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마스, 「정치적 공론장의 새로운 구조 변동에 대한 숙고와 가정」 (1)

1.

민주 헌법 국가에는 규범적 차원과 경험적 차원이 있다. 규범적 차원에 입각한 연구는 헌법 규범의 실정적 타당성과 헌법상의 현실 사이의 긴장에 집중한다. 이들은 ‘각 개인의 행동은 가능한 한 관련 당사자 모두의 논의적으로 검토된 관점에서 볼 때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좋은 바로 그 일반 규범에 따라 각 개인적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한다’라는 평등주의-개인주의적 당위를 제공하는 보편주의 도덕이 법 차원(기본권과 인권)으로 이행됐으나, 그것은 아직 완전히 충족되지 못하였음에 주목한다.

cf. 평등주의적 보편주의란 모두가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고, 여기에 개인주의를 결합한 것이 집단적 자기 결정이다. 그리고 이 집단적 자기 결정이 ‘자유로운 법적 동료들의 자결적 연합의 설립’의 기반이 되고, 이에 따라 사람들은 민주적 공동 입법자로서 일반법에 따른 주관적 권리의 평등한 분배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신의 자유를 스스로 보증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 충족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민주 정치 이론은 ‘시민들이 민주적으로 정당화된 지배의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식을 갖게 하는 도덕적으로 충실한 기본권 질서의 독특한 이상적 잉여’와 ‘비록 실제 실천을 넘어서나 자신이 실천하는 시민권이 일반적으로 그것이 약속한 것을 실현한다는 암묵적 확신에 신뢰성을 부여하는 사회·제도적 조건’을 염두에 두고 구상되어야 한다. 따라서 민주주의 정치 이론은 “현재 유효한 법과 그에 상응하는 시민의 직관적 기대와 정당성 관념으로부터 정의로운 정치 질서 원칙을 합리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있다(21).” 그리고 사회적 상황, 문화적 생활 형식, 개인의 생활 방식이 이질적인 한, 여론과 의사 형성의 공동성을 보장하는 토의 정치에 의해 그 재구성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토의 정치는 보잘것없는 현실을 측정해야 할 터무니없는 이상이 아니라 다원주의적 사회들에서 민주주의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든 민주주의가 존재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21).”

2.

토의 정치의 접근 방식은 무엇보다 공통의 종교나 세계관이 없는 다원주의적 사회에서 어떻게 직관적인 헌법적 합의를 배경으로 정치적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강력히 권장된다. 왜냐하면 민주적 전권 부여라는 의사 형성 절차의 법적 확립은 ‘가능한 결정에 영향을 받는 모든 관련 당사자를 정치적 의지 형성에 대한 동등한 참여자로 포함’할 것을 요구하는데, 이 결정은 또 ‘논의적인 성격을 가지는 의견 형성 과정을 거치게 되며 또 그것은 합리적 이유에 의존’하기 때문이다(25). 이런 이유로 토의는 “문제에 대한 인지적으로 올바르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에 대한 기대를 고려하고, 이것이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결과라는 추정의 이유를 제시한다(25).”

바로 그 포용적인 토의는 정치적 공론장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포용과 토의는 의회 입법의 대의 기관 수준에서만 실현할 수 있다. 이렇게 정치적 의견 및 의지 형성이 아주 포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론장을 통한 토의 정치는 한편으로는 의견 및 의사의 민주적 형성 기여에 본질적이다. 또 한편 주권자의 의지가 정치 체계 전체의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 또는 여론은 대중 매체가 제공하는 기사의 진상 규명 품질에 따라 달라지고, 그것에 의존하여 형성된 복수 여론의 투쟁적 결정에 따라 정치적 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제한적 성격을 지닌다. 물론 공론장 자체에서 의견들과 결정들의 경쟁 결과는 원칙적으로 열려있다.

그런데 공론장은 국가와 사회, 공적 경제 영역과 사적 경제 영역의 기능적 분리를 위한 사회 구조적 전제 조건의 충족을 요구한다. 즉, 시민사회는 본성상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사이의 긴장 영역 사이에 있는데, 뉴미디어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디지털 매체는 그 경계를 흐리게 만들어 공론장의 구성 요건인 포용성을 해친다. 이 때문에 디지털적으로 변화한 미디어 구조와 그것이 정치적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민주적 토의 정치와 그에 대한 이론을 다루는데 핵심이 된다.

3.

토의 정치를 위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조건 셋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유주의적 정치 문화. 자유주의적 정치 문화는 도덕을 핵심으로 하는데, 그 도덕의 핵심은 “시민들이 타인을 동료 시민이자 동등한 민주적 공동 입법자로 상호인정하려는 태도”이다(35). 구체적으로 말해, 이는 ①정치적 상대를 적으로 마주하지 않고 타협적 태도에서 하나의 상대방으로 인정하기 ②다양한 생활 형식의 경계를 넘어 이방인들을 공통의 정치 문화에 상호 포용하기를 뜻한다. 그리고 이 모두는 타인이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도움을 제공할 의무를 느낄 것이라는, 상호 이해관계의 조정에 대한 다소간 막연한 기대(공익에 대한 지향)에 기대고 있다.

둘째, 유권자의 자발적이고 충분한 참여를 허용하는 사회적 평등. 이 평등은 사회시민의 자유와 국가 시민의 정치적 자율성의 충족 및 보완적 역할에 기반한다. 사적 권리와 요구권의 분배를 결정하는 정치적 권리는 “사회 시민의 지위 획득 여지를 결정하는 민주적 입법에 국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이렇게 보장된 사회적 지위는 국가 시민이 “실제로 시민권을 사용하기 위한 사회적 전제 조건과 동기를 창출한다(37).” 그리고 이 순환은 사회적 불평등이 민주적 선거를 통해 시정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셋째, 민주주의 국가와 자본주의 경제 사이의 복지 국가적 균형 조절. 이는 두 번째 조건에서 이어지는 것으로, 사회의 통합을 위해서는 “세수를 창출하기 위한 충분한 자본 증식 조건”을 보장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정의의 관점에서 사적 및 공적 자율성을 행사하기 위한 법적·물질적 조건에 대한 광범위한 계층의 이해관계를 충족”시켜야만 한다(39). 그렇지 못할 경우, 복지 국가는 민주적 정당성을 위협받게 될 것이다.

공론장 기능을 위한 상기한 세 조건 때문에 토의 정치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것은 매우 힘든 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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