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철학을 공부한다는것은.?

며칠전, 국어 수행으로 진로 분야 전문가, 존경하는 어른을 면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제가 유달리 붙임성도 적고 평소 관심있는 분야인 "철학"에 대해서 여쭐 어른도 주변에는 찾기가 꽤 힘들었습니다. 사실 최대한 많은 어른분들과 접촉해보았지만 이 짧은 시간 내에 긴 분량의 질문을 받아주시도록 설득하고, 시간을 맞출 여력이 저나 상대 어른에게도 큰 부담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내일 모래까지 기한인 면담은 질문 작성 외에 아무런 진척도 나가지 못하였고, 부득이하게 평소 많은 도움을 받은 서강올뺴미에 질문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먼저 여기 답변주신 내용을 저의 보고서에 인용해도 될지 여쭙겠습니다. (내키지 않으시다면 보고서에는 적지 않겠습니다.)

  1. 과연 대한민국에서 "철학 학도", 더 정확한 표현으론 "철학과 학부생"으로서 사는건 어떤 삶일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으로서, 철학을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여러 현실적인 난관들과 제가 정말로 철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활동을 잘 할수 있을지 확고한 자신이 없습니다. 정말 너무나도 많이 배우고 싶고, 너무나도 많이 알아가고 싶지만, 이 사회에서 제가 "하고싶은것"을 지향하는것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1-2. 그렇다면 정말 민감한 질문일지 모르겠지만, 철학과 학부생으로서의 삶을 살아보신 분들은 현재 어떻게 살고 있으실까요. 모든 철학과 학부생이 연구자로서의 삶을 살수도 없을 뿐더러, 적성에 안맞으신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요약해서, 만일 철학과를 진학한다면, "대학에서 철학을 배우는것"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들을 여쭙고 싶고, "그 이후의 현실적인 삶"에 대한 소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1. 공대 + 철학과 석사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에게 있어서 현실과 이상의 유일한 절충안이라고 생각듭니다.

  1. 신학과는 어떨까요.
    모태신앙으로서, 정말 오래전부터 목사님이 되고 싶단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와, 실제로 뵌 여러 못사님분들이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알기에 정말로 쉽지 않은 결정이 될듯 합니다. 혹여나 신학과 출신 분들이 계시다면 여쭙고 싶습니다.
  • 서강올빼미에 이미 올라온 여러 질문들을 참고해도 될까요..? (학교 보고서 제출 용)

이미 비슷한 주제로 많은 질문들이 올라온 터라, 제가 이렇게 다시 여쭙는것이 실례가 될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그 질문의 댓글에 직접 소견을 써도 되는지 허락을 맡는다면, 원래 질문의 당사자분께서 상당히 기분이 나쁘실것 같습니다.

혹여나 비슷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이미 작성하신 분께서 저에게 사용 허락을 주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이 질문에 답변 달아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YOUN님, yhk9297님, The New Hegel님, sophisten님, mandala님, dwarf_720님, rosenspur님, little_kant님, 정말 큰 도움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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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연 대한민국에서 "철학 학도", 더 정확한 표현으론 "철학과 학부생"으로서 사는건 어떤 삶일지 궁금합니다.

나름대로 재미(?) 있습니다. '학부생'이라고 한정지으셨는데, 적어도 저에게는 학부생 시절이 참 좋았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 성적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보니, (정확히 말해, 제가 다닌 고등학교가 굉장히 입시 경쟁이 치열한 곳이었다 보니,) 학교에서 언제나 위축되어 있었습니다. 철학에 대한 관심을 나눌 사람들이 주위에 없었던 것은 당연하고, 고등학교 1학년에는 아예 친구가 아무도 없어서 거의 왕따처럼 지냈어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와 보니, 저와 비슷한 성향을 지닌 분들이 주위에 한가득이더라고요. 공부도 제 적성에 맞는 철학이나 종교학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았을 뿐더러, 이런 분야들에서 나름대로 소소하게나마 성과들을 거두다 보니 참 보람있더라고요.

(2) 철학과 학부생으로서의 삶을 살아보신 분들은 현재 어떻게 살고 있으실까요.

