쟁이 역설과도 연관지어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거짓말쟁이 역설을 원고에서 다음과 같이 paraphrasing하고 있습니다.
"Affirmation of the falsity of the very affirmation"
또한 logocentric predicament (Sheffer: In order to justify logic, you must employ logic.)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Logical affirmation of the groundlessness of logic"
결정론과 관련해서는,
"Affirmation of the determinacy of the world events including the very affirmation"
라고 정리합니다.

제가 logocentric predicament에 대해 배워 알게 된 계기가 Robert Hanna와의 이메일 교환을 통해서였는데, 제 최근 원고가 Hanna의 저술물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으므로 이메일을 통해 원고가 좀 어떤 것 같은지 문의를 드렸는데 Rationality and Logic (2006) 3장에 나오는 "logical faculty thesis"의 내용을 반영해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 외에 특별한 의견이 없었습니다.

Hegel Bulletin은 의례적으로라도 peer review를 해주는 것으로 보이는데 나중에 평가를 받게 되면 댓글로 다시 올리겠습니다.

12개의 좋아요

어이쿠... 저는 헤겔 불레틴에 지원한 논문에 코멘트를 할 실력이 안 되네요.

1개의 좋아요

좋은 성과가 있으면 합니다!!

1개의 좋아요

축하드립니다~ 좋은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1개의 좋아요

이번 글을 쓰면서 논문을 뒤지다가 흥미로운 점 몇가지를 발견하게 되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논리학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논리적 추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이게 순환논증을 일으키게 되어 논리학이 엄밀한 기초가 없게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제 글 중에는 다음과 같은 주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As a Hegelian metaphysician, McNulty (2023) argues that “Subjective Logic” (traditional logic) depends on “Objective Logic” (ontology) and that this provides “Hegel’s resolution of the logocentric predicament” (p. xi). This idea can align with Hegel’s dialectics.

즉, 논리학의 기반은 메타논리적 기반이 아니라 “존재”에서 그 기반을 찾아야한다는 헤겔적인 주장이 있습니다. 메타논리는, Hanna가 지적했듯이, 또 다른 메타-메타 논리를 요구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다시 순환논증을 불러일으키게 되기 때문에, 논리의 기반을 메타논리가 아닌 존재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McNulty라는 학자가 쓴 Hegel’s logic and metaphysics . Cambridge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1017/9781009067805) 저서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Heidegger cites the logical copula “is” without which judgment would be impossible. Here in the logical form of judgment itself, we find ourselves confronted with the notion of being.

즉 be동사를 나타내는 계사가 없이는 논리적 선언을 이루는 판단이라는 게 불가능하고, 전통적으로 계사는 존재와 연관이 있었기에, 논리학은 존재와 연관지어저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김상환교수가 아마 계사의 "있다"(존재)와 "이다"(선언) 사이의 혼동이 그리스 철학 내부에서 사상적 혼동을 초래했다는 말을 한 것 같기는 합니다.)

또한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하이데거의 주장이 과거에 헤겔이 했던 주장과 맞닿아있다는 게 McNulty의 설명인 것 같습니다.

아마 Hanna는 칸트주의자여서 위와 같은 헤겔적 설명보다는 "proto-logic"이 우리의 정신 속에 내재되어 있다는 "transcendental solution"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Hanna는 제게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 My only comment is that, in Rationality & Logic , I claim that there's a transcendental solution to the logocentric predicament, & am just wondering whether this can also be extended to at least two of the other three problems."

여기서 'the other three problems'는 제 에세이에 등장하는 the liar paradox, the logocentric predicament, Hegel's dialectic, & determinism 등을 지칭하는 문구입니다.
제 생각에는 transcendental solution이 Hanna의 저서에 나오는 'logical faculty thesis'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Hanna (Rationality and Logic):
"the logic faculty thesis alone, both accounts for the logocentric predicament and also avoids the groundlessness of logic. The obvious conclusion is that we now have a very strong case for the logic faculty thesis, because it, and apparently it alone, provides a coherent triple resolution of the psychologism, e pluribus unum, and logocentric
predicament problems."
라고 나옵니다.
Logic faculty thesis는 대략 다음과 같은 개념에 근거합니다.
image

흥미로운 점은 논리와 관련된 문제가 칸트와 헤겔의 아이디어를 통해서 2000년대, 2020년대까지 지속되어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4개의 좋아요

이 주장은 비트겐슈타인이 제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브랜덤처럼 비트겐슈타인과 헤겔을 모두 연구하는 사람들은 '암묵적' 실천으로부터 '명시적' 논리의 가능성을 해명하고자 하기도 해요. 논리학은 메타논리로부터 정초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삶을 바탕으로 정초되어야 한다는 주장인 거죠. 우리가 삶에서 암묵적으로 수행하는 이런저런 행위들을 명시적으로 구조화한 결과가 논리학이라는 것이 브랜덤의 주장이에요.

맞닿아 있긴 할 거예요. 실제로, 하이데거도 논리학에 관해 꽤 많은 저술을 남겼으니까요. 다만, 하이데거의 맥락에서 존재 사유와 논리학이 연결된다면, '계사(copula)'라는 주제보다는, '맥락'(context)'이라는 주제를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이데거는 개별 언명들의 '참/거짓'이 존재의 '열린 장' 안에서만 성립한다고만 주장하거든요. 이 말을 언어철학적 용어로 바꾸자면, 우리가 특정한 '맥락'을 바탕으로만 참/거짓에 대해 유의미하게 말할 수 있다는 지적이죠. 저는 이런 하이데거의 논의가 '언어게임'이라는 장을 바탕으로만 개별 명제들의 의미와 진리값에 대해 말할 수 있다고 강조한 비트겐슈타인의 논의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2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