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맥긴, 『언어철학』 9장 "데이비슨의 자연 언어를 위한 의미론" 요약

목요일 스터디를 위한 요약문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작성하고 여기다 옮긴거라 형식 부분에서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 블로그 주소를 밑에 남겨두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eric970/222049982602


  1. 배경

Ⅰ. 타르스키와 데이비슨의 차이

-타르스키는 형식화된 언어에서의 참을 정의하고자 했지만, 데이비슨은 타르스키의 참 이론을 이용해 자연 언어를 위한 의미 이론을 제시하고자 함

-타르스키는 참의 본성을 설명하는데 집중했지만 데이비슨은 타르스키의 이론을 재배치해 의미의 본성을 제시하고자 함. -> 타르스키의 이론은 타르스키 본인 생각보다 중요한 의의 가지고 있음

Ⅱ. 데이비슨 이론의 철학사적 배경

-프레게로부터 시작된 20세기 언어철학에는 의미에 관한 두 가지 생각이 퍼졌다. (1) 의미와 참이 어떠한 방식으로 가깝게 연결돼있다. (2) 의미가 본질적으로 합성적이다. 즉, 문장의 의미는 문장을 이루는 부분들의 의미로부터 나온다.

ⅰ. 의미와 참의 연관성

-데이비슨은 이 두 가지 생각을 모두 수용한다. 먼저 데이비슨은 진리조건을 아는 것이 의미를 아는 것이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최소한 진리조건을 아는 것이 의미를 아는 것과 긴밀히 연결돼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프레게로부터 시작되는데, 프레게에 있어 문장의 진릿값은 지시체이며 뜻은 '지시체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뜻은 지시체를 통해 진리값에 기여한다.

-'눈은 하얗다.'라는 문장을 통해 우리는 문장의 의미를 제시하는 두 가지 방식을 얻을 수 있다. 하나는 주어진 문장과 같은 의미를 가진 문장을 언급하는 방식, 즉 번역의 방식이 있고 (ex : ''눈은 하얗다'는 'La neige est blanche'를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T-문장처럼, 언급된 문장의 의미를 진술하기 위해 문장을 사용하는 것이다. (ex : '피에르는 'La neige est blanche'가 눈이 하얗다는 것을 의미하는걸 안다.') 후자의 경우 피에르에게 한국어에 대한 앎을 귀속시키지 않더라도 피에르가 문장의 의미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 번역과 다르다.

-위에서 언급한 의미-귀속 예시, ''눈은 하얗다'는 눈이 하얗다는 것을 의미한다'에서 문장은 T-문장과 마찬가지로 좌변에서는 언급된 것이고 우변에서 사용된 것이다. 여기서 '[좌변]은 [우변]을 의미한다'는 '[좌변]은 참이다 iff [우변]'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의미와 참의 연관성을 포착한다. 문장의 진리조건을 안다는 것은 최소한 문장의 의미에 관한 무엇인가는 아는 것이다.

  • 이런 전통을 지지하는 학자로 『논리 철학 논고』의 비트겐슈타인과 데이비슨을 제시할 수 있다. 확실히 문장의 진리조건을 모르면 의미를 알 수가 없는 것은 참으로 보인다. 즉, 진리조건에 대한 앎이 의미에 대한 앎의 필요조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개밥바라기는 행성이다'와 '샛별은 행성이다'의 진리조건이 같다고 해서, 이 둘의 의미가 같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은 프레게가 이미 다룬 것이다. 진리조건의 동일성이 동의성을 함축하지 않기에, 진리조건에 대한 앎이 의미에 대한 앎의 충분조건인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

ⅱ. 의미의 합성성

-언어의 구조가 합성적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단어가 구문론적 규칙에 따라 결합되고, 또 이 구들이 결합돼 문장을 형성한다는 이런 구조 자체는 데이비슨을 포함한 많은 언어철학자들이 받아들인다.

-참과 의미의 연관성과 의미의 합성성을 결합하면 다음으로 귀결된다. 문장의 진리조건은 그 문장을 이루는 단어들에 합성적인 방식으로 의존한다. 문장의 의미는 문장의 진리조건이고, 의미의 합성성은 진리조건의 합성성이다. 따라서 진리조건에 대한 합성적 이론을 가지면 의미에 대한 합성적 이론도 가지게 된다. 이제 진리 조건에 대한 합성적 이론이 무엇이냐의 문제가 제시된다.

