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잘된 철학서 추천 부탁드립니다

번역 잘되있는 철학서와 그 옮긴이 까지
추천 부탁드립니다.

세상에는 너무 책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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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번역도 완벽할 수야 없겠지만, 그렇다고 국내 철학 번역서들이 굳이 신뢰성을 의심해야 할 만큼 나쁜 편인 것만은 아닙니다. 해당 분야의 전공자가 번역한 철학 텍스트들은 대부분 신뢰하고 읽을 만합니다.

물론, 단어 단위와 문장 단위로 하나하나 조각내서 따져보면 논란의 여지가 있거나 다소 아쉬운 부분들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런 문제들이 책의 요지를 이해하는 데 있어 큰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번역을 이해하기 어려워하시는 분들 중에서는, 애초에 철학적 배경 지식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제 전공인 철학적 해석학에 국한지어 말하자면, 저는 국내의 하이데거 텍스트 번역본들이나, 비트겐슈타인 번역본들이나,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 번역본이 상당히 훌륭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렇게 평가하시는 것으로 압니다.) 부분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렵거나 수정하고 싶은 곳들도 있지만, 이 번역본들만으로도 하이데거와 비트겐슈타인과 가다머를 이해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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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선생님의 <국가>
독일 대학에서는 보통 플라톤 번역서로 여전히 슐라이어마허의 책을 씁니다. 이게 가장 좋은 번역이라 쓰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 독일어에 비해 낡기도 했지요. 그러나 독일어 번역 강독 등에서 그리스어 놓고 같이 읽다보면 ‘이 부분을 대체 어떻게 번역할까?’ 싶은 구절들을 만나는데 그때마다 결국 슐라이어마허가 내놓았던 해법과 아이디어가 얼마나 탁월한 것인지 깨닫습니다. 물론 제 얘기만이 아니라 독일 사람들과 강독할 때 수없이 그들 입으로 들었던 증언이지요. (비원어민인 제가 판단할 문제도 아니구요.)
저는 박종현 선생님 <국가> 읽다가 비슷한 생각 많이 했습니다.
한 가지 이와 별개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요.
번역의 이런 탁월함을 깨닫기 위해서 그리스어를 읽을 줄 알아야 했다는 겁니다. 즉 훌륭한 번역이라는 것의 기준이 원전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에게 같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게 사실 저에겐 재밌는 부분이었고 그래서 이 (쓸기도 달기도 한) 맛 한 번 본 뒤 되도록 대상 언어가 현대어가 아니면 원문을 보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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