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결정이나 사회 이슈, 환경 정의, 지구온난화 같은 건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 저 강령을 따르면 정치, 사회 이슈같은 거대 이슈에는 관심이 사라지게 되고 내 주변의 삶에만 신경쓰게 되고 시야가 좁아지게 된다.
노력으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렵다. 주식 투자를 예를 들어보자. 혹자는 (효율적 시장 가설에 기반하여 ) 결국 시장 수익률에 회귀한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충분한 공부와 인사이트가 있다면 초과 수익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몇몇 분야에서 이처럼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자의적인 판단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제가 스토아 철학 전공자도 아니고 그저 개론서 몇개를 읽고 그걸 기억으로 회상하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만
이는 스토아 철학에 대한 오독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약처럼 보입니다.
말하신 것은 꽤 능동적인 뉘앙스가 있지만, 스토아 철학은 생각보다 굉장히 숙명론적입니다.
스토아 철학의 행복(혹은 삶의 궁극적 방식)은 자연(nature, 혹은 우주의 원리)를 따르는겁니다. 나아가 스토아의 자연학에 따르면 이 원리는 이미 정해져있습니다. 운명 같은 것이죠.
따라서 스토아에서 행복한 사람이란, 이 원리를 "온전히 이해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에게 비극이란 애당초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거기에 무엇을 느끼지 않을 것이고, 희극 역시 어찌할 수 없는 것이기에 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겁니다.
그래서 (출전은 기억나지 않지만) 스토아에서 진정한 현자는 고문을 받더라도 행복하다 말합니다. 왜냐? 그가 진정한 현자라면 이 자연의 원리를 온전히 깨우쳤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 비극이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기꺼이 납득했을 것이다...뭐 이런 주장입니다. (따라서 스토아는 행복을 긍정적 감정보다는 좀 다른 것으로 이해하는 셈이죠.)(사실 원 그리스어가 에우데모이아인데 이걸 어떤 번역어로 번역해야하는지는 영미권에서도 한국에서도 의견이 다양합니다.)
노력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스토아가 노력을 부정하는 온전한 숙명론자였을까? 아마 아닐겁니다만...제 기억으로는 이런 부분을 아주 강조하는 텍스트는 없었던 것 같네요.
(오히려 자신의 잠재성을 부단한 노력과 습관화를 통해 온전히 이루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과 흡사합니다. 다만 스토아와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은 로마 시기쯤 가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서 아주 비슷해지곤 합니다.)
(나아가 사료가 파편적이라서 정확히 판정하기 어려운부분도 존재하고요.)
(2)
주어진 내용에 대한 비판으로는
이 정확한듯합니다. 실제로 스토아에 대한 비판에서 이러한 구분, 자연의 원리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평범한 인간이라면 거의 불가능하다 말하죠. (다만 스토아는 그래 맞아, 하지만 진정한 현자라면 가능. 따라서 노력해볼만한 목표임, 이라고 응수하긴 합니다.)
(3)
이 부분은 좀 이견의 여지가 있어보입니다.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어렵지만 결국 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인간들"이고 인간들을 이루는 것은 결국 개별 인간이니깐요.
개별 인간의 노력이 모아서 집합적 노력이되면 해결되는 셈이죠.
("philosophy like that of Epictetus, and other Stoics, only a more refined system of selfishness, and reason ourselves out of all virtue, as well as social enjoyment. While we study with attention the vanity of human life, and turn all our thoughts towards the empty and transitory nature of riches and honours, we are, perhaps, all the while, flattering our natural indolence, which, hating the bustle of the world, and drudgery of business, seeks a pretence of reason, to give itself a full and uncontrouled indulgence. ")
흄 치고 표현이 꽤 강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흄에 따르면, 스토아 철학은 본성적인 나태함에 아부하는, 사회적 덕을 제거시키는, 이기심을 세련되게 표현할 뿐인 철학이라는 거죠.
니체를 이용하여 스토아를 비판한 것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하여 Massimo Pigliucci가 반론을 내놓았던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출처를 정확히 찾기 어렵습니다. 대충 기억나는 것은 Marcus Aurelius가 로마의 정치에 헌신한 삶의 사례처럼 스토아도 공적인 삶에 헌신을 할 수 있다는 논지였던 것 같은데... 이것은 제가 정확한 출처를 찾지 못해서 확언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