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를 가도 될까요?

현재 고3입니다 이전 까지는 조리과를 들어가려고 요리 관련 공부를 했는데 막상 철학을 조금 배워보니 철학도 아주 흥미로운것 같습니다 (물론 현재까지 읽은 철학서 권수가 1권이지만요..) 판단이 너무 이른것 같지만 지금 철학과 가는 것을 고려해 보아도 괜찮을까요? 혹은 지금 이런 것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늦은것일까요?

3개의 좋아요

고등학교 3학년이시면 아직 20대도 되지 않았는데, '너무 늦은' 게 어디 있나요?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10대 시절의 시험 성적만으로 인생 전체를 결정지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회가 이상한 거죠. '너무 일찍' 인생을 판가름내는 셈이니까요. 다만, 현실적으로 조언을 드리자면, 단순히 '흥미'만으로 학과를 선택하는 것은 다소 불안해 보이기는 합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으로 배워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가 아직 명확하지 않으니까요. 대학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기관인 만큼, 신중하게 선택을 하시면 좋겠네요. 사실, 철학을 배울 수 있는 경로 자체는 매우 다양합니다. '전공'으로 배우고 싶다는 것은 흥미의 영역을 넘어서서 '진로'나 '직업'의 영역까지 고려한다는 의미이니, 철학으로 어디까지 나아가고 싶으신지를 확실하게 하셔야 할 것 같아요.

6개의 좋아요

답변 감사드립니다 역시 아직 철학 풋내기인지라 조금더 깊게 그리고 많이 배워봐야 결정 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배울 시간이 없긴 하지만요)

이건 좀 번외인 질문이지만 철학 관련 직종이 교수 말고 다른 것이 있는가요? 뭔갈 가르치는 것은 자신이 없기에 연구원 비스무리 한 것이 있으면 그런쪽으로 가고싶습니다

1개의 좋아요

철학 전공을 살려서 작가, 출판 업계 종사자, 영화 감독, 박물관이나 미술관 큐레이터, 상담사, 정치인, 교사, 논술 학원 강사 등으로 나가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철학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직업이 아니더라도, 철학에서 배운 글쓰기 능력이나 논리적 사고 능력을 바탕으로 다른 여러 직종에서 잘 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제 주변만 하더라도, 철학과를 졸업하고서 대기업 사원, 은행원, 프로그래머, 개인 사업자 등으로 성공적으로 살아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학원 이상으로 철학을 공부할 경우에는 선택할 수 있는 직종이 다소 제한적이기는 합니다. 대학원까지 들어왔다는 것은, 정말로 철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기를 선택했다는 의미니까요. 이 경우 대부분 학위를 받고서 대학에서 활동하게 됩니다. 대학의 전임/비전임 교수, 대학 소속의 철학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활동하게 되죠. 그런데 '연구소'라는 명칭을 사용한다고 해서 이공계 연구소 같은 기관을 상상하시면 안 됩니다. 대학의 철학 연구소들은 대체로 학술지를 편찬하거나 철학 관련 행사(콜로키움, 세미나, 강연)를 진행하기 위한 기관이라, 아마 작성자 님이 상상하시는 종류의 연구와는 다소 거리가 멀 거예요. 자잘한 행정적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생계를 보장할 만큼의 임금이 나오는 경우도 드뭅니다.

학과를 고민하시는 것 자체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고민의 방향과 목적이 분명해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 단순히 '철학 공부'가 하고 싶은 것인지, 철학 및 인문학 관련 직업이나 직종에 종사하고 싶은 것인지, 전문가 수준의 철학 연구가 하고 싶으신 것인지를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고민 없이 단순히 흥미 위주로 철학과를 들어왔다가 실망하는 경우를 정말 많이 보았어요.

4개의 좋아요

이 늦은 밤 두서 없이 적은 짧은 질문글에 장문의 답변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 생각이 너무 짧은것 같네요 직업도 교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꽤나 많은 직업으로 뻗을수 있었다는것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해주신 철학의 방향성과 목적 깊게 고민하고 답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답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개의 좋아요

강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청중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하듯이, 직업 선택도 경제적으로 독립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즉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은 좋지만 전제가 좋아하는 일을 했을 때 내가 하는 일의 결과가 타인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인간이 집단 속에서 살려면 기본적으로 타인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자신의 욕구와 욕망만을 쫓는 경우 힘들게 살 확율이 높아집니다.

참고로 저는 학부에서 전공은 철학, 부전공은 종교학을 했습니다. 그러나 직업은 대기업에서 영업으로 시작해서 재무를 하다가 말년에 직원 교육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비인기전공에 대한 선입관을 다른 장점으로 뛰어 넘을 자신이 있다고 하면 학부전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 경우는 세속적인 욕심에 비해서 제 능력이 부족해서 철학전공자라는 타이틀이 힘보다는 짐이 되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5개의 좋아요

좋은 경험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후회를 아예 안 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이 결정은 많이 고심해 보고 결정하도록 해봐야겠습니다

1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