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논리학 입문 세미나 (3)

헤겔 논리학 입문: 헤겔 논리학의 일반적 이념(1)

진행

김주용 (서강대 철학과)

텍스트

Winfield, R. D. (2012). Hegel’s Science of Logic: A Critical Rethinking in Thirty Lectures. Rowman & Littlefield 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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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미나에서 다룬 부분을 제 나름 요약한 글을 올려둡니다.


2장 논리학의 일반적 개념 (1)

헤겔의 『논리의 학』은 두 서론을 가지고 있다. 그중 첫 번째인 「서론: 논리학의 일반적 개념」에서 헤겔은 철학 일반이 진행되어야 할 방향과 같은 길을 논리학의 기본 발상이 걸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이는 ①논리학과 다른 학문을 구별하고, ②논리학에 관해 생각하는 두 가지 방식의 차이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논의된다.

첫째, 헤겔은 논리학과 논리학이 아닌 학문(nonlogical discipline)을 구분한다. 이를 통해 그는 논리학이, 나아가 철학이 ‘의식의 대립(주체/객체)’을 극복할 것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보이려 한다.

논리학과 논리학이 아닌 학문은 어떻게 다른가? 논리학이 아닌 학문은 주어진 개념에 의존한다. 그것에 대한 반성을 일삼는 학문이 아니라 그것에 의존하여 자신을 전개한다. 예컨대 생물학은 생물이라는 개념에 대해 논리적으로 탐구한다. 이런 점에서 논리학이 아닌 학문은 “사태 자신에 대한 예비적 반성”의 측면을 결여하고, “학문적 대상과 방법의 구별”을 받아들인다(18).

반면 논리학은 사유에 대해 사유하는 학문이다. 사유에 대한 학문이라는 말은 사유를 통해 사유를 탐구한다는 말과 같다. 이는 곧 학문적 대상과 방법이 구별되지 아니하고, ‘사태 자신에 대한 예비적 반성’을 한다는 말로 이해될 수 있다. 바로 여기서 논리학과 논리학이 아닌 학문이 구별된다. 후자는 “우리가 사유를 신빙성 있게 사용할 수 있다는 가정, 우리가 사유가 무엇인지 안다는 가정, 또한 사유가 권위를 통제한다는 가정과 더불어서 사유를 차용”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시작을 이루는 학문이다. 반면 전자는 절대적인 시작을 이루는 학문이기에 그것을 통해 “진리를 향한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19).”

추가로, 논리학의 이러한 특수한 면모는 논리학에 “규범적 요구”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시사한다. 논리학이 ‘타당한 사유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따지려면, 그 자신도 타당한 사유여야만 한다. 논리학은 타당한 사유로 존재해야만 한다는 그 자체 규범적 요구를 포함하고 있는 학문이다(18).

둘째, 위 논의에 이어서 헤겔은 형식 논리학은 사유에 대한 학문인 논리학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며, 둘을 구분하면서 논리학 특유의 면모를 드러낸다.

절대적인 시작을 이룰 수 있는 논리학의 특수한 면모를 염두에 두면, 논리학은 “타당한 사유가 무엇인지”를 ‘타당한 방식’으로 다루어야만 하는 선결문제의 오류를 범하는 듯하다(20). 하지만 위와 같은 문제 제기는 이미 내용과 형식(사태와 방법)의 구별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논리학은 그러한 구별이 더이상 유지되지 않는 수준에서 전개되어야 한다. 오히려 ‘내용’, ‘형식’, ‘구별’이 논리학이 알고자 하는 대상이다. 그렇지 아니하고 내용과 형식의 구별에 기반하는 논리학이 바로 세간의 형식 논리학이다. 이들은 마치 논리학이 아닌 학문이 행하는 것처럼 “내용을 구성하지 않고 내용을 생각하는, 내용에 대한 앎의 순전한 형식을 구성”하는 논리학이다(22). 이렇게 사유에 대해 사유하지 않는 형식 논리학은 내용을 자신 바깥에 두기 때문에 “한낱 참된 인식의 형식적 조건들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실재적 진리를 스스로 함유할 수도 없으며, 또 실재적 진리를 향한 길일 수 없다(23).” 쉽게 말해, 이들은 주어진 전제들로부터 결론이 도출되는지 아니한지 따지는 쪼그라든 형태의 논리학이다. 반면, 앞서 말했듯이, 사유에 대해 사유하는 학문인 논리학은 결코 순수 형식적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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