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덕, 『표상의 언어에서 추론의 언어로』, 제4장 요약

이전보다 더 축약해서 적으려고 노력했는데 핵심만 정확하게 요약하는 것이 쉽지가 않네요... 더 나아질 것이란 믿음을 갖고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이병덕, 『표상의 언어에서 추론의 언어로』,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17.

제4장 러셀의 확정기술이론

  1. 확정기술이론

러셀은 마이농의 존재론을 받아들이지도 않으며, 프레게처럼 뜻과 지칭체의 구분도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는 확정기술구가 진정한 단칭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모든 확정기술구는 확정기술구가 없는 문장들에 의해 맥락적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 『이방인』의 그 저자는 프랑스 사람이었다. (The author of The Stranger was French.)

(*)은 다음 연언과 동치이다.

(∃x)Sx
& (∀x)(∀y)((Sx&Sy) ⊃ x=y)
& (∀x)(Sx ⊃ Fx)

다음과 동치이기도 하다.

(∃x)(Sx & (∀y)(Sy ⊃ x=y) & Fx)

이와 같이 확정기술구가 포함된 문장 (*)은 확정기술구가 없는 문장으로 분석될 수 있으며, 이는 표층문법surface grammar 상에서 단칭어인 것이 심층문법deep grammar의 차원에서는 진정한 단칭어가 아님을 보여준다.

확정기술구가 진정한 단칭어가 아니라면, ‘확정기술구의 의미는 그것의 지칭체이다’는 논제는 참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의미지칭이론이 틀려서가 아니라, 확정기술구가 진정한 단칭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셀은 ‘진정한 단칭어의 의미는 그것의 지칭체이다’라는 논제가 여전히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1. 네 가지 문제의 해결

존재하지 않는 것을 지칭하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

(1) 현재의 프랑스 왕은 대머리이다(The present King of France is bald).

(1’) (∃x)(Fx & (∀y)(Fy ⊃ x=y) & Bx)

(1)은 (1’)의 의미로 설명될 수 있다. 따라서 (1)은 유의미하다.

부정존재진술의 문제

(2) 현재의 프랑스 왕은 존재하지 않는다(The present King of France doesn’t exist).

(2’) ~(∃x)(Fx & (∀y)(Fy ⊃ x=y))

(2)은 (2’)의 의미로 설명될 수 있으며, (2’)의 진리치는 참이다. 따라서 (2)는 유의미한 참된 문장이다.

동일성에 관한 프레게의 퍼즐

(3) 『이방인』의 저자는 『이방인』의 저자이다(The author of The Stranger is the author of The Stranger).

(4) 『이방인』의 저자는 『페스트』의 저자이다(The author of The Stranger is the author of The Plague).

(3’) (∃x)(Sx & (∀y)(Sy ⊃ x=y) & (∃u)(Su & (∀v)(Sv ⊃ u=v) & x=u))

(4’) (∃x)(Sx & (∀y)(Sy ⊃ x=y) & (∃u)(Pu & (∀v)(Pv ⊃ u=v) & x=u))

(3)과 (4)는 각각 (3’)과 (4’)의 의미이다. (3’)은 『이방인』을 쓴 유일한 사람과 『이방인』을 쓴 유일한 사람이 동일하다는 것이고, (4’)는 『이방인』을 쓴 유일한 사람과 『페스트』를 쓴 유일한 사람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3’)보다 (4’)가 더 정보적이고, 이러한 관계는 (3)과 (4)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체실패의 문제

(5) 철수는 『이방인』의 저자가 『이방인』의 저자라고 믿는다.

(6) 철수는 『이방인』의 저자가 『페스트』의 저자라고 믿는다.

(5)와 (6)의 믿음을 이루는 명제는 (3)과 (4)이다. 그런데 (3)과 (4)는 단순한 동일성 문장들이 아니다. 오히려 (3’)과 (4’)와 같이 복잡한 양화명제들이다. 표층문법 상에서는 두 확정기술구가 대체될 수 있어 보일지라도, 심층문법에서는 대체될 수 없다. 따라서 (5)와 (6)에는 애초에 대체원리가 적용될 수 없으므로, 이들은 대체원리의 반례가 아니다.

  1. 스트로슨의 비판과 러셀의 반론

스트로슨의 비판

첫째, 진리치를 갖는 것은 문장 자체가 아니라 문장의 사용이다. 문장이 사용된 맥락에 의하여만 문장 내의 지칭체가 결정되고, 이에 따라 그 문장이 참 또는 거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러셀은 문장 (1) 자체에 진리치를 부여한다.

