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철학사 어떤가요

근자에 완간된 두 세계철학사 시리즈입니다..

넓지만 얄팍한 지적 흥미와 괜스런 성취 욕구를 가진

저한테는 최적일거 같은데.. 어떨까요?

제가 목차를 좀 봤는데 어우...정말 다루는 범위가 넓고 방대하네요. 제가 직접 읽어보지 않아서 구체적인 평가는 어렵지만, 아마 내용적으로 부정확하거나 매우 피상적인 이야기만 다룰 수밖에 없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단순히 이런 철학이 있다~정도의 지식이 필요하셔서 읽고 싶으신거라면 제가 말릴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철학 공부의 가장 달콤한 열매는 비판적으로 생각해보는 훈련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방대한 내용을 다루는 책을 다 소화하면서 과연 그런 비판적으로 생각해보고, 논증을 해보는 훈련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있습니다.

넓고 얕은 지적 욕구라고 하셨는데, 그 지적 욕구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를 좀 더 스스로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그냥 이런 사상들이 있다는 그 사실을 아는 것이 즐거운 것인지, 다양한 철학을 접하고 이야기하면서 지적으로 우월해보이는 이미지가 좋은 것인지, 아니면 다양하고 다른 생각들을 만나면서 비판적 사고를 해보는게 즐거운 것인지 등등 본인의 "지적 욕구"가 어떤 성질의 것인지를 명확하게 하고 책을 선택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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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교수님의 역량을 결코 낮게 평가하지 않지만, (오히려 대단히 존경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아마 이정우 교수님의 『세계철학사』는 철학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얻으려는 목적에는 그다지 부합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목차와 책 소개를 살펴보니, 저 책은 이정우 교수님의 분명한 '관점'을 바탕으로 철학사를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는 내용인 것 같아서요.

지난 2011년, 철학사가 서양 철학사의 동의어와 다름없던 때에 철학자 이정우는 우리 학자가 쓴 "철학의 진짜 역사, 진정한 세계철학사"라는 야심 차고 장대한 프로젝트의 첫 권 『세계철학사 1: 지중해세계의 철학』(2011)을 발표했다.

이후 매 권 800쪽 안팎에 달하는 『세계철학사 2: 아시아세계의 철학』(2018), 『세계철학사 3: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2021)를 통해, 아시아를 포함한 비서구 철학에 합당한 자리를 되찾아주며 철학자 이정우의 관점으로 일이관지하게 인류 문명 전체의 전통과 근대성의 사유를 보편적으로 서술하여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의 다음 작업을 기다리게 했다.

그래서 저 책은 이정우 교수님의 철학사적 관점과 비판적으로 대화해 보려는 독자에게 유익할 것 같아요. '정보'나 '지식' 자체보다도, '해석'의 독창성과 정당성에 초점을 맞추어서 읽어야 하는 책으로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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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지적 흥미는 천진난만한 아이 수준의 그것이라 심도있게 고찰할 거리가 없습니다ㅜㅜ 아마 제가 철학과를 다녔다면 교수님이나 선배님께 꾸중 한번 크게 듣지 않았을까 싶네요..ㅎㅎ 비판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말씅 잘 새기겠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예전에 이정우 교수님 철학사 강의를 들었을 때 저도 느낀 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독창적이진 않지만 교수님 관점이 충분히 반영된, 특히 근현대 파트가 더욱 그러했습니다. 워낙 예전에 강의를 들어서 기억이 가물하지만 지금 생각나는건 '아 이 분 베르그송 참 좋아하시는구나'..ㅎㅎ 본인 관점으로 철학 전반을 조망하길 원하셨고 그게 십여 년에 걸쳐 뚝심있게 세계철학사 기획을 추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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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램브레이트 서양철학사 등 기본적인 서양철학사와 동북아시아 철학에 대한 기초가 있는 경우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물론 저자가 기본적으로 베르그송과 박홍규 선생의 존재론적 입장에서 쓰인 철학사입니다. 특히 1권 그리스(저자는 헬라스)과 4권 현대철학을 매우 심도있는 수준으로 다룹니다. 상대적으로 근대철학과 동아시아의 철학사도 잘 씌어졌지만 상대적으로 핵심을 짧게 압축하는 방식으로 소개합니다.

또 번역이 아니라 당대의 한국인 학자가 현대 한국어로 쓴 책이라서 어려운 내용도 소위 비문으로 인한 횡설수설이 거의 없습니다. 안 다룬 철학자는 있어도 모르고 횡설수설한 내용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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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자가 직접 쓴 책은 문체나 가독성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을 수 있겠군요. 미처 생각 못했습니다. 저도 개정되기 전 1권 읽은 경험과 저자의 철학사 강의를 들은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다른 철학사 책들과 함께 읽어볼만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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