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철학을 전공 중인 대학생입니다. 저번에 인지과학 복수전공에 대해 질문했다가, 여러 좋은 답변들을 참고하여 결국 복수전공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그런데 인지과학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미적분을 필수로 들어야 하더라고요. 저희 학교는 이제 시험기간인데, 성적을 보니 처참하네요. 원래도 수학이랑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철학을 배우면서 수학이란 학문이 진리에 가깝다는 것 (혹은 논리적 사고의 정수라는 것)을 알고 가까워지려 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보다 더 수학을 못하더군요! 이정도면 거의 머릿속에 논리 회로 라는게 존재하는가 의문이 드는 정도인데, 수학을 못하면서 철학을 공부 하겠다는 것은 모순인가 싶어서요. 수학 개념을 배우면 오 대단하군 정도지 더 파고 열심히 따로 공부 해야겠다는 생각도 안들고요. 분명 symbolic logic 수업은 재밌게 들었던 것 같은데 미적분은...ㅠㅠ
여러분들은 수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철학을 공부하는데 수학을 향한 애정/탐구심은 필수적인 걸까요? 수학을 못하면서 철학을 하겠다는 것은 철학의 표면적인 부분만 알고 좋아하는 것과 같은 것인가요? 추가적으로 혹시 수학 공부에 팁이 될 만한 것이 있을까요?
@TheNewHegel 님의 말처럼 수리철학, 물리철학, 논리학 등을 전공하실 게 아니라면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특히 Symbolic Logic에서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았더면 더더욱이요.
전 수학에 경험이 조금은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올림피아드 본선까지 갔었고, 철학 공부를 하기전에는 순수수학 학계를 꿈꾸고 있었으니깐요. 하지만 전 수학에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수학이 논리적으로 굉장히 엄밀하고 정확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테크닉에 너무 의존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논리적으로 엄밀하게 생각하는 게 중요하지만, 결국 테크닉이 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긴 어렵더군요. 그리고 전 개인적으로 테크닉에 큰 가치를 두기는 어렵더라고요. 물론 제 생각입니다. 수학을 버리고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걸러 들으시길 추천합니다.
다들 훌륭한 조언 감사합니다. 수학 시험 보고와서 읽고있는데 (ㅠㅠ),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해보이네요.
솔직히 아직 제가 어떤 분과에 더 유난히 관심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인지과학을 복수 전공하려는 이유가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책 중에 personal identity에 관한 책이 있었는데, 너무 흥미롭게 읽었고, 거기서 사람의 perception과 mind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인지과학을 함께 배우다보면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겠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여기 서강올빼미에서 여러 분들이 조언을 해주셔서 확신을 갖게된 것도 있고요. 조만간 저의 관심사는 바뀌게 될 지도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인지과학을 배워보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이에 도움이 되는 수학적 지식이 어느정도인지 더 탐구해보고 공부를 하도록 해보아야겠습니다.
참,
라고 했던 것은 수학에 흥미가 없으신 다른 철학자 분들을 매도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언젠가 같은 주제로 지인과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러면 너가 수학을 못하니까 알고보니 철학이랑 안맞는거 아니야?" 라는 말에 울컥했던 적이 있어서... 지금 생각해보니 어떤 방식으로든 저 명제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받아 마음의 위로를 얻고싶었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