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대한 접근과 연구방법

성경에 대해 접근하고자 하는데
이를 문학적 관점_소설,수필 등 으로 접근해야 할지,
혹은 역사서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전에 찾아볼 때 얼핏 문학적 틀이 있다는 글을 본 적은 있습니다만 두 관점을 찾아볼 때 전부 해당된다고 나와있어 이해가 잘 안됩니다.
문학에서 소설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허구성을 띈다고 알고 있기에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성경에 적혀있는 '사건' 으로 볼 수 있는 구절을 전부 나누어 역사적 사건이나 실증적 증거가 있는지 찾아보고 싶은데 제대로 성경을 접한 바가 없기에 이를 원문으로 찾아보아야 할지, 또한 각 구절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단어를 자의적인 해석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지 또한 잘 모르겠습니다.
글에 두서가 없어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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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통 소설적/역사적 접근을 나누지 않고 통틀어서 "문헌적 접근"이라 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꽤 다양한 장르/형식의 글들의 묶음이기 때문입니다.

(구약은 잘 모르겠으나)

신약에서 예수의 일대기를 '증언'하는 복음서 네 개는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역사적으로도 접근 가능하고, 어떤 사실이 강조되고 아닌지 같은 의도를 고민하는 문학적 접근도 가능합니다.
(문학적이라 했지만, 사실 요즘 사학계에서는 사실에 대한 기록도 기본적으로 [아무리 객관적이라 노력해도] 어떠한 의도/목적이 있다는 걸 가정하기에 이분법적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종말을 예언하는 요한 묵시록 같은 경우 애당초 역사적 사실이 아니니, 사실 여부에 대한 교차 검증은 무의미할겁니다.
(이는 교회에 보내는 메세지가 중점이 데는 여러 신약 서간문에도 해당이 되겠죠.)

(2)

신자이신지 비신자이신진 모르겠으나, 저는 이 책 두권을 추천합니다. (사실 구약은 아직 안 읽긴 했습니다...)

둘 다 예일대 출간 입문서인데, (비신자 입장에서는) 이름값답게 논쟁적일 수 있는 문헌들을 깔끔하고 공정하게 다룬다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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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해석학과 비평 방법론이 성경 독해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종류의 해석학과 비평 방법론이 성경 해석의 과정에서 출현해서 다른 분야들로 확산되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성경 비평의 종류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죠.

(a) 양식 비평: 성경 자료의 구전 전승 단계를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가령, '복음서'라는 성문화된 텍스트가 출현하기 이전에, 예수의 말과 행적이 어떻게 구전 전승으로 초기 기독교인들에게 내려왔는지를 연구하는 분야죠.

(b) 자료 비평: 성문화 단계의 자료들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가령, 마가복음, 마태복음, 누가복음 등 성문화된 자료들을 비교하여서, 그 자료들 중 어느 자료가 가장 먼저 쓰였는지, 자료들 사이의 참조 관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연구하죠. (마가복음과 Q 자료라는 가설적 텍스트를 바탕으로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이 쓰였을 것이라는 것이 오늘날 학계의 일반적 견해입니다,)

(c) 편집 비평: 각 자료들의 최종 편집 단계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성경 각 권 텍스트의 최종 편집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내용을 배열하였는지, 그 배열은 어떤 의도와 목적을 담고 있는지, 그 배열에 따른 효과가 무엇인지 연구하죠.

(d) 정경 비평: 성경 전체를 한 권의 '정경(canon)'이라는 관점에서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에서 쓰인 텍스트들이 함께 모여서 하나의 '성경'이라는 기독교 경전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성경의 각 내용이 어떻게 단 권의 문학 작품으로서 유기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지를 다룹니다.

그밖에도 비평의 종류와 방법은 수도 없이 다양합니다. 다만, 성경이 기록하고 있는 사건들을 고고학적으로나 역사학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논의들에 관심을 가지신다면, 이런 비평 방법들은 '역사 비평' 혹은 '고등 비평'이라는 이름으로 크게 묶입니다. 이 주제에 대한 연구들은 정말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다 소개해드리기 어렵지만, 대체로 논의들이 '최소주의'와 '최대주의'라는 경향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최소주의는 성경의 역사성을 가급적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연구이고, 최대주의는 성경의 역사성을 가급적 신빙성 있게 바라보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연구입니다. 입문자가 읽어볼 수 있을 만한 몇 가지 책들을 소개하자면,

이스라엘 핑컬스타인 & 닐 애셔 실버먼, 『성경 : 고고학인가 전설인가』

핑컬스타인은 성서고고학계에서 아주 권위 있는 학자들 중 한 명입니다. 최소주의적인 관점에서 주로 성경을 연구하는데, 가령, 출애굽 사건의 역사성을 인정하지 않고, 다윗-솔로몬 왕국의 규모가 성경의 기록보다 훨씬 작았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다만, 최소주의의 계열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기 때문에, 어떤 학자들은 핑컬스타인이 극단적으로 최소주의 입장을 취한다기보다는 다소 수정주의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보기도 합니다.)

