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 대학원에 학생들이 안 온다”…철학은 제 역할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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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석사과정 때 지도교수님이 <교수신문>의 <학문후속세대>시리즈에 기고한 글입니다.

주장 자체는 흔히 들을 수 있는 것인데, 논조가 아주 세네요.

기사 중 < 철학만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부분 일부를 옮깁니다(강조는 저).

인문학의 소멸을 막기 위해서 석·박사과정 지원사업에 더 많은 중점적 비중이 주어질 필요가 있다. 여기에도 이미 어느 정도 지원이 있어왔다. 필자가 퇴임하기 전까지는 연구재단 사업에 선정되면 석사과정과 박사과정 연구보조원에게 60만 원과 120만 원이 장학금으로 지급됐다. 이 정도로는 이들의 생활은 영화 「기생충」의 하층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고생 끝에 박사가 되고 연구교수가 되기까지 7년간 이들은 기생충으로 살아야 한다. 이들이 최저 생계를 유지하며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개선이 필요하다.

다들 후속세대에 대해 걱정하며 인문학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표현은 보기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많은 대학원생들은 고작 그 "기생충" 같은 삶이라도 살려고 연구재단에 지원서를 넣고, 합격하면 또 기생충이 됐다는 사실에 기뻐하지요. 저도 지금 기생충 500명을 뽑는 인문학 박사과정 관련 연구재단 과제에 지원서를 넣고 기생충이라도 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돈 때문에 학부·석사를 나온 곳도 아니고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이미 기생충으로 공부하고 있는 저에겐, 돈 때문에 어떻게든 미국으로 유학가서 기생해야 하는 저에겐 심금을 울리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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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는 4년 전에 휴학하고 독학하다가 지난해에 한국항공대학교를 자퇴했어요. 2년 전에 제 친구들과 함께 린 정리 증명기를 배우고 나서, 지난해부터 한국에 얼마 없는 린 라이브러리 개발 기여자가 됐습니다. 그렇지만 돈은 아직도 못 벌고 있어요. 저는 취업에 도움이 안 되는 능력을 기르는 데 많은 시간을 썼으니까요.

대학에서 떠났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제가 원하던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2년 동안 수능을 준비한 시절도 제게는 시간 낭비가 됐죠. 이제 제가 그나마 잘하는 일을 갖고 수학 교육용 게임이든 다른 문화 콘텐츠든 뭔가를 만들어서 팔지 못하면, 경제적 자립의 측면에서는 제 손으로 제 인생을 말아먹은 셈이 됩니다.

운이 좋으면, 올해 하반기나 다음 해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산하 기관인 오픈업의 지원을 받아 대학생이나 프로그래머에게 린 정리 증명기의 이용 방법을 가르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돈을 더 벌려면 제가 창업해야 돼요.

하여튼 인문학 말고도 한국에서 연구하며 먹고살기 힘든 분야가 있긴 합니다. 그 분야에 종사하는 대학교수가 없으면 꽤 난감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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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원을 해달라는 얘기가 되는데, 외부자 시선에서 보면 철학에 자금을 지원할 이유가 글에 잘 안 보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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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엔 글의 첫 파트 <철학의 과제, 자기 시대의 개념적 파악> 부분이 철학에 돈을 지원해서 살려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이것이 있기 때문에 <철학적 지식은 사회에 나아갈 개념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데 돈을 벌기 쉽지가 않다. 사회는 철학 연구자의 최저생계는 보장해야한다>라는 세번째 파트의 주장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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