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방법론은 무엇인가요? (+수학의 방법론)

최근 여러 학문들의 방법론을 공부하던 중, 관련된 궁금증이 생겨 이렇게 질문을 드립니다.

철학이 아닌 다른 학문들은 그 방법론이 비교적 명료해 보입니다. 가령 사회과학, 자연과학과 같은 '과학'은 가설-연역 모형을 이용하여 관찰과 실험, 통계 등을 연구에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일종의 귀납법을 이용해 학문 체계를 이뤄나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에게 물음이 되었던 것은 수학과 철학의 방법론이었습니다.

먼저 수학의 경우입니다. 수학은 연구방법으로 귀납 대신 연역적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수학에선 관찰이나 경험으로써 '참일 개연성이 높은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아닌, 논리와 수식을 통해 '무조건 참인 결론'에 도달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수학은 귀납이 아닌 '연역 논증을 방법론으로 하여 연구를 진행한다'라고 말할 수 있나요?

더욱 궁금한 것은 철학의 경우입니다. 철학은 딱히 어떤 통계학적인 수치나 관찰 결과 등을 활용해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물론, 현대에 들어선 '실험철학' 등도 논의가 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그렇다면, 철학 연구자분들께서 '학문으로서의 철학'을 연구하실 때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고 계신가요?
다시 말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철학을 연구하고 계신가요?

이상의 질문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수학은 연역적인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말할 수 있는가?
(2) '학문으로서의 철학'의 연구방법론은 무엇인가?

추가로, 위 질문과 관련되어 추천해주고 싶으신 책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직 초심자의 단계라 질문이 대단히 난잡하고 미숙합니다. 따가운 지적과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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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와 스피노자가 이쪽으로 잘 알려져있죠. 스피노자 같은 경우는 철학을 할 때 무한에서 시작해 유한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스피노자가 현미경에 매료돼있었는데, 그때 핏속의 작은 것,혹은 '핏속의 지렁이'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죠. 근데 스피노자가 보기에, 이 지렁이들이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이 몸을 우주 전체라고 생각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몸 밖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 알 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몸 밖에 있는 것 때문에 몸이 영향을 받을 경우, 그 영향의 원천을 절대 그 작은 것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인지하는 것들을 통해 철학을 할 경우 핏속의 지렁이와 같은 신세를 면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스피노자는 무한의 개념에서 시작해야합니다. 그래야만 핏속의 지렁이 신세를 면할 수 있다고 봤죠. 그렇기 때문에 <에티카>도 맨 처음에 무한한 것 혹은 신에 대해서 논한 후 그후에 유한성에 대해 논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스피노자는 무한에서 시작한 후, 완벽한 연역을 위해 기하학적 방법론을 채택을 합니다. 무한, 즉 인지와 별개의 개념에서 시작한 후 순수하게 연역적인 방법으로 나아갈 때만 우리는 진리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것이지요. 위 내용은 Curley - Collected Works vol 2 Letter XXXII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반면 데카르트는 이런 방법론을 '종합'의 방법론이라고 부르며 형이상학을 위한 방법론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데카르트가 보기에 형이상학의 법칙들은 우리에게 자명하지 않기 때문에, 형이상학 법칙들을 발견해나가야한다고 생각하였죠. 그래서 데카르트는 증명하고자 하는 명제를 먼저 적고 그것을 증명해나가는 종합의 방법론이 아닌 발견의 방법론, 혹은 분석의 방법론이 적합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분석의 방법론을 채택한 것이 <성찰>이고, 실제로 우리는 데카르트가 기하학적인 방법론이 아닌, 발견의 방법론으로 전개를 시켜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기토를 증명할 때도, 데카르트는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두고 증명해나간다기보단, 악마 가설을 상정하였을 때 나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다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 것이지요. 이런 면에서 데카르트와 스피노자가 두 가지 철학적 방법론을 진행시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데카르트의 분석과 종합의 구분은 CSM II 110-112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구분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스피노자는 데카르트 이후에 나왔고, 스피노자가 데카르트가 분석/종합을 언급하는 Objections and Replies를 읽었다는 사실은 자명하거든요. 그리고 스피노자는 데카르트가 종합에 비판을 한 이후에도, 기하학적 방법론을 고수하며 <에티카>를 전개시켰습니다. 스피노자가 데카르트에 어떻게 답을 할 수 있는지 저는 아직 모르지만, 흥미로운 주제임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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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스러운 답변 감사드립니다. 데카르트와 스피노자가 이러한 차이를 가지고 방법론을 이야기했군요. 이전엔 단순한 시선에서만 접근을 했었는데, 보다 폭넓은 지식을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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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주관적인 저만의 뇌피셜이지만

