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철, 『라이프니츠의 형이상학』, 제2장 요약

제2장 철학 체계

1. 존재론

존재론은 기본적으로 ‘무엇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답할 수 있는,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의 목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라이프니츠의 존재론은 극단적으로 단순한데, 그의 목록에는 개체적 실체(individual substance) 혹은 모나드(Monad)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존재한다고 믿는 다른 모든 것들을 모나드의 특징들로 환원한다. 그리고 이 모나드는 소크라테스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개체가 아니라 영혼과 같은 비물질적인 실체이다. 한편 유일하게 참으로 존재하는 것인 모나드 중에서도 특별한 종류의 모나드가 있는데, 이는 바로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행할 수 있으며, 최선의 것만을 행하는 신이다.

2. 신

라이프니츠에 의하면, 신은 창조 이전에 가능한 모든 존재자들에 대한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알고 있었다. 즉 어떤 존재자를 창조하면 그것이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모두 알고 있었다. 이때 이 가능한 존재자들에 대한 각 시나리오를 가능세계라 부른다. 가능세계는 실재적으로 존재한다기보다는 신의 사유방식이다. 신은 다수의 가능세계 중 최선의 세계를 선택해서 현실화하는데, 이것이 창조이며, 창조된 우리의 현실세계는 모든 가능세계 중 가장 좋은 세계이다.

그러나 이 세계에는 악이 존재한다. 신은 악이 아예 없는 세계를 창조할 수도 있었을 터이며, 따라서 이 세계는 최선의 세계가 아닌 듯 보인다. 라이프니츠에 의하면, 최선의 세계라 하더라도 가능세계 내의 모든 것이 좋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악한 것들은 세계 내에 포함되어 다른 것들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선한 것들을 산출한다.

각 가능세계는 그 안에 가능한 개체들을 포함하는데, 이 가능한 개체를 완전 개체 개념(complete individual notion)이라 부른다. 완전 개체 개념은 그 자체로는 가능적인 것으로서,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신의 사유 속에만 존재한다. 완전 개체 개념은 복수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단일하다. 예컨대 다수의 소크라테스가 존재할 수는 없다. 또 완전 개체 개념은 그 안에 플라톤의 스승임, 아테네 사람임 등의 개념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하다.

3. 창조된 세계: 모나드들

완전 개체 개념이 현실화될 때 이를 개체적 실체 혹은 모나드라고 부른다. 세계 속에 존재하는 것은 이 모나드들뿐이다. 라이프니츠에서 물질이 무한히 분할 가능한 반면, 모나드는 단순하며 따라서 분할 불가능하다. 따라서 모나드는 물질적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다.

모나드는 부분을 갖지는 않지만 속성을 갖는다. 데카르트에서 비물질적인 사유 실체가 생각함을 속성으로 갖듯이, 라이프니츠에서 모나드는 지각함을 속성으로 갖는다. 지각은 외부 세계가 모나드에 새겨지는 일을 뜻한다. 예컨대 파도 소리를 듣는 일은 영혼에 무언가 신호가 주어지는 일이다. 라이프니츠에서 지각은 두 가지 특이한 점을 지닌다. 첫째, 지각은 의식적으로 주어질 필요가 없다. 내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 않더라도 지각은 여전히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바닷가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나는 파도 소리를 의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파도 소리는 나에게 지각된다. 나아가 내가 그 소리를 파도 소리라고 말할 때 이 지각은 이미 의식을 동반한다. 나는 파도를 이루는 물방울 각각의 미세한 소리들을 의식하지는 않지만 파도 소리를 의식하기 전에 듣는다. 이것이 지각이다.

둘째, 지각은 지각 주체와 지각 대상의 2항 관계가 아니라 온전히 모나드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다시 말해 지각은 대상이 주체에 작용을 가함으로써 이루어지지 않고, 모나드 안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다. 지각은 “영혼의 특정 상태”(박제철, 2013, 51)이다. 그리고 모나드는 여러 가지 지각들을 거쳐 간다. 즉 영혼의 이 상태에서 저 상태로 이행한다. 이처럼 모나드가 하나의 지각에서 다른 지각으로 이행하도록 하는 힘을 욕구(appetition)라 부른다.