이스라엘 크놀, 『신의 설계자들』

크놀 역시 굉장히 유명한 성서학자입니다. 크놀의 입장은 최대주의에 조금 더 가깝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성서 기록이 문자 그대로 역사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성서 기록에서 그 텍스트가 묘사하고 있는 실제 고대 사회의 흔적을 유의미하게 추적해 볼 수 있다는 정도의 주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아주 극단적인 최소주의자나 최대주의자는 거의 찾기 힘듭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핑컬스타인이나 크놀처럼 그 사이에서 약간씩 특정 입장에 기울어진 태도를 취할 뿐입니다.)

데이비드 W. 베이커 &빌 T. 아놀드 (편집), 『현대 구약성서 연구』

오늘날 구약성서와 관련된 다양한 고고학적, 역사학적, 신학적 논의들을 개괄하고 있는 책입니다. 다양한 주제를 둘러싼 입장들 사이의 스펙트럼을 폭넓게 소개해주고 있어서 특정한 사안에 대해 균형을 잡기 위해 참고하면 좋습니다.

제임스 K. 베일비 & 폴 로즈 에디 (편집), 『역사적 예수 연구』

신약성서와 관련해서도 책들이 여러 권 있습니다. 다만, 신약성서 연구에서는 무엇보다도 '역사적 예수 연구'라는 대단히 크기가 큰 분과가 언제나 핵심 쟁점이 되다 보니, 이 분야에 대한 아주 좋은 입문서만 소개해 드립니다. 예수에 대한 기록이 역사성이 전혀 없는 신화일 뿐이라는 프라이스의 견해부터, 예수가 일종의 사회 혁명가였다는 크로산의 주장을 지나, 역사적 예수 연구의 방법론적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복음서로부터 여전히 꽤나 유의미한 역사성을 도출할 수 있다고 보는 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장들을 담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 기고자들 중에서 크로산과 던은 대단히 권위 있는 성서학자들입니다.) 편집자들이 쓴 '서론'에는 19세기 말의 자유주의 신학부터 오늘날 '제3의 탐구'와 '새 관점'에 이르기까지의 신약성서 연구사가 아주 명료하고 간결하게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위의 댓글에서 @Mandala 님이 추천해주신 책들도 좋습니다. 저는 저 책들을 책으로는 읽어보지 못하였지만, Open Yale Course에서 강의로 들어 보았는데, 아주 훌륭한 강의였습니다. 그 강의 내용 중에, 구약성서 개론의 크리스틴 헤이즈 교수가 했던 말을 여기에도 인용해 보겠습니다. 제가 아주 인상적으로 들었던 내용입니다.

"세 번째로, 성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에게는 12살 된 아이와 8살 된 아이가 있다. 나는 이 아이들에게 성서를 읽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들에게 성서를 읽게 하지 않을 것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성서 이야기' 책이라는 것은 나에게 충격적이다. 그러한 것들은 나에게 정말로 충격적이다. 성서는 어린이들에게 적합하지 않다. 성서 속의 주제들은 매우 성숙한 것이며, 특별히 내러티브 텍스트들이 그렇다. 거기에는 배반과 근친상간과 살인과 강간의 에피소드들이 있다. 또한 성서는 순진한 낙관주의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성서는 직설적인 책이다. 성서는 삶이 열정과 기쁨으로 가득차 있는 만큼 고통과 갈등도 있다는 것을 인정할 만큼 충분히 용기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을 건다. 성서는 또한 다른 의미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다른 문학 걸작들처럼, 성서는 구조와 스타일과 주제의 예술적 기교와 은유에 있어서 복잡성으로 특징지어지며, 내가 믿기로는, 어른 독자들에게도 꽤 종종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 성서는 독자가 활동하도록 만든다. 성서는 훈계하지 않으며, 좀처럼, 좀처럼 훈계하지 않는다. 성서는 도덕적인 이슈들과 상황들을 탐구하며, 사람들을 도덕적 이슈들과 상황들로 밀어 넣는다. 결론은 독자에 의해서 끌어내져야 한다. 성서에는 모든 종류의 패러독스와 미묘한 언어유희들과 아이러니들이 있으며, 앞으로 여러분들이 세밀한 독서 활동을 많이 하게 될 섹션들에서는, 여러분들의 관심을 끌게 될 몇 가지 것들이 있기도 하다. 여러분들은 정말로 그 내용들을 앞으로 기대하게 될 것이다." (Christine Hayes, INTRODUCTION TO THE OLD TESTAMENT in Open Yale Courses, Lectur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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