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철, 『라이프니츠의 형이상학』, 제1장 요약

박제철 (2013). 『라이프니츠의 형이상학』. 서강대학교 출판부.

제1장 생애와 저작, 연구 동향

2. 연구 동향

1) 논리주의와 반역사주의

현대의 본격적인 라이프니츠 연구는 러셀(B. Russell)과 쿠튀라(L. Couturat)에 의해 최초로 이루어졌는데, 이 최초의 해석은 두 가지 특징을 띠고 있다. 첫째, 이들은 라이프니츠의 형이상학이 (이를테면 “모든 참인 명제의 술어는 주어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논리학의 명제로부터 모두 연역되는 체계라고 보았다. 둘째, 이들은 라이프니츠의 철학 체계가 ‘성숙기’라 칭해지는 1686년 이후 어떤 변화도 겪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초기의 라이프니츠 해석은 논리주의적 및 반역사주의적 경향을 보였다. 이 해석은 라이프니츠의 철학이 단순한 형이상학적 공상이 아니라 정교한 체계라는 점을 보여주고, 논리적 원리에서 시작해서 그의 체계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해주는 안정적인 연구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 반논리주의와 역사주의

그러나 초기의 해석은 여러 측면에서 비판을 받게 된다. 먼저 논리적 명제라는 하나의 출발점을 설정해서 라이프니츠 형이상학 전체를 조감하려는 단선적 이해는, 라이프니츠 철학을 수학적 명제로부터 이해하려는 세르(M. Serre)나 종교적 명제로부터 이해하려는 바루지(J. Baruzi) 등에 의해 공유되었다. 그러나 게루(M. Gueroult)는 라이프니츠가 젊은 시절부터 다양한 주제들에 관한 글을 집필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이해 방식을 비판한다. 게루가 보기에, 라이프니츠 철학은 하나의 출발점을 갖기보다는 다수의 출발점으로부터 나아가 다양한 측면에서 조망될 수 있는 철학이다. 그에 따르면 라이프니츠의 체계는 단선적인 사슬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그물망 형태를 띠고 있다.

이어 반역사주의적 경향에 반하는 연구들 역시 다수 제기되고 있다. 최근의 연구들은 1686년 이후 1716년에 이르기까지 라이프니츠가 보이는 입장의 변화를 추적한다. 예컨대 피샹(M. Fichant)은 『형이상학 서설』의 개체적 실체와 『모나드론』의 모나드를 같은 개념으로 보는 종래의 해석에 반하여, 양자가 각기 다른 맥락에서 고안된 개념이며 상이한 이론적 장치라고 주장한다.

3) 라이프니츠 르네상스

한편 이와는 별개로 영미권에서는 라이프니츠의 철학적 발상들을 논리학, 언어철학, 형이상학 등 현대철학의 관점에서 재발굴해내려는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보편자에 대한 라이프니츠의 유명론적 환원에 대한 연구가 그러한 시도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 대표적인 것은 양상논리와 가능세계 이론의 재발견이다. C. I. 루이스 등의 논리학자들에 의해 양상논리가 발전할 때 대두되었던 문제점은 양상적 명제들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가, 또 하나가 아닌 복수의 양상논리체계가 성립한다는 점이었다. 크립키는 가능세계에 대한 라이프니츠의 발상을 도입함으로써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했다. 그에 의하면 양상 명제의 의미는 가능세계의 양화를 통해 이해될 수 있으며, 양상논리체계 역시 가능세계들 간에 서로 성립하는 접근 가능성 관계가 어떠한지(재귀적인지, 추이적인지, 대칭적인지 등)에 따라 복수로 성립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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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르노를 넘어 헤겔부터 스피노자, 아리스토텔레스, 회의주의, 라이프니츠까지.. 도대체 어디까지 가시는 겁니까 :cl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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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있을 때 헤겔 공부에 필요한 철학사적 기초를 조금이라도 다져놓으려고 합니다. 철학자들의 이름의 무게에 비하면 쉬운 개설서를 훑어보는 정도라 부끄럽네요 :sweat_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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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분석철학자 중에 라이프니츠 연구하시는 분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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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니츠 연구자들 중 분석철학자, 논리학자들이 꽤 많은 것 같네요. 러셀과 쿠튀라도 논리학자들이었고, 국내에 번역된 논리학 교재로 유명한 벤슨 메이츠도 라이프니츠에 관한 연구서를 집필했더라고요.

심지어 위에서 다루어지는 책의 저자인 박제철 선생님도 라이프니츠 전공자이시면서 분석 형이상학 전공자이시기도 하죠. 마이클 루의 『형이상학 강의』를 번역하시기도 했고, 본인이 직접 『딜레마의 형이상학』이라는 책도 쓰셨거든요. 학부 시절에 서강대에서 박제철 선생님의 분석 형이상학 강의를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배운 내용들이 이후에 공부할 때 정말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 흥미로운 사실: 박제철 선생님의 『딜레마의 형이상학』 제10장에는 이 사이트의 주인장이신 Wittgenstein 님과 박제철 선생님 사이의 논쟁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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