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 학파에 대한 오해

취미삼아 읽고 있는 책에서 개인적으로 인상깊은 부분이 있어서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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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쾌락을 달콤하다 하지 말게.
쾌락의 쓸개즙이 터지면 바로 알아차릴 걸세.
세상의 쾌락이란
쓰디쓴 최후를 맞게 된다네.
비록 철학교사 에피쿠로스가
쾌락을 최고의 선이라고 주장하긴 했어도 말일세

출처: 제바스티안 브란트(Sebastian Brant), <바보배(Das Narrenschiff)> (1494) 에서 '쾌락에 빠지는 바보'에 대하여.

요즘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어떻게 배우는지 모르겠네요.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고등학생일 때에 "에피쿠로스 학파 = 쾌락주의"라고 단순화해서 배웠고, 심지어 당시에 학교 선생님이 암기하기 쉽게 "쾌락을 추구하면 타락하니까 아타락시아(ataraxia)"라는 식으로 알려줬던 게 기억이 나네요. 이제는 이런 에피쿠로스 학파를 이런 식으로 이해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에피쿠로스 학파가 적극적인 의미에서 쾌락의 추구를 주장하였다기보다 쾌락을 '고통의 부재'로서 이해하였다고 보는 쪽이 더 적절할 것입니다.

여담으로 인용한 <바보배> 책 자체는 마치 15세기 유럽판 명심보감을 읽는 느낌입니다. 나쁜짓을 하지 말라,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 하느님을 믿으라 같은 교훈적인 메시지를 주로 전달하는 책입니다. 다만 각 주제를 묘사한 삽화를 보는 재미가 소소하게 있고 독일어 원문으로는 각운을 딱딱 맞춰서 쓴 글이기 때문에 그런 걸 찾아보는 것 또한 나름의 재미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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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런 식으로 외웠어요ㅋㅋㅋㅋ 그렇지만 에피쿠로스가 추구한 쾌락주의가 단순히 감각적인 쾌락을 쫓는 입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게 당시에도 교과서에 나와 있긴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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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는 아껴놔쓰
그래서 스콜르 아퀴나스…… 잊혀지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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