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심리학이 접점이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심리학과 4학년 학생입니다. 마지막 학기인 만큼 진로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데요. 되도록 철학과 관련된 진로로 가고 싶어 알아보다가 궁금증이 생겨 이렇게 질문을 드립니다. 재가 학교수업을 들으면서 철학과 심리학이 연관성 있는 부분은 다른 내용보다 덜 중요하게 여겨져 정보가 잘 없어 이렇게 글을 올기게 되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정신분석과 실존치료가 철학과 심리학의 나름의 접점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제가 말한 것 외에도 접점이 있을까요? 아니면 정말 정신분석과 실존치료만 교집합이 있는 것을까요?

질문정리
여러분들께서 생각하시기에 철학과 심리학이 어떤 부분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관련된 서적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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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정신분석이 겹치는 것도 당연하지만... 심리학과 철학이 아주 많이 겹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예일 대학교에서는 심리학/철학 박사 합동학위도 진행하고 있는 걸요. 저는 심리학/철학쪽으로 관심이 많진 않지만, 적어도 접점이 절대 적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관련된 서적은 다른 분들이 올려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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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ㅠㅠ. 제가 수업을 들을때는 아무래도 통계적인 결과를 더 연관짓는 동시에 철학과 심리학을 좀 거리를 두는 느낌이 있었는데 접점이 크다는 점이 위로가 되는 듯합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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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도 찾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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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까지 올려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학교에서 수업 초반에 배웠던 철학적인 주제에 관한 내용보다 더 구체적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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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3대 혁명가를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드라고 말하곤 하죠. 철학이 정신과 물질, 이 두 존재를 연구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 부분에선 헤겔과 칸트에게서 더 잘 드러난다고 생각됩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정신분석학(심리학)을 만든 프로이드도 정신이 과연 물질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서 연구한 사람이라고 말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또한 그의 제자였던 구스타프 융과 같은 경우, 실존주자들이 자신들의 사상을 마치, 실존 밖에 있던 것들을 형이상학적 영역으로 던지듯이, 형이상화 시키는, ‘도약’을 시키곤했습니다. 그와 유사하게 융 또한 형이상적 영역으로 도약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말이 너무 길었습니다만 철학과 심리학은 객관적 사실로써 학자들을 통해 유기성을 엿볼 수 있으며, 말씀하신 부분과는 조금 역순(심리학에서 철학) 또는 다른 부분(철학과 심리학)일 수 있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 ! 심리학을 전공하셨군요 ! 심리학적 관점에서 프로이드나 융이 심리학의 대가이지만 철학적 관점에서는 그들이 아무런 전제 없이 심리학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바라봅니다. 프로이드가 정신에 관심을 두었다는 것은 다분히 철학이 다루는 영역을 생물학적(특히 프로이드)으로 다루려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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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정신이 물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고는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아이디어인 동시에 철학적인 아이디어이기도 한 면에서 접점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철학적인 아이디어를 생물학적으로 과학적으로 다루려는 점에서 심리학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이 아이디어를 진로와 엮어볼 생각은 이때까지 하지 않았었는데 생각해보니 이 부분에 답을 찾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통찰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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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 저도 작성자 분께서 달아주신 댓글을 읽고 보니, 다시금 생각이 정리됩니다. 철학의 입지가 많이 줄어들어 그것이 심리학이나 과학으로 편입된 표징이라고 생각됩니다. 철학이 다룰 영역을 과학이 다루고 있다는 것이 다시금 체감되면서 지적인 깨우침이 생겨나네요. 작성자분의 글과 동시에 회신해주신 내용에 감사드립니다.

학업적, 진로적 성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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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심리상담을 연결시켜 (후설, 하이데거, 사르트르 등) 상담을 하는 심리상담소도 있는것으로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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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처럼 실존주의와 연관시킨 경우는 봤어도 후설과 하이데거는 처음알았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는지가 그 사람의 철학적 성향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접점이 많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철학의 '자연화(naturalization)'를 옹호하시는 경향이 있고, 접점이 없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이런 자연화에 반대하는 경향이 있죠.

현대적인 의미의 심리학은 19세기 말에 빌헬름 분트에 의해 성립되었다고 하죠. 분트는 생물학의 실험 방법을 심리 연구에 도입하였고, 초시계와 같은 측정기구를 사용하여 심리 작용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수치로 측정하려고 하였거든요. 이런 분트의 심리학은 소위 '내성(introspection)'에만 의존하던 이전까지의 심리학과는 완전히 다른 실험적 성격을 지니고 있죠. 그래서 분트 이후의 주류 심리학은 실험심리학이 된 것이고요.