대학원 철학과 박사 수료 상태입니다. 이제 학위 논문을 작성하는 일이 남았네요. 결혼도 하였고, 경제적으로 아주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딱히 아주 어렵지도 않습니다. 가끔 강의 의뢰가 들어오거나, 기고 의뢰가 들어오면,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마음껏 아이스크림 먹을 정도(?)의 용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예전에 1년 반 정도 병원 야간당직 일을 하면서 모아둔 돈이 약간 있어서 밥을 굶지는 않습니다.)

(3) 공대 + 철학과 석사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무엇을 목표하시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지망하시는 방향이 두 분야와 관련이 있으면 저런 경로도 나쁘지 않겠지만, '공대'와 '철학'이라는 막연한 명칭만으로는 정확히 무엇을 의도하신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공학에도 상당히 많은 분야가 있고, 철학에도 상당히 많은 분야가 있으니까요. 그 둘을 왜 함께 고려하시는 것인지가 분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4) 신학과는 어떨까요.

학문으로서의 신학과 실천으로서의 목회는 상당히 다른 것 같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시골 교회의 목회자이십니다. 그런데 목회는 교회의 행정과 재정을 관리해야 하고, 교인들 사이의 관계를 중재해야 하고, 지역 주민들과의 협력을 도모해야 하는 등, 굉장히 자잘한 업무들에 많이 부딪힙니다. (제 아버지의 시골 교회에서는 교회 차량 운행이나 교회 시설 정비 같은 업무도 목회자가 직접 해야 합니다.) 그래서 '신학'에 대한 작성자 님의 관심이 정말로 '목회'에 대한 비전과 연결이 되시는지 고민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 그 두 가지는 상충하기도 하는데, 가령, 현실의 목회를 하다 보면 시간적-재정적 문제 때문에 학문적 신학을 깊게 공부하기가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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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답변이 너무 없어서 짧게나마 남겨드립니다.

  1. 철학과 '학부생'으로서의 삶

이랄게 딱히 뭐가 있을까요? 학구열이 뛰어난 학생이라면 열심히 학교 수업 듣고 과제 잘 해가고 학점 잘 받겠죠 아무래도...?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서 진짜 본인 생활력 강하고 똑부러진 학생이면 대충 3-4학년부터 취업준비도 할 것이구요. 그 반대라면 열심히 학과 생활 하고 학교 행사 참여하고 친구들이랑 술 먹고 다니고 어디 놀러 다니고 연애도 하고 뭐 그러지 않을까요? 또 마찬가지로 여기서 더 나아가면 연애를 다양한 이성과 진심을 다해서 몇번 하다보면 괜찮은 인생의 반려자도 구할 수 있고 그럴지도요. 그런데 제가 조언하건데 둘중에 하나라도 확실히 하는게 정말 중요합니다. 생각보다 노는 것조차 제대로 못하는 학생도 많고 주어진 환경에 만족 못하고 반수나 재수, 편입, 전과 등등 고민하는 학생들도 많은데 물론 그게 본인이 정말 원해서 이루어지는거면 뭐 말리고 싶진 않지만 단순히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해서' 이루어진다면 실패할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는 법이니까요.

