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 §16

GT §16

주요 내용

니체는 지금까지 논의의 기이한 성격과 자신 시선의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자신 시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사한 현상을 관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낙천주의적 인식관’과 ‘비극적 예술에 대한 욕구’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을 목격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전자 ‘비극적 세계관의 가장 존귀한 적’인 ‘소크라테스를 본류로 갖는 학문’을, 후자는 ‘독일 정신의 희망’인 ‘비극의 재탄생을 보증하는 것처럼 보이는 세력’을 함의한다.

그러나 니체는 곧바로 관찰에 들어가지 않고 아폴론·디오니소스 대립을 다시 상기시키며 예술 작품의 원리가 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개별화의 원리 및 조형 예술과 관련된 아폴론 그리고 개별화의 원리 파괴 및 음악과 관련된 디오니소스의 대립을 논하면서, 자신처럼 이 대립을 파악한 쇼펜하우어의 공적을 높이 사며 그의 사상에 대해 논한다. 니체의 요약에 따르면, 쇼펜하우어 사상의 핵심에는 음악이 있다. 그에 따르면, “음악은 모든 다른 예술처럼 현상에 대한 모사가 아니라 의지 자체의 직접적인 모사이며, 따라서 세계의 모든 물질적인 것에 대해서 형이상학적인 것, 모든 현상들에 대해서 물자체를 표현”하는 것이므로, “모든 다른 예술과는 다르면서도 그것들보다 뛰어난 성격과 근원이 있다(GT, KSA 1: 103-104, 재인용).” 그러고선 바그너가 쇼펜하우어의 이 사상이 진리라고 확신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길게 인용하며 자신 요약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이후 니체는 쇼펜하우어 사상을 아폴론·디오니소스 논의 맥락에 덧붙인다. 핵심은 다음의 둘이다. 첫째, 음악은 디오니소스적인 보편성을 비유적인 형식으로 관조할 수 있게 만든다. 둘째, 음악은 비유적인 형상이 최고의 의미(혹은 고양된 의미)를 갖고 나타나게 한다. 달리 말해, 이미지와 개념을 고양하여 신화로 만든다.

마지막으로, 니체는 지금까지 논의를 개별화의 원리의 맥락에서 다룬다. 우리는 비극의 주인공이 파멸되는 것을 보고 쾌감을 느끼는데, 이는 단지 그 주인공이 개별화의 원리 배후에 있는 전능한 의지가 현상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현상 세계 속의 파멸에도 불구하고 배후의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영원히 생명을 갖고 있다. 바로 이것이 비극을 통해 잘 드러난다. 우리는 조형 예술(아폴론적인 것)을 보고도 아름다움(쾌)을 느끼는데, 이는 그것이 현상의 영원성을 밝게 찬미하여 개별화된 세계 내에서 느끼는 우리의 고통을 씻어내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니체는 다시 돌아가서 디오니소스적인 비극 예술에 대해 논한다. 니체는 디오니소스적인 예술이 주는 “왜곡되지 않은 참된 소리”를 자신은 들을 수 있다는 듯이 우리에게 전해주며 글을 맺는다(GT, KSA 1: 108).

짚고 넘어갈 점

  1. 니체는 발레를 예로 들면서 “비극 예술에 대해서 대항하는 모든 적대적 충동들을 무시하겠다”고 말한다(GT, KSA 1: 103). 쇼펜하우어를 받아들인 니체의 입장에서 그것이 비극 예술에 대항하는 것(또는 예술 같지도 않은 예술)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니체가 사용하는 쇼펜하우어 인용문 끝부분에서 드러나듯이, 음악 예술은 세계 본질과 의지에 대해 논하는 것이어야 하지 현상만을 불충분하게 모방해서는 안 된다. 반면, 발레는 (그리고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무한하고 표상 불가능한 표현 가능성을 지닌 심포니와 반대되는 반-심포니적인 음악 또는 응용·구체화된 음악)은 단지 인간 삶의 개별적 그림들을 보일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것은 비극적인 예술이 아니다.

  2. 니체가 첨언 표시를 통해 언급한 바를 통해 그가 단순한 음악 이론가가 아니라 당대 문화를 비평하는 자라는 점이 명징하게 드러난다. “―독일 정신을 위해서 이외에 다른 복된 희망이 존재할 것인가?―(GT, KSA 1: 103).”

  3. 니체가 글 마지막에서 신들린 듯이 말하는 디오니소스의 목소리에서 핵심은 그것이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참된 것’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상의 … 근원적인 어머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한낱 예술적 충동·느낌 또는 형이상학적 진리가 아니라 ‘인간을 생존하도록 영원히 강제’하는 인간 현존의 바탕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대들(인간)은 나(디오니소스)처럼 존재하라!”라는 니체의 입을 빌린 디오니소스의 명령은 개별화 원리 혹은 모든 현상 피안에 존재하며 어떠한 파멸에도 굴하지 않게 살라는 명령으로 재번역될 수 있겠다.


출처: KSA 1: 10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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