종종 정신분석이나 심리상담이 넓은 의미에서 '심리학'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이런 분야들이 심리학의 주류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심리학과에서는 (작성자님도 말씀하신 것처럼) 통계적 결과에 근거한 연구가 주로 이루어지니까요. 그래서 쟁점은, 심리 현상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현상을 수치화하고,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고, 결과를 법칙으로 정립하는 방식의 연구가 과연 '철학'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 주류 철학이 이런 식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 같지는 않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철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죠. 즉,

(1) 어떤 철학자들은 전통적으로 철학에서 다루어지는 몇몇 문제들이 심리학이나 인지과학을 통해 대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철학을 '자연화'시켜서 자연과학의 방법에 따라 연구해야 한다는 거죠. 대표적으로, W. V. O 콰인이 인식론을 자연화시키고자 한 인물로 유명합니다. 또, 오늘날의 소위 '실험철학' 역시 이런 경향을 지닌다고 할 수 있겠죠.

(2) 다른 철학자들은 철학과 자연과학 사이에는 엄격한 방법론적 차이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철학은 개념을 분석하는 작업이지, 가설을 세워서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작업이 아니라는 거죠. 비트겐슈타인이 철학과 자연과학 사이의 차이를 강조하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또한, 오늘날 비트겐슈타인의 계승자들로 유명한 맥도웰이나 브랜덤 역시 철학과 인지과학이 서로 구별되는 과제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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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점점 2번에 가까워지는 사람인거 같습니다. 최근 상담 (심리학과는 또 다른 영역이지만) 과 철학을 연관지어 삶의 문제를 해결할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에, 저는 심리학 뿐 아니라 상담도 점점 회의적인 입장이 되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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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은 두 조류가 있습니다. 정신분석을 자연화시키려는 조류 하나는 신경정신분석학이라는 분야로 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엄격한 의미에서 입증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비판받는 정신분석학의 실증적 증거를 찾으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정신분석이 근본적으로 비자연적이라는 조류 하나는 과학이 아니고 철학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라캉과 지젝이 이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자연과 문화의 대립으로 보고 둘의 상호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지젝은 신경과학에서 정신분석을 구출하는 작업을 The parallex view(한국어 번역서의 이름은 시차적 관점)에서 실행하기도 한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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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주신 댓글을 읽으며 YOUN님의 분석이 정말 날카롭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심리학의 시초를 프로이트로 보기도 하시지만 실제로 교과과정에서 배우는 심리학의 시초는 빌렐름 분트라고 설명하거든요. 심리학에 대해 꽤뚫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치 철학이라는 손전등으로 심리학을 비췄을 때 다른 방향에서 비추면 다른 그림이 나오듯이 심리학 또한 그렇게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고 생각되기도 하네요.
철학을 자연화시킨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도 처음들어봅니다. 마치 실험심리학이 나온 것처럼, 철학도 실험철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큼 재미있는 소재인 것 같습니다. 실험철학이 과학철학에 들어가는 것인지 어디에 속하는지도 궁금하네요. 제가 알기로는 과학철학이 귀납논리로 전개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통계적인 방법으로 실험을 하는 것과 매칭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철학은 앉아서 사유하는 것이 방법론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때까지 철학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방법론에 심지어 과학적인 방법론이 있다는 것이 어쩌면 마치 심리학과 철학이라는 설명체계가 서로 다양한 부분에서 이어지고,떨어지고를 반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성들여 써주신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마침 신경정신분석과 관련된 책을 빌리게 되었는데 신경정신분석에 대해 이야기 해주시다니, 감격입니다. 심리학과인 저로서는 왜 실험으로 입증하려는 시도에서 구출하려는지 의문이 드네요. 어떠한 기반이 그 안에 존재하는지 호기심이 생깁니다. The parallex view에 대해서 꼭 알아봐야겠습니다. 슬라보예 지젝이라는 분의 이야기는 자유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 밖에 못들어봤는데 정신분석과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하신 분이라니 관심을 기울여 관련된 책을 읽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런 정보를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새삼스런 얘기를 하는걸지도 모르겠어서 조심스럽습니다만, 현대의 주류 심리철학은 심리학과 상호교류를 하거나, 최소한 심리학적 발견과 배치되지 않는 이야기를 합니다.