외부 세계에 대한 지각은 외부 세계와 아무런 인과적 연관도 지니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 세계를 표현한다. 표현 관계는 다음처럼 정의된다.

x는 y를 표현한다 ↔ x의 속성이 y의 속성과 대응한다

중요한 점은 여기서 x와 y 사이에 아무런 인과관계도 설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지하철과 지하철 노선도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적 연관도 존재하지 않지만, 노선도에 나타난 선들의 색깔과 교차 및 점들의 순서는 각 노선과 환승지점, 각 역에 대응한다. 이 때문에 노선도는 지하철을 표현한다. 마찬가지로 지각은 외부 세계의 속성들과 대응하는 속성들을 지님으로써 외부 세계와의 인과성 없이도 외부 세계를 표현한다. 그래서 신은 한 모나드의 지각을 읽는 것만으로 다른 모든 모나드들의 지각을 알 수 있다.

4. 물질

각 모나드는 세계 내의 다른 모든 모나드들을 지각하지만, 이 지각은 대개 무의식적이고, 의식적이라고 할지라도(즉 통각이라도) 혼동되어 있으며 대상의 대략적 구조만을 표현한다. 개별 모나드에 대한 지각은 무의식적인 층위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이 무의식적 지각은 영혼에 똑같은 강도로 일어나는 까닭에 실제로 우리가 의식하는 것은 모나드들이 집적된 혼동된 지각이다. 이처럼 다수 모나드들에 대한 혼동된 지각을 라이프니츠는 물질이라 부른다. 그러므로 물체는 실재하는 실체가 아니라, 현상의 층위에서 우리에게 의식되는 모나드들의 덩어리일 뿐이다. 그럼에도 물체는 각 모나드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꿈이나 환상과 달리 모나드에 대한 표현이기는 하다.

5. 물체적 실체

각 모나드는 영혼이고, 물질은 모나드의 현상적 응집물이다. 한편 영혼과 물질의 결합인 생명체가 또한 존재하는데, 라이프니츠는 이를 물체적 실체(corporeal substance)라 부른다. 물체적 실체는 영혼이 물질을 자기의 목적에 봉사하도록 지배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예컨대 몸을 가진 생명체 소크라테스는 그의 영혼과 모나드들의 응집인 물질의 결합체이며, 소크라테스의 영혼은 소크라테스의 몸을 지배하는 지배 모나드이다.

6. 몸과 영혼의 관계

데카르트는 영혼과 몸이 인과관계 속에서 직접적으로 작용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데카르트에 의하면 영혼이 느끼는 허기는 몸의 공복 상태에 의해 직접 야기된 것이다. 그런데 유적으로 완전히 다른 두 실체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생각은 부조리해 보이며 그만큼 설명적 부담을 안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말브랑슈는 신이 각 사건의 원인이라는 기회원인론을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각 영혼과 몸에 일어나는 사건은 각각 신을 원인으로 하며, 영혼과 몸 사이에 발생하는 듯한 상호작용은 때마침 동시에 발생한 사건 즉 기회원인에 불과하다. 예컨대 영혼이 느끼는 허기의 원인은 신이며, 몸의 공복 상태 역시 신이 야기한 것이다. 영혼이 허기를 느끼는 때에 마침 공복 상태가 동시에 발생했기 때문에 우리는 공복 상태를 허기의 원인으로 보게 된다. 그런데 기회원인론은 신이 매 순간 세계 내의 모든 사건에 개입한다는 이상한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라이프니츠는 두 이론이 각각 맞닥뜨리는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예정조화 이론을 제시한다. 영혼과 몸은 각각에 고유한 인과계열을 따라간다. 즉 영혼은 영혼의 인과계열에 놓여 있고, 몸은 몸의 인과계열에 놓여 있다. 그러나 신이 두 계열이 나란히 이어지도록 미리 정해놓았기 때문에 둘은 동시에 일어난다. 따라서 공복 상태는 그 이전의 신체적 사건에 의해 야기되고, 허기는 허기를 초래한 심리적 사건을 그 원인으로 갖지만, 신이 두 사건이 평행하게 일어나도록 예정해놓았기 때문에 양자는 동시에 일어난다.

7. 세계

라이프니츠에 따르면, 세계 내에 존재하는 것은 모나드들뿐이며, 다른 모든 것들은 이들의 결합으로 생겨난다. 이제 라이프니츠는 우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다른 대상들인 보편자(관념), 물질, 시간, 공간 등의 지위, 단순실체의 구조, 현실적이 아니라 가능적인 개체적 실체, 세계 내의 변화 등 여러 가지를 이런 단순한 존재론으로 설명해내야 한다. 각 문제들에 대해 라이프니츠는 성공적인 설명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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