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등학교 1학년 세특에 적절할까요

사실 세특이 주된 목적이라기 보단, 무엇보다도 개인적인 지적 호기심이 우선이기는 합니다.

다만 20년도 안되는 짧은 인생을 비추어 되돌아 보자면 어쩌면 상당히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여서, 고1 생기부에 이 내용을 적고 싶기도 합니다.

이미 공부를 조금 한 편이라서 첫번째로는 후설의 초월적 현상학에 대한 소논문을 하나 써보고자 합니다. 우선은 [데카르트 적 성찰], [논리연구], [내적 시간 의미의 현상학]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직 추가적인 연구를 하기에는 너무나도 얕은 지식이고, 이미 이남인 선생님 책이 있기에 (물론 제가 그러한 시도를 한다고 하더라도 매우 빈약하겠지만) 별 의미는 없더라도, 국내에서 2차저작은 상당히 산만하거나 주관이 들어간 편이기에 정말 객관적인 한국어 후설 2차 저작을 쓰고 싶기도 합니다. 당연하게도 대입 이후의 과제들이겠죠. 그 이전에 제가 아는 내용을 40페이지 이내로 짧게 정리하고싶습니다.

두번째로는 신학적 관점에서의 논리법칙을 탐구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비표준논리 몇개를 탐구해도 세특에는 충분할수도 있겠지만 정말 하고픈게 많습니다! 디오니시오스, 아퀴나스, 크리소스토무스의 부정적 신 묘사를 현대 논리학 관점으로도 바라보고 싶고, 이와 관련하여 기독교 변증에 대해서, 또한 양진주의와 논리적 다원론에 관해서도 이미 초라한 수준이지만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고있습니다!

그래서 제 질문은,

  1. 이러한 주제의 탐구(연구)가 철학과, 신학과 입시에 도움이 될까요?
  2. 제가 처음 입문할때 느낀것처럼 두 주제 모두 상당히 난해한 개념이고, 그만큼 제가 너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것 같은데, 소논문(보고서)를 쓰는게 맞을까요?
  3. 만일 이런 주제로 제 생각이 완벽히 정리된다 하더라도, 과연 일반고 선생님께서 제대로 이해하고, 원활하게 세특에 적어주실수 있으실까요?
  • 모티머 아들러, 아도르노, 벤야민, 하이데거, 샤피로, 데리다등등을 기반으로 순수문학에 대해서 미학적 관점으로 접근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이는 국어선생님께서 이미 도와주고 계십니다!
11개의 좋아요

지식의 깊고 얕음을 떠나서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습득하고 탐구한다는 것, 자신의 힘으로 무언갈 길어내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오류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이후에 더 많은 것을 해내리라는 것은 명약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1. 도움이 안될 건 없을 것 같습니다. 대입을 준비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고등학교 때 (지금 보면 처참한 수준입니다마는) 철학 관련된 내용으로 보고서도 쓰고 스터디 그룹도 만들어서 활동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이것이 대입 당락에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를 통해서 적어도 철학과가 어떤 학과인지, 어떤 것을 연구하고 배우는 학과인지 알게 되었고 그 학과에 가기 위해 학교 공부를 어떻게 더 열심히 할 것인지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되었습니다.

  2. 기회가 있다면, 할 수 있을 때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의 깊이 때문에 고민이시라면, 이후에 대학교에 진학하셔서 그 공부를 더 이어나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이고, 밥 한 술을 떠야 식사가 되니까요. 이해한 만큼 정리하고 결과로 남기면, 이해의 깊이를 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후의 공부를 위한 초석이나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3. 선생님의 전공에 따라서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세세한 내용이나 논문의 주제를 학교 선생님께서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고 하시더라도, 철학에 대한 열정이나 철학과에 진학하기에 걸맞은 인재가 될 것이라는 건 충분히 적어주실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기회가 될 때, 해봐서 나쁜 것은 없을 뿐더러 오히려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해볼 수 있겠습니다:smile:

5개의 좋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공부해보겠습니다.. 학교 공부든 수학이든요.

제가 현재의 대입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은 없지만,

  1. 꽤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2. 어떤 방식으로든 공부하고 생각한 내용에 대해 기록을 남겨두시기 바랍니다.
  3.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최선을 다해 도와주실 것입니다.