소크라테스가 철학을 했던 방법을 생각한다면

위대한 대답이 아닌 위대한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는 것이 철학의 방법론이자 목적이 아닌가 합니다.

본문 또한 위대한 질문인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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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귀납/연역이 이렇게 엄밀히 구분되나...싶습니다.

자연과학/사회과학에서 귀납의 타당성을 "확증하는" 방법이 사실 통계에 기대는 것인데, 통계는 보기에는 "연역"에 더 가까운, 수학적인 작업으로 보인다는 말이죠.
게다가 수학도 과연 완전히 연역적인가 싶어요. 예컨대 길찾기 문제나 기하학 같은 것들은 그려보고 깨닫기도 하잖아요? 또한 컴퓨터로 검증한 4색 문제처럼 순전히 귀납에 가까운 방법이 동원되기도 하고요.

제가 볼 때는, 귀납/연역이라는 구분이 이제 그대로 쓰기에는/논의를 더 진전시키에는 뭉뜩한 개념 구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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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답변 감사드립니다. pascal 선생님 말씀처럼 역시 질문 던지기는 철학이 가진 가장 큰 힘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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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단순히 귀납, 연역의 이분법으로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 적절치 않을 수 있겠군요. 통계도 마냥 귀납적인 방법인 줄 알았는데, 선생님 말씀처럼 다시 생각해보니 연역에 더 가까운 수학적 방법인 것 같습니다. Mandala 선생님 답글을 통해 시야가 더욱 확장된 것 같습니다. 답변 감사드립니다!

'철학의 연구방법론'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단일한 방법론은 없을 거예요. 철학자들도 입장에 따라 상이한 방법론을 제시하니까요. 다만, 오늘날 철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몇 가지 대표적인 방법론들을 아주 대략적으로 소개해 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1) 현상학적 환원

후설 이후에 대륙철학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현상 뒤에 다른 형이상학적 실재가 있다고 가정하지 않고서, 우리가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만 주목하여 여러 가지 철학적 문제들을 다루고자 하는 방법입니다. '현상학적 환원'은 크게 세 가지 계기로 이루어집니다. 판단 중지를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선입견이나 가설을 배제하는 '심리학적 환원', 우리의 지향적 태도를 통해 세계가 성립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초월론적 환원', 우리의 지향적 태도 속에 대상이 어떻게 주어지고 있는지를 기술함으로써 그 대상의 본질을 해명하는 '형상적 환원'이 그 계기들입니다.

(2) 해체

특정한 이론적 입장이 지닌 내적 균열 지점을 찾아내어 비판하는 방식의 철학적 방법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그 입장을 무너뜨리는(destruct) 균열 지점이, 그 입장을 성립시키는(construct) 토대에 놓여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전략이 해체(deconstruction)입니다. 가령, 데리다가 『그라마톨로지』에서 레비스트로스와 루소 등에 대해 수행한 비판들이 해체의 전형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순수한' 것과 '비순수한' 것을 엄격하게 구분하고자 한 레비스트로스와 루소의 작업들은, 사실 순수와 비순수가 뒤섞이는 지점을 은밀하게 상정하고서만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데리다의 지적입니다.

