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논리학을 좋아합니다. 저는 철학과가 아니지만 논리학을 접하면서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재미있어하는 학문을 만났다는게 이런 기분이구나!"라는 것을 인생에서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학문입니다.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중 문뜩 영어공부를 하다가 권태에 빠져버렸는지, "어떤 언어가 세상에서 가장 논리적일까?"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요즘은 논리학을 접할 일이 없어서 향수를 느끼게 되었는지 이런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여러분들께서 생각하시기에 가장 논리적인 언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ps. 구글에 most logical language라고 검색해보니 Lojiban이라는 인공언어가 나오더군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논리적이라는 단어가 어떤 가치를 나타내는지 좀 더 분석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떠오르는 건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언어 중에 가장 논리 전개를 하기에 수월한 문법을 가진 언어는 무엇인가? (물론 진리에 케바케겠지만)
진리의 케바케겠지만, 사실 프로그래밍 언어로 한정하면 좀 더 생산성있는 논의를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상용화된 모든 프로그래밍 언어는 튜링-완전합니다. 즉 계산 가능한 (논리 전개를 어느새 계산 가능한 이라고 표현을 바꾸었습니다 호호) 모든 로직을 모든 상용화된 프로그래밍 언어로 짤 수 있죠. 하지만 1960년대에 쓰인 어셈블리어나 그 후에 개발된 코볼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개발자는, 극히 드뭅니다. 그 후에 만들어진 자바나 파이썬에 비해서 생산성(즉 기능을 만들 때 걸리는 시간, 혹은 시간당 라인 수)이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프로그래밍 언어 차원에서 기능 개발에 주로 쓰는 패턴들을 작성하기 편리하고 문법적으로 자연스럽게 쓸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줍니다. (즉 프로그래밍 언어 개발자가 개발자들의 편의를 위해 미리 인프라를 만들어논 것입니다. ) 물론 코볼이나 어셈블리어도 오래 쓰고 인프라를 대체하는 테크닉을 익히면 저런 차이가 많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그 자체가 learning curve고 비용이죠. 이는 프로그래머들 대부분이 공유하는 직관이죠. 이 직관을 자연어에 확장하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자연어 중에도 논리전개에 수월한 문법을 가진 언어가 따로 있지 않을까?
하나 의미있는 구분은 교착어(한국어나 일본어)와 고립어(중국어,영어)와의 비교입니다. 저는 수학 증명 문제에 대한 서술을 할 때, 영어로 작성하는게 훨씬 편하다는 생각을 자주했어요. which 같은 접속사나 주어와 동사가 붙어있는 점이 일상표현이 아닌 긴 논리전개를 할 때, 한국어보다 매우 편리했거든요. 물론 한국어도 단문으로 끊어쓰는 테크닉에 정통할 수록 이런 차이가 많이 희석됩니다만, 애초에 그런 테크닉을 익히는 거 자체가 상당한 비용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굉장히 재미있는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컴퓨터 언어를 말씀해주셔서 생각해보니 프로그래밍 언어는 확실히 완전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말씀해주신 고립어와 교착어에 대한 것도 공감합니다. 저도 한국어로 논리를 전개하는 것보다는 영어나 한자가 더 편하다고 생각되었었거든요. 아마 교착어에 어떤 이점이 있겠지요? 댓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로지반(Lojban)을 배울 시간이 아직 없어서 아쉽네요.
저도 뭔가 재미있어보여서 흥미는 있지만 너무 본격적인 느낌이라 망설이게 됩니다ㅠ.
저는 '본격적인' 게 오히려 좋은데 지금 할 일이 너무 쌓였네요.
수학 아닐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