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절판되었던 리처드 로티의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가 지난 달에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출간 소식을 알게되고 나서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책을 구매했네요. 우선 로티에 대한 여러 명망 있는 철학자들의 찬사부터 올립니다.
위르겐 하버마스
"흠잡을 데 없는 학술적 산문을 구사한 몇 안 되는 철학자들 가운데에서도 로티는 시적 정신에 가장 근접해 있다. 로티의 글이 문학처럼 세계를 열어주는 힘을 갖게 된 이유는 얼어붙은 전문 용어들을 갱신하여 눈을 새롭게 뜨게 만드는 창의적인 혁신 전략 때문이다. 수십 년에 걸쳐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표현들로 나를 놀라게 했던 동료는 로티 말고는 없었다."
마사 C. 누스바움
"로티는 철학과 문학 사이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주장을 통해서 커다란 공헌을 했다. 그는 도덕적 진보에는 상상력과 공감의 함양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이는 너무 자주 간과되는 중요한 진실이다."
로버트 브랜덤
"로티의 영향력은 그의 죽음 이후로 점점 커지고 있다. 당시 분석철학 내에서 로티보다 주류였으며 더 인정받았고 더 영향력이 컸던 사람들과 비교할 때 로티는 더 큰 비율로 새로운 독자들을 얻고 있다. 나는 철학자들이 새로운 세대의 젊은 철학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는 사람과 그들의 시대에 기여했던 사람으로 나눠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로티의 철학이 셀라스가 '영원한 철학'이라고 부르는 것, 즉 그가 쓴 것들을 읽으면서 새로운 세대들이 새로운 영감을 발견하게 될 지속적인 관심사를 다루는 데 기여한 철학이었다고 생각한다."
하버드 북리뷰에서는 로티의 책을 이렇게 평가했네요.
"이 책에서 로티는 진리가 아니라 지혜를 제공한다. 그의 모든 작품과 마찬가지로 박식함과 재치, 보기 드문 설명의 명료함을 겸비하고 있다."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로티 찬양(?)도 덧붙여 봅니다.
"대학원 시절에 K 선배님과 나는 종종 로티를 '진리의 철학자'라고 부르곤 했다. 로티는 대륙철학과 분석철학과 문학비평을 넘나들면서 정말 포괄적이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인물인데도 언제나 논의의 핵심을 찌르는 '맞는 말'만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특정한 철학적 주제에 대해 내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로티가 그 주제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했는지를 참고해보는 습관까지 가지게 되었다. 오늘도 로티의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를 읽으면서 어떻게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이 이렇게 다 '진리의 말씀'(?)으로만 가득할 수 있는지 감탄하고 있는 중이다. 거의 복음서처럼 들고 다니며 온 세상에 로티를 전도라도 해야 할 지경이다. 들뢰즈는 스피노자가 '철학자들의 그리스도'라고 했는데, 나에게는 로티가 '철학자들의 그리스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