(3) 계보학

니체로부터 시작하여 푸코 등에게까지 이르는 철학적 방법론입니다. 특정한 이론이나 입장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여 현재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그 이론이나 입장이 결코 고정불변하는 진리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는 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니체는 '선/악'이라는 도덕적 구분이 사실 '좋음/나쁨'이라는 더 원초적인 구분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주장하여 우리가 신뢰하는 도덕의 근거를 문제삼고, 푸코는 정신의학이나 형법학이라는 지식이 17세기 이후로 어떻게 발전하였는지를 설명하면서 '정상/비정상' 같은 구분들을 문제시합니다.

(4) 언어분석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들의 구조에 대한 분석을 통해 언어의 남용에서 비롯된 철학적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해소하고자 하는 방법론입니다. 러셀의 한정기술 이론이 언어 분석의 전형을 잘 보여줍니다. 가령, "프랑스 왕은 대머리이다."와 같은 문장은 겉보기에는 '프랑스 왕'이라는 주어와 '대머리이다'라는 술어로 구성된 하나의 문장 같지만, 러셀은 이 문장이 사실 "어떤 x는 현재 프랑스 왕이다(∃x)Kx.", "x가 현재 프랑스 왕이면 x는 한 명밖에 없다(∀x)(∀y)((Kx & Ky) → x=y).", "x가 현재 프랑스 왕이면 x는 대머리다(∀x)(Kx → Bx)."라는 세 문장의 결합으로 분석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이 경우 '프랑스 왕'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이 문장이 '거짓'이라는 의미를 지닐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하죠.

(5) 초월적 논증

특정한 대상이나 입장을 성립시키는 조건에 대해 논의하고자 하는 방법입니다. 주로 칸트를 따르는 철학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철학적 논증이죠. 가령, 대상에 대한 경험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공간'과 '시간'이 선재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때 공간과 시간은 대상을 통해 구성된 개념이 아니라 그 개념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사유의 '조건'이라는 것이 칸트의 초월적 논증의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로 관념론이나 회의주의 등에 대해 초월적 논증으로 비판하고자 하는 철학자들이 많습니다. 모든 것이 관념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조차 그 관념이 지향하는 대상이 존재해야 한다거나, 모든 것을 회의하기 위해서조차 그 회의가 의미를 지닐 수 있기 위해 특정한 지식의 맥락이 존재해야 한다는 식으로요.

(6) 정신분석

정신분석 자체가 철학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정신분석이 지닌 철학적 측면이나 정신분석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철학자들 중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에게 드러난 현상이 실제로는 무의식의 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주장은 인간이나 문화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새로운 관점들을 제공해 주니까요. 프로이트와 라캉 등 정신분석학자들이 제시한 논의는 초기 하버마스, 마르쿠제, 프롬 같은 비판 이론가들에게도 영향을 주었고, 지젝이나 바디우 등 급진 정치철학자들에게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7) 가설 연역

전통적인 형이상학의 가설 연역 방법도 여전히 철학자들에게 자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대표적인 예시이죠. 가령, 종이도 희고, 아이폰도 희고, 컵도 희고, 냉장고도 희다면, 서로 다른 개별 대상들에 '흼'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속성들이 부여되는 '속성 일치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플라톤은 이 속성 일치 현상으로부터 '흼'이라는 속성에 대응하는 '하양의 이데아(보편자)'가 존재한다고 가설을 세웠죠. 오늘날에도 암스트롱이나 반 인와겐 등 이러한 방식으로 보편자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철학자들이 꽤 있습니다. 보편자 실재론/유명론, 기체 이론/다발 이론, 가능세계 실재론/유명론, 시간에 대한 A-이론/B-이론, 이동 지속 이론/확장 지속 이론 등 수많은 형이상학의 논쟁들이 이런 방식으로 다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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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하고 정성스러운 답변 감사드립니다. 궁금했던 내용이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철학에선 방법론 자체가 철학의 대상인 셈이군요. 아울러 특히 현상학적 환원과 해체의 방법이 인상깊었습니다. 더욱 공부해 봐야겠습니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철학의 여러 방법과 갈래들이 조금은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