10년도 더 이전의 이야기지만, 고등학생 시절에 윤리과목 선생님께서 철학을 주제로 블로그를 만들어 볼 것을 저에게 권유해 주셨습니다. 나중에 대학 입시 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시면서 말이에요. 그 당시에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개설해서, 제가 고등학교 생활 동안 읽었던 책들, 논술 잡지들, 신문 기사들, 윤리 교과서 내용들을 틈 날때마다 조금씩 정리하여 포스팅하였는데, 실제로 저는 이런 활동을 통해 입학사정관 제도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만든 블로그가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많은 도움이 되고 있고요. 아직도 제 블로그에는 고등학생 시절의 글들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 보기에는 좀 민망하지만요.)

https://blog.naver.com/1019milk/80096433757

물론, 대입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일단 공부하신 내용들을 어떤 방식으로든지 잘 정리해 두시는 편이 장기적으로는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이 좋으면 대입에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반드시 대입이 아니더라도 글쓰기 연습도 되고, 생각 정리도 되고, 공부한 내용을 잊어버렸을 때 다시 찾아볼 수도 있는 등 장점이 많더라고요. 하다 못해, 고등학생 시절의 추억을 돌아볼 때도 좋고 말이에요.

6개의 좋아요

현 대입 정책상 직접적으로 '독서' 와 '논문' 이라는 단어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연구활동을 진행한 점은 간접적으로 표현이 가능하지만, 이러한 점이 대입에 정확히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인 조언을 드리자면 학교 과세특이 중요해서 각종 수행평가에 이와 관련된 내용을 쓰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개의 좋아요

철학과 1학년 학부생입니다. 올빼미는 주로 대학원생 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공간인 만큼, 학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이분들의 조언이 저보다 신뢰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꽤 만족한 입시를 마친 직후이고, 현재도 학생부종합전형을 비롯한 대입 시장에서 (비록 파트타임이지만)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는 입장이라, 철저하게 입시에 관해서만 몇마디 얹어봅니다.

  1. 이러한 주제의 탐구(연구)가 철학과, 신학과 입시에 도움이 될까요?
    : 학생부종합전형이 늘 그러하듯, ”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신학과 입시에 대해서는 무지하지만, 철학과 입시는 모든 측면의 탐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입시지도를 담당하시는 전문가분들은 그 성향에 따라 조금 더 기초적인 탐구 주제를 권유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저와 대학 동기들의 경험 상 현대철학의 최신 분야 등 정말로 학술적인 깊이를 드러낼 수 있는 활동들이나 고등학생이 흔히 관심 갖지 않는 활동들을 수행한 것이 개별성 측면에서 나름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고교 성적보다 생활기록부가 우선시되는 것은 잘못되었습니다. 본인의 탐구가 과도하게 시간을 잡아먹는다면 기회비용을 고려하여 ‘더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할 것이 좋겠습니다.)
    더불어 재작년부터 전공적합성 평가항목을 삭제하는 서울권 주요 대학이 늘어나고 있으니, 목표로 두고 있는 학교의 최신 입시 요강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일례로 저는 사회학, 경제학, 지리학, 수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활동들에서 탐구역량을 드러내고자 했고, 굳이 철학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활동들은 대학에서의 학습 의지 및 능력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주기 때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재학중인 대학의 철학과에서는 1학년 학부생들에게 철학 전공과목 대신 최대한 다양한 주제의 학습을 할 것을 권유합니다.)

  2. 제가 처음 입문할때 느낀것처럼 두 주제 모두 상당히 난해한 개념이고, 그만큼 제가 너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것 같은데, 소논문(보고서)를 쓰는게 맞을까요?
    : 질문자님께서 1학년이신 만큼, 이해도나 완성도를 떠나서 ‘흥미가 있다면’ 얼마든지 도전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생활기록부는 정성평가를 위해 작성됩니다. 올해 진행한 탐구에서 틀렸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발견된다면, 얼마든지 발전시켜 새로운 탐구로 이용할 수 있고 (수정한 바가 올바르다면) 대입에서 이는 발전사례로 고평가됩니다. 그러나 만약 흥미가 별로 없는 주제임에도 단순히 멋있는 단어들을 사용하기 위해서 탐구를 진행한다면, 추후 수정하거나 발전시키는 작업은 고역이 됩니다. 따라서 고등학교 3년 동안 찬찬히 살펴볼 만한, 본인의 관심을 끄는 주제를 주된 소재로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더해 수시전형에 지원하여 철학과 면접에 응시한다면, 흥미로운 주제를 탐구한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헤 주제의 면면을 잘 아는 경우가 많고, 이는 예상치 못한 면접 질문에 적확하게 답할 수 있는 근원이 됩니다.
    더불어 현재 대입의 특수성 때문에라도, 단순히 독서를 하고 이해했다는 정도에 그치면 저평가될 확률이 있습니다. 이 이해한 내용을 가지고 ‘무엇을 할 건지’까지 서술되어야 완결적인 생활기록부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능력껏 이해하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탐구의 의의를 늘 염두에 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3. 만일 이런 주제로 제 생각이 완벽히 정리된다 하더라도, 과연 일반고 선생님께서 제대로 이해하고, 원활하게 세특에 적어주실수 있으실까요?
    : 인문사회계열 특수목적고등학교를 졸업하였지만, 제 은사님들도 제가 쓴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노라 고백하셨습니다. 일반고등학교라고 해서 주눅들 필요가 없습니다. 일례로 서울대학교 철학과의 경우, 특수목적고등학교 학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일반전형에 합격하는 일반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의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여건 속에서도 비전공자 선생님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본인들의 탐구의 핵심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또한, 생활기록부를 평가하는 철학과 교수님들–경우에 따라, 입학사정관 선생님들–도 철학 전공자 교사가 많지 않다는 바를 충분히 이해하고 감안하십니다. 본인이 정말 성취한 바가 있고, 탐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대부분의 정상적인 입시 절차는 질문자님의 노력을 알아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질문자님이 재학중이신 학교의 윤리과목 선생님 중, 입시에 특별한 관심이 있으시면서 철학으로 학사 이후의 학위를 받으신 분을 찾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분들은 철학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계시면서도, 동료 교사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철학적 담론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정도가 제가 입시를 직접 경험하고 학원계에서 짧게 근무하기도 하며 정리한 바입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5개의 좋아요