서강올빼미에 설치된 '심리철학' 카테고리를 참조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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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 감사합니다. 최근에 심리철학이라는 책을 구매하게 되었는데, 읽어보니 제가 생각하는 심리학과는 좀 다른 느낌이어서 신경을 쓰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 본 글을 쓰고서 생각해보니 문뜩 심리철학관련 카테고리에서 글들을 주의깊게 읽어봐아겠다라는 생각이 들게되었습니다. 이렇게 상기시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철학적 자연주의는 다음과 같이 간략히 정리될 수 있습니다.

  1. 방법론적 자연주의: 철학 연구는 과학의 경험적 연구와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
    1-1. 강한 방법론적 자연주의: 자연과학(물리학)과의 연속성을 강조
    1-2. 약한 방법론적 자연주의: 자연과학을 넘어 사회과학과의 연속성까지 허용

  2. 실질적 자연주의
    2-1. 존재론적 접근: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자연적임(물리주의적 접근)
    2-2. 의미론적 접근: 적절한 철학적 분석은 과학의 경험적 연구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함.

여기서 논해지는 '연속성'도 두 차원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결과 연속성: 철학 이론은 과학 이론의 결과와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과학 이론의 결과에 의해 정당화되어야 한다).
  2. 방법 연속성: 철학 이론은 과학 이론과 탐구 방법의 측면에서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철학이론은 과학 이론의 성공적 탐구 방법인 실험이나 그들의 설명방식과 이해방식을 모방해야 한다).

이런게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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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선 '철학'과 '심리학'이라는 학문의 범위가 굉장히 넓다는 점을 말하고 싶네요. 따라서 어떠한 '철학'과 어떠한 '심리학'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철학'과 다른 '심리학'은 굉장히 거리가 멀 수 있습니다.

(2)

우선 심리학 중에서도 인지심리학은 굉장히 (분석) 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인지심리학의 경우, (제 기억으로는) 실험 설계와 통계적 검증을 통해서 어떠한 가설을 검증할텐데, (분석) 철학의 경우, 이러한 (i) 실험 결과를 토대로 어떠한 이론을 만들거나 (ii) 실험이 전재하고 있는 개념에 대해서 메타적인 분석을 하거나 (iii) 나아가, 철학 분과 내에서 생겨나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 자체를 설계하기도 합니다.

(i)의 경우는 지각(perception), 도덕 심리학(moral psychology), 추론(reasoning)에 관한 몇몇 이론들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혹은 심리학보다는 심리학/신경생물학에 가까운 뇌과학 이론들에 기반한 심리 철학[philosophy of mind] 이론들이 찾을 수 있죠.)(이들은 마음 - 신체 관계라는 문제에 좀 더 집중해서, 일반적인 심리학과는 거리가 좀 있어 보입니다.)

(ii)는 보통 심리학의 철학, 정신과학의 철학처럼 -의 철학(philosophy of psychology 등등)의 이름으로 나오죠.
(iii)은 요근래 부각되는 사조로 통상 실험철학(experimental philosophy)라고 불립니다. 통상 인지과학/심리학/언어학 등등 여러 분과들과 협업하는 게 특징입니다.

(3)

사회 심리학, 성격 심리학, 감정 연구 등등도 (분석) 철학과 엮일 때가 있습니다. 통상 도덕이나 아름다움 등 가치의 영역을 다루는 분야에서, 이러한 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4)

이제 마지막으로 임상 심리학 분야일텐데, 임상 심리학 분야는 상대적으로 (다른 심리학 분과와 구분되어서) "질적 연구" 케이스가 많은 듯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러한 임상적 연구/치료의 일환으로 실존주의 혹은 실존 상담, 정신 분석학 등등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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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 이렇게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게 놀랍습니다. 인지심리학과 임상심리학에 대해 굉장히 깊이있게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또한 심리학과 학부생인 저조차 도덕 심리학은 처음 들어보는 것 같습니다.
실험철학이라는 학문이 제가 생각하는 심리학(실험을 통해 가설검증을 하는 심리학)과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iii)경우가 심리학의 초기에 빌헬름 분트에 의해 심리학이 분리되었다는 느낌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4)에서 임상심리학의 경우 정신분석과 실존주의, 실존 상담 등이 쓰이는 것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론은 검증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데 임상적인 효과가 있어 사용되는 점에서 철학과 접점이 많이 있을 수 있기도 하고, 제가 생각했던 "철학적인" 심리학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시각에서 바라봤기에 치료에만 철학적인 관점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과오를 반성하게 되는 조언인 것 같습니다. 정성들여 써주신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