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 질문

철학적 탐구 224 (2권)
나는 어떤 사실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느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확실히 안다는 것은, 의심 앞에서 눈을 감았기 때문이 아닌가?“ - 그렇다. 눈은 벌써부터 감겨 있다.

말하고 있던 맥락에서 정확히 눈의 비유를 통해 어떤 부분을 말하고 싶었던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타인의 고통이나 두려움을 의심하지 ‘않은’게 아니라 애초에 의심이 성립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던 건가요? 명확한 해설이 궁금하네요…

이 말은, 당신이 확실히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다른 가능성들을 무시하고 고려하지 않기 때문 아니냐는 문제 제기입니다.

여기서

이 말은, 한편으로는 앞서의 지적이 정확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첫 인용이 말하는 바대로,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내가 몇몇 가능성들을 무시하고 고려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말은, 그 지적이 그래서 무슨 문제를 제기하느냐고 되묻는 기능을 간접적으로 수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속뜻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별도의 사고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왜냐하면, 비트겐슈타인의 서술은 대개 [무엇이 자연스럽고 정상적인지]를 기술하는 데 그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방법론에 관해서는 다른 곳에서 말했(다고 지 혼자 판단했)기 때문에 나머지 대부분의 파트에서는 그 방법을 실행만 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비트겐슈타인이 위에서 말한 바만을 고려하면

이런 의미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추가적인 발상들을 떠올려 봐야 합니다.

우리의 언어는 말하자면 우리의 생태입니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땅에 묻듯이, 철새가 계절마다 도래지를 오가듯이 그렇게 우리는 언어와 더불어 생활을 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를 내면의 (비언어적(?)) 사고를 바깥으로 꺼내는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발상에 반대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방법론은, 철학에서 주요하게 다뤄졌던 개념들이, 언어와 함께하는 우리의 생활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실제 우리 언어게임을 살펴보면서, 철학이 개념들을 우리의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또 얼마나 동떨어진 채로 다뤘는지를 직시하게 되면, 철학에서 그 특유의 사고방식에 의거해 말해지는 "개념"들은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 철학 자신의 발명품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렇게 파악되는 순간, 우리의 생활과 관련하여 철학적 논의가 갖는 충격력은 소멸합니다. 예컨대 앎과 관련하여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대안적 가능성을 배제해야 앎이다"라고 철학적 의도로 규정한다면, 그때의 "앎"은 철학자들이 만들어낸 "so-called-앎"에 지나지 않고, 우리가 생활에서 아냐 모르냐고 이야기할 때의 앎과는 무관하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철학적 번뇌라는, 스스로 자신을 옭아맨 밧줄에서 해방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제 설명에는 큰 비약이 있습니다. 그 정확한 지점은, 어떻게 언어생태 직시하기로부터 철학적 개념들이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발명품이라는 결론을 끌어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여기서 논하기에 이 주제는 너무 복잡하고, 아마도 제가 예전에 이 커뮤니티에 쓴 글 몇몇이 그 갭을 메우는 힌트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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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수많은 비트겐슈타인 해설가들이

"~를 하지 않은 게 아니라 ~할 가능성이 성립조차 하지 않는다. 문법은 논리적이다."

뭐 이런 식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언급들을 해설합니다. 물론 아주 틀린 해설은 아닙니다. 근데 여기서 ~할 가능성이 성립조차 하지 않는다는 식의 주장은 별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측면에서 그러한데

  1. "가능한데? 뭐가안 된다는 거임?" 해버릴 수 있습니다.
  2. "그걸 니가 어떻게 앎?" 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

사실 문법이 논리적이라는 언급 등은 이런저런 사고의 끝에 다다라서 내려지는 결론이 주는 통찰을 한 마디로 요약정리한 것에 가깝습니다. 이걸 사고 과정을 해설하는 데에 써먹으면 읽는 사람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게 되거나, 독단적으로 과격한 소리를 한 것으로 읽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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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지하게 읽다가 진지하게 웃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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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에 대해서는 윗분들의 말씀에 첨언하여, 비트겐슈타인의 '확실성에 관하여'를 검토해보시는걸 추천합니다!
'앎'과 '확실성'의 문제에 관한 비트겐슈타인 본인의 (아마도) 가장 성숙한 저작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