일반고 재학중인 고2 학생입니다.

질문하신지 시간이 상당히 지났고 해결책도 찾으신 듯 하나, 제가 작년에 했던 고민과 굉장히 유사하기에 어디까지나 고2 수준에서 나름대로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 역시 철학을 '진지하게' 해보려 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독교 신학대학(종파는 가톨릭입니다)에 진학하려 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의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학술제를 개최하여, 현직 교수님들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이에 작년 학술제에서는 '현상학적 언어와 규칙 따르기'라는 제목으로, 비트겐슈타인 철학에 관한 논문을 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도, 내년에도 참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만큼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1. 공부한 바를 조리있게 정리하여 글로 서술하는 것은, 경험만으로도 고등학교 생활 및 철학 공부 전반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수행평가를 비롯한 학교 보고서 작성 활동만으로는 논문 길이의 글을 써볼 경험을 할 기회 자체가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존에 써두었던 논문을 본인 스스로 비판해가며 공부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점인 것 같습니다. 본인 논문은 본인이 가장 잘 아니까요. 따라서 역량의 수준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수준이 어떠하든, 일단 써 두면 향후 두고두고 도움이 됩니다.

  2. '논문을 작성할 정도로 열정이 있다', '(고등학생 치고) 수준 높은 논문을 쓸 역량이 있다'는 것을 선생님들께 어필하는 것도 생기부 작성에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3. 대체로 이해는 잘 못하십니다.... 세특에 적히는 바도 그리 만족스럽진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애시당초 세특은 학생이 공부한 바를 디테일하게 적는 공간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적을 수 있는 분량이 상당히 작기도 하구요. 저도 같은 질문을 선생님께 드렸는데, 너무 엇나가는 내용이 적히지 않는 이상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4. 만일 주위에 철학, 혹은 유관 분야의 교수이시거나, 혹은 대학원 학위를 가지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글을 보여드리세요!
    고등학생이라면, 자신이 철학에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 이 일을 계속해도 괜찮을지 한번쯤은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와 더불어 내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가 문득 궁금히기도 하고, 알맞은 방향으로 공부하고 있는 것인지 심각하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학술제에서 교수님께 립서비스성이 굉장히 짙은 칭찬과 함께, '문제의식이 명확치 않다. 그래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논문인지 모르겠다',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이기만 한"파트가 군데군데 있다. 좋지 않은 습관이다. 미흡하더라도 성실히 자기 의견을 만들어야 한다' 등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을 짚어주셨던 경험이 철학함에 있어 굉장한 도움과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5. 고등학교 기간동안에는 '얕게 공부할 것 여러개'와 '깊게 공부할 것 하나'를 결정하여 공부하시는건 어떨까요?
    세특 작성의 측면에서는 얕고 넓은 공부가 때로 깊고 좁은 공부보다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얕은 공부와 깊은 공부는 세특에서도 차이가 날 뿐더러, 깊은 공부는.. 즐겁습니다!
    '후설의 초월적 현상학'과 '신학적 관점에서의 논리법칙'은, 제가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공부하고 있는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과 인식론'과 비교적 적게 가지고 공부하고 있는 '가톨릭 신학'과 마찬가지로 둘 모두 '공부할수록 공부할 게 많아지는' 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검토할 1차 문헌도 많고, 2차 문헌도 많으니까요.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어디까지나 학교 공부와 성적이 최우선시되어야 하는게 맞습니다. 그러니 애정을 갖고 묵묵하고 꾸준히 공부할 주제 하나를 선정하는게 여러모로 좋을 듯 합니다. (사실 공부하다보면 어느새 관심사가 이동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

4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