  1. 공대 + 철학과 석사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냐는건지 잘 모르겠는 질문입니다만 일단 제 생각에 학위 과정을 마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산술적으로 두배보다 훨씬 더 많이 걸릴 것 같아요. 공대 + 철학과 석사 학위를 '동시에' 진행할 수는 없을 거구요. 공학 석사를 딴 후 그 다음에 철학 석사를 따던, 혹은 그 반대가 되었던 할텐데 제 생각에 두 학위 과정에 아무런 연관성도 없어보이고 하나를 딴 후 굳이 다른 하나를 따야겠다는 생각이 잘 안 들 것 같아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글쓴분께 현실과 이상의 유일한 절충안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는데, 안타깝지만 굉장히 현실적이지 않은 계획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쉽지만 글쓴분의 보고서에 제 답변을 활용하지 않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음... 어떤 보고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고서에 활용될 정도의 답변이 아닌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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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님의 댓글을 보고 너무 비관적으로만 적은 듯한 제 댓글이 약간 부끄러워져서 첨언합니다만, 우선 1) 질문에 대해서, 철학과 학부생이라면 아직 "연구 활동"과는 거리가 상당히 멉니다. 말하자면 학부 과정이라 함은 일종의 탐색전과도 비슷한 것입니다.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반드시 철학과를 가야 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철학과를 가지 않았다고해서 철학을 공부할 수 없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대학은 전공 수업과 교양수업이라는 것이 있고, 보통 학기당 17학점을 들을 수 있는데, 최소한의 졸업 요건을 만족시킨 상태에서 타과 수업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 '타과 수업'에 철학과 수업도 포함되겠죠.) 한마디로, 스타크래프트 첫판부터 나의 '주종족'을 고르고, 죽을때까지 그 종족만 플레이 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1-2) 질문에 대해서, 사실 제가 글쓴분의 질문에 대해서 비관적인 댓글을 단 이유를 (비관적인 댓글을 달고 싶었던 이유를) 말씀드려보자면, 음... 뭐랄까요 아직 종족도 안 고르셨는데 일단 캐리어 뽑으려면 어떻게 해야되지? 캐리어 뽑으면 게임 판도가 어떻게 되지? 아.. 케리어 뽑아도 되나? 마치 이런 질문을 하고 계신것 같아요. 일단 프로브부터 한번 뽑아보세요.

마찬가지로 2) 질문도 프로브만 뽑아보셔도 이러한 질문 자체가 굉장히 무의미한 질문이라는 점을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3번 질문은 제가 신학과랑 전혀 관련이 없는 관계로 답변드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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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맞는 말씀인듯해요.. 솔직히 제가 현실적으로 하고싶은것만 쫒으며 살 수도 없을 뿐더러,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라는 말씀이 되게 크게 와닿네요. 정말 좋은 조언 감사드립니다!!

사실 3번, 4번 질문을 보면 제가 너무 얕게 생각하고 질문을 한게 아닐까 싶어 살짝 부끄러워지네요, 그렇지만 시골 교회의 목회는 정말로 존경심이 드는 일인건 저에게 있어서 분명합니다. 저도 매주 주일마다 말씀주신것과 같은 시골교회를 매주 나가고, 또 그것이 매우 고된 일인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그 역할을 잘 할수 있을지는 더 많은 생각을 해보아야할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무슨 공학을 고려하고 계시나요? 고등학생 때 가장 흥미롭게 여긴 공학이 실제로 자신이 가장 많이 공부할 공학과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지금부터 세부 분야를 피상적으로라도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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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학부생이고, 대학원 진학까지 약 3개월 남겨두고 있네요. 저 역시 고등학교 1학년 때 철학에 빠졌는데요. 그때의 문제 의식을 세부 전공으로 대학원 진학 예정입니다.

대학에서 좋아하는 것을 많이 배웠고, 대체적으로 만족합니다만, 만약 테크니컬하거나 매니악한 분야를 좋아하신다면 아쉬우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e. g. 전기 비트겐슈타인, informal한 논리학 등) 만약 철학과에 진학하시게 된다면, 완전히 관심 없는 분야라도 몇 개쯤 들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현재 마지막 학기에 뭔가 세부전공이 흔들리는 기분(지금의 저)을 겪지 않게요...

1-2. 학기 중에 평범하게 (연구가 아닌 식으로) 개인 사업이나 정규직도 해봤는데요.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살아선지, 꼭 한국에 있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아직 "그 이후"의 삶에 도달하진 않아서 확언할 수는 없지만, 저는 타인을 가르치지 못할 것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교수자가 아닌 길도 다양하게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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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대 + 철학과 석사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같은 경우는 학부를 ‘불문학’하고 우연히 접한 ‘컴공’을 복수전공한 케이스입니다. 지금은 개발자를 하고 있습니다.

공대와 철학을 같이 하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특히 현 사회에서 공대 학문이 현실적인 상충안으로 스스로 제시한 것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본인의 상황에서 잘 살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공대 내에도 수많은 학과가 있고 공대 하나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범위가 큽니다. 단지 현실적인 상충안으로 공대를 고르신 것이라면 추후 이도저도 아닌 현실에 부닥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러 분야를 접하는 제너럴 리스트가 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제너럴리스트 이전에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현실적인 상충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발전시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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