그리고 스트로슨의 선제이론에 따르면, 지칭표현을 포함한 문장의 사용은 그 표현의 지칭체가 있음을 선제presuppose하고, 선제하는 바가 충족되지 못할 경우 그러한 사용은 진리치를 갖는 진술을 하는 데 실패한다. 문장 (1)의 사용에서 ‘현재의 프랑스 왕’은 지칭체가 없다는 점에서 문장을 사용하기 위한 선제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1)과 같은 문장의 사용은 선제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한에서 진리치를 갖는 진술을 하는 데 실패하나, 확정기술이론은 (1)을 거짓이라고 분석하는 오류를 범한다.

둘째, 어떤 사람이 자신의 강의실에 있는 유일한 강의탁자를 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하자.

(7) 그 강의탁자는 먼지에 덮여 있다(The lectern is covered with dust).

(7’) (∃x)(Lx & (∀y)(Ly ⊃ x=y) & Cx)

(Lx: x는 강의탁자이다. Cx: x는 먼지에 덮여 있다.)

(7)의 사용이 참이기 위해서, (7’)에 따르면, 강의탁자가 유일하면서 그것이 먼지에 덮여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수많은 강의탁자가 존재한다. 따라서 러셀의 분석은 맥락에 의하여 참인 문장사용을 거짓으로 분류한다.

러셀의 반론

첫째, 러셀은 이미 그의 책 『인간지식』에서 맥락 의존적 단어가 지칭하는 것은 사용된 맥락에 의존함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즉 러셀은 문장과 문장의 사용 간의 구분을 하고 있었다.

또한 지칭에 실패한 표현을 포함한 문장을 진리치를 부여할 수 없는 경우로 볼 것인지, 아니면 거짓인 경우로 볼 것인지는 스트로슨과 러셀 간의 입장 차이일 뿐이다. 즉 첫번째 비판은 그들 간의 입장 차이에 기인한 것이므로 러셀의 견해에 결정적 논박이 될 수 없다.

둘째, 일상적 화법은 표현들을 생략하기도 한다. 예컨대 (7)은 ‘강의실 X에 있는’이라는 표현이 생략되었던 것이다.

(7’’) 강의실 X에 있는 그 강의탁자는 먼지에 덮여 있다.

(7’’)과 같이 생략된 표현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문장을 재구성하면 맥락 의존적 표현이 포함된 문장을 성공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1. 두 가지 특징

부정의 범위

(8) 현재의 프랑스 왕은 대머리가 아니다(The present King of France is not bald).

러셀에 따르면 (8)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ㄱ) (∃x)(Fx & (∀y)(Fy ⊃ x=y) & ~Bx)

(ㄴ) ~(∃x)(Fx & (∀y)(Fy ⊃ x=y) & Bx)

(ㄱ)과 (ㄴ)에서 부정기호 ‘~’은 적용범위가 다르다. (ㄱ)에서는 ‘~’이 술어 Bx에만 국한되므로 이를 좁은 범위narrow scope의 부정기호라고 할 수 있다. 반면 (ㄴ)에서는 ‘~’이 전체 문장에 적용되므로 이를 넓은 범위wide scope의 부정기호라고 할 수 있다.

배중률과 진리치 공백

배중률에 따르면, 임의의 평서문 ‘A’에 대해 ‘A∨~A’의 형식을 갖는 문장은 모두 참이다.

(9) 현재의 프랑스 왕은 대머리이거나 또는 현재의 프랑스 왕은 대머리가 아니다.

(9’) (∃x)(Fx & (∀y)(Fy ⊃ x=y) & Bx) ∨ ~(∃x)(Fx & (∀y)(Fy ⊃ x=y) & Bx)

프레게에 따르면, (9)의 ‘현재의 프랑스 왕’은 지칭체를 결여하고 있으므로 (9)는 진리치를 갖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스트로슨도 (9)가 참도 거짓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현재의 프랑스 왕’이라는 지칭표현의 사용이 선제하는 바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진리치 공백truth-value gap을 받아들인다. 반면 러셀은 (9)를 (9’)와 같이 분석함으로써 (9)를 참인 문장으로 받아들인다. (9’)의 두 번째 선언지가 참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프레게와 스트로슨에 의하면 배중률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러셀에 의하면 배중률은 항상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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