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스키의 글 「진리와 증명」 중 ‘진리와 증명의 관계’ 절에서 타르스키가 수행하는 증명은 보다 상세하게는 다음처럼 정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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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구문론적 규칙과 형식적 증명 규칙을 포함하는 자연수의 산술에 관한 이론 N을 대상언어로 하고, 이를 설명하는 형식화된 메타이론을 M이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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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 모든 증명 규칙은 N의 산술 규칙으로 번역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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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N의 모든 산술 규칙은 M의 증명 규칙으로 번역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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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N의 모든 증명 가능한 문장은 M으로 번역 가능하며, M의 모든 증명 가능한 문장은 N으로 번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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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N와 M에서 증명 가능한 문장의 수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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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M의 모든 참인 문장들이 N으로 번역 가능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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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N과 M에서 증명 가능한 문장의 수와 참인 문장의 수는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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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모든 증명 가능한 문장은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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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모든 증명 가능한 문장의 수는 모든 참인 문장들의 수보다 많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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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증명 불가능하면서 참인 문장이 존재한다.
타르스키는 글에서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이 “증명 불가능하면서 참인 문장”은 메타언어에 속한다. 이를 위의 추론으로부터 도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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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에 의해, M에서 참이면서 N에 속하지 않는 문장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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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증명 불가능하면서 참인 문장이 M에 존재한다.
결국 「진리와 증명」에서 타르스키는 대상언어를 이용해 메타언어 내 증명 불가능하면서 참인 문장의 존재를 증명한 셈이다.
한편 타르스키가 언급하는 괴델의 정리인 제1불완전성 정리가 증명한 것은 다음의 명제이다.
자연수 체계를 포함하는 모든 체계에는, 증명 불가능하면서 참인 명제가 적어도 하나 존재한다.
이는
자연수 체계를 포함하는 모든 체계에서, 모든 참인 명제는 증명 가능하다.
를 부정함으로써 얻어진다.
자연수 체계를 포함하는 하나의 체계(S라 하자) 내에서 모든 참인 명제가 증명 가능하다고 가정하자. 각각의 식에 일대일 대응하는 괴델수를 부여함으로써, 증명 개념을 포함하는 S의 문장을 자연수 체계의 문장으로 번역할 수 있다. 이때 S에 있는 다음의 문장 G도 괴델수 g를 통해 자연수 체계로 번역할 수 있다.
G: ~(∃x)Dem(x, Sub(y, 17, y))=g
G는, 괴델수가 g인 식의 증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G가 거짓이라고 가정할 경우, G가 거짓이라는 점으로부터 ~G에 대한 증명이 있음을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는 ~G와 모순이다. 마찬가지로 G가 참이라고 가정할 경우, G에 대한 증명이 있음을 보일 수 있다. 이는 G와 모순이다. 결국, 하나의 체계 내에서 모든 참인 문장이 증명 가능하다고 가정할 경우, 체계 S는 모순적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결국 증명 체계가 무모순적이라면, G와 ~G 중 어떤 것도 증명할 수 없다. 그리고 G의 의미상 G는 참이다. G가 증명 불가능하면서 참이므로, 증명 불가능하면서 참인 문장이 존재한다.
이제 타르스키의 불완전성 증명은 괴델의 증명과는 무엇이 유사한가?
(1) 두 증명이 이끌어내는 결론이 같다.
(2)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포함하는 두 개의 체계가 등장한다. 괴델에서 이는 자연수 체계 N과 N을 포함하는 임의의 체계 S였으며, 타르스키에서 이는 대상언어 N과 N을 포함하는 메타언어 M이었다.
그러면 두 증명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가?
(1) 괴델은 거짓말쟁이 역설 문장에 해당하는 G를 끌어들임으로써 귀류법적으로 증명을 수행한다. 반면 타르스키는 애초에 역설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제한 조건을 마련했다. 특히 메타언어의 모든 참인 문장들이 대상언어의 문장들로 번역될 수는 없다는 조건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타르스키는 역설이 발생하지 않는 조건들을 바탕으로 제1불완전성 정리에 해당하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타르스키의 용어를 빌리자면, 괴델은 대상언어와 메타언어에서 모든 참인 문장들의 집합과 모든 증명 가능한 문장들의 집합이 일치한다고 가정한 후, G를 통해 모순을 이끌어냄으로써 이 가정의 거짓을 증명했다. 한편 괴델의 정리를 빌리자면, 타르스키는 자연수 산술 체계 N과 이를 포함하는 임의의 체계 S를 구분한 후, 두 체계의 관계에서 역설이 발생하지 않는 몇 가지 조건들을 부여한다. 그리고 결론에 대해 귀류법이 아닌 증명을 수행한다.
(2) 타르스키의 증명은 “증명 불가능하면서 참인 문장”이 존재한다는 점은 말해주지만, 이 문장이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한편 괴델은 “증명 불가능하면서 참인 문장”의 구체적인 실례인 G를 이미 갖고 있다.
타르스키는 다음처럼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론의 언어 내에 정식화되어 있으면서 참이지만 증명 불가능한 문장들이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으며,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증명하려 시도하는 것들 가운데 그러한 문장들이 발생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Tarski, 1969: 77) 그리고 타르스키의 말을 방증하듯 증명 불가능하면서 참인 문장의 실례가 G 말고도 존재한다. 예컨대 괴델과 코헨(J. Cohen)은 칸토어(G. Cantor)가 제시한 연속체 가설이 증명 불가능하면서 참인 명제임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