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에게 제기되는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횡행하는 이 고전적인 비판은 사실 물자체에 대한 칸트의 서술을 오독한 것에 기초한 잘못된 비판입니다. 칸트는 "물자체는 존재한다"와 같은 존재 진술을 한 적이 없습니다.
- 존재 진술을 하기 위해서는 존재한다고 주장되는 그 대상(=물자체)에 대한 인식이 주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 대상이 인식에 주어지기 위해서는 대상의 직관이 인식에 주어져야 합니다.
- 물자체는 그 정의상 (=인간의 인식과 독립적인 무언가) 직관에 주어질 수 없습니다.
- 따라서 "물자체는 존재한다" 는 무의미한 진술에 가깝습니다.
비슷한 오류에 기반한 (마찬가지로) 잘못된 비판은 "물자체는 촉발의 원인이다"에 대한 소위 야코비의 비판이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칸트는 이것을 말한 적도 없고 말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칸트는 왜 이렇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물자체" 개념을 계속 사용하느냐? 이에 대해서는 길고 복잡한 이유가 있고 학자들 사이에서 지금도 논쟁적입니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의 "Phaenomena und Noumena" 챕터 ( 찾아보니 백종현 번역본에서 "대상 일반을 현상체와 예지체로 구별하는 근거에 대하여"라고 되어 있네요)에서 이 개념을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