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철학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겠는 고등학생입니다

안녕하세요 최근 철학 공부에 흥미를 느낀 고등학생입니다. 제목의 내용이 고민이라 질문 카테고리에 글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한 사상에 대해 배웠을 때나 접하게 되었을 때, 공부한 내용의 정보 부족인지 이해의 부족인지 상대의 주장을 수용할 뿐 논리적인 저만의 주장이나 결론을 도출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생각의 깊이를 키우고 싶은데 이에 관해서나 철학 공부 입문자는 어떻게 공부하면 좋은지 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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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합니다. 서강올빼미의 다른 글들을 읽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철학은 오독의 위험이 높은 학문이라 독학하는 것을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철학 공부의 목적이 단순 취미인지, 학업적인 목표인지는 모르겠으나 다음과 같은 조언들을 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1. 철학사는 필수

A를 이해하려면 B를 알아야하고, B를 이해하려면 C를 알아야 하는 학문이 철학입니다. 우선 기본적인 철학사 서적들을 통해 철학의 역사를 짚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 사상가들을 접할수록 그들간의 유기성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게 보이기 시작한다면 철학이 이전보다 무척이나 즐거워지고 더 깊은 단계에서 사유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영어가 가능하시면 다음의 책들을 추천합니다. 제가 중학교때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두권입니다.

  1. 바로 원전에 도전하지 말자

물론 재능을 타고나신 분들은 해당되시지 않겠지만, 제가 처음 철학을 접할때 가장 많이 했던 실수입니다. 이해도 안되는 책을 하루종일 잡고있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특히나 입시가 중요한 고등학생이라면요.

저는 중학교 때 이해도 안되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몇달간 붙잡고 있다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철학은 특히나 조어와 한자어가 많은 학문이고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들이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닐 때가 많거든요. 처음 원전을 읽게 된다면 단어 하나 이해하는데 시간을 많이 쏟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당장 올빼미에 올라오는 글들 중에서도 많은 질문들이 단어의 쓰임을 물어보는 것이기도 하구요. 이렇기 때문에 저는 해설서를 먼저 접한 뒤, 원전을 읽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단, 원전을 "사두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해설서와 원전을 조금씩 비교해서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 질문하고, 검색하자

인류 최강의 발명품, 인터넷을 이용하십시오. 여느 학문이 그렇듯 철학 또한 무척이나 어려운 학문입니다. 이런 저희를 위해 수없이 많은 지식인 분들이 인터넷이라는 보물창고에 활용할 수 있는 도구들을 많이 남겨주셨습니다. 당장 K-MOOC 에만 봐도 철학 강의들이 넘치구요, 모두가 애정하는 전기가오리, 짓다, 그린비 철학강의 등 공부에 도움이 될 자료가 많습니다.

또한, 서강올빼미에 올라오는 철학강좌 공고도 관심있게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나 연세대 철학연구소에서 훌륭한 강좌들에 대한 정보가 올라옵니다. 철학에 첫 발걸음을 떼는 시점에서 이보다 더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 없습니다. 저는 현강 찬양론자여서(...) 강의실에 있는 것 만큼 즐거운 게 없습니다. '비슷한 관심사로 모인 사람들이 같은 강의를 듣고 이렇게나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구나!'라는 즐거운 경험은 철학에 재미를 붙여주기에 최적입니다.

이렇게 인터넷을 잘 활용하기만 해도 공부하는 것이 풍부해지실 수 있습니다.


짧고 부족하지만, 제가 처음 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에 알았으면 좋았을 내용들을 담았습니다. 안그래도 외로운 학문을 더 외롭게 공부한 것 같아서요. 작성자분이 걷는 학문의 길은 고독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쪼록 안온한 밤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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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단편적인 대답을 해드리자면, 우선 특정 철학자의 견해를 비판하려고 하지 마시고, 온전히 이해하려고 해보세요. 저는 철학을 공부한지 만으로 4년차가 되서야 이 강령을 어렴풋하게나마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지점입니다.

두번째로 철학을 왜 공부하는지 먼저 생각해보세요. 이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다면 ' 논리적인 저만의 주장이나 결론을 도출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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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해주신 방법대로 공부하는 단계를 잡아가 보겠습니다. 책과 강의 추천까지 정말 감사드립니다. 최근에 수행평가를 준비하면서 논문을 활용했었는데 혹시 논문도 말씀해주신 원전에 대한 해설자료와 같은 수단으로 활용해도 괜찮을까요?

‘철학을 왜 공부하는지’ 라는 부분을 생각 못 해봤던 것 같아요. 첫번째, 두번째 조언 모두 필요했던 조언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논문은 학술적 목표로 작성된 글이기에 단순히 해석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거리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중, 혹은 학부생을 대상으로한 해설서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읽어보시고, 특정 철학에 대해 깊이 파고들고 싶으실 때 논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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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글을 써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제일 일반적인 방법은 (혹은 입문 수업에서 많이 채택하는 방법은) 수용한 주장을 전개하고, 그 주장에 할 수 있는 가능한 반박을 전개시킨 후, 그 반박이 실패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쓰게 되면 세번째 파트에서 자연스레 @irz 님의 생각이 묻어나오게 될 겁니다. 피드백이 필요하실 때 제게 보내드리면 제가 봐드릴 수 있습니다.

혹은, 사람들에게 발표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그 사람들이 이 악물고 @irz 님의 주장에 반대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정말 철학적으로 깊지 않아도 됩니다. 깊지 않더라도 바로 대답하기 힘든 질문들을 많이 시뮬레이션 돌려보세요. 그 반박들을 모두 대답할 수 있을 경우에는 앞서 말한 주장-반박-답의 구조로 글을 쓰실 준비가 된 겁니다. 하지만 반박 몇 개에 답을 할 수 없을 경우, @irz 님이 말씀하신

하는데 성공하신 겁니다.

전 처음 철학을 할 때, 무조건 반박들이 어려워야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반대에요. 반박은 쉬우면 단순할 수록 좋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 철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반례들을 보면,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Kit Fine은 necessary하지만 essential하지는 않은 성질을 보이기 위해서 소크라테스가 에펠타워와 다른 성질을 언급합니다. 소크라테스는 necessarily 에펠타워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에펠타워와 다르지는 않으니깐요 (소크라테스의 본질은 에펠타워와 연관이 없으니깐요). 이 예시를 언급한 건 반박들이 그렇게 복잡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냥 단순해도 되니 정말 논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드는 의문들을 전개시키는 연습을 하다보면 언젠가 자기만의 생각을 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거에요.

마지막으로, @irz 님이 평소에 많이 생각하시는 주제부터 시작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 어떤 생각을 많이 해왔고, 어떤 철학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여기다가 적어주시면 제가 아는 선에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만일 제가 모르는 분야라면, 다른 분이 도와주실 수 있으니, 부담없이 올려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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