  1. 타르스키의 이론을 의미에 적용할 때 얻는 이점

Ⅰ. 데이비슨의 목표

-데이비슨은 의미이론이라면 모든 유의미한 표현의 의미를 제시해야 한다 고 여겼다.

-이런 생각은 노엄 촘스키의 구문론 개념에 영향을 받았다. 데이비슨은 의미 이론이 구문론처럼 모든 표현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 규칙을 제시해 언어 전체를 망라해야 한다고 생각함.

Ⅱ. 의미를 제시하기 위한 데이비슨의 방법

-위에서 언급한 의미이론을 구성하기 위해 유의미한 표현의 의미를 어떻게 명시할 것인지가 문제가 됨.

-첫 번째 대안, 번역지침translation manual : 번역지침을 제시해 의미를 명시하는 것이다. 우리가 합성적인 번역 지침을 마련한다면, 우리는 유한한 번역 지침으로 무한한 문장들을 번역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두 번째 대안, 심리적 접근 : 프레게주의자라면 언어의 모든 표현에 뜻을 부여하자고 제안할 것이다. 번역지침을 사용하지 않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심리학을 도입하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다. 로크를 비롯한 심리주의잗르은 단어를 발화할 때 화자의 심상이 그 단어의 의미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이론의 배경이 되는 심상 이론은 철저히 폐기된 이론이라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데이비슨의 제안 : 데이비슨은 '의미한다'라는 표현법을 아예 피하고자 한다. 데이비슨의 이론은 단어와 문장이 의미하는 것을 언급하지 않는다. 데이비슨은 제대로 된 명시 형식이라면 구조적 기초를 가지고 유한하게 진술되지만, 무한한 결과를 산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촘스키의 영향이 나타난다. 인간 언어가 학습 가능하기 때문에, 이론이 유한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언어가 학습 가능하고, 뇌에서 표상될 수 있으려면 산출 잠재력을 지닌 유한한 기초 의미 구조를 가져야 한다.

-의미가 합성적이어야 하고 언어는 학습 가능해야 하기에 의미론은 유한해야만 한다. 또 의미는 진리조건과 연결돼있기도 하다. 따라서 정리하면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진리 조건에 관한 유한한 진술이 필요하다.

-데이비슨은 타르스키의 참 이론이 이 조건을 만족하고, 의미의 일반적인 특징들을 잘 포착한다고 제안한다.

Ⅲ. 타르스키 이론의 구체적 적용

ⅰ. 주어-술어 문장 분석

-'눈은 하얗다'는 단칭어 '눈'과 일항 술어 '~은 하얗다'로 분석된다. 그리고 '눈'에 대한 지시 공리와('눈'은 눈을 지시한다) '~은 하얗다'에 대한 만족 공리(대상 x가 '~은 하얗다'를 만족한다 iff x가 하얗다)를 제시한다. 이 주어-술어 문장에 대해 다음과 같은 규칙을 만들 수 있다. [주어-술어 문장은 참이다 iff 주어의 지시체가 술어를 만족한다.] 그리고 주어에 해당하는 지시체와 술어의 만족 조건을 확인하기 위해 공리를 확인하면, ''눈은 하얗다'가 참이다 iff 눈은 하얗다'라는 문장이 도출될 수 있다. 이렇게 각 부분의 의미론적 속성으로부터 전체 문장의 진리조건을 도출했으므로 합성성을 만족했고, 유한한 규칙을 제시했기에 유한성 규칙도 만족시켰으며 진리조건과의 연관성도 드러냈다.

ⅱ. 좋은 의미 이론의 세 번째 기준

-앞서 좋은 의미이론의 기준은 (1) 의미의 합성성에 기반해 문장의 진리조건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2) 유한한 규칙에서 무한한 결과를 산출할 수 있을 것 이렇게 두 가지가 제시됐다. 그런데 데이비슨은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 그것은 '원래 문장에 담기지 않은 그 어떤 개념적 자원에도 기대지 않을 것'이다. 타르스키의 이론은 일견 사소해보일 수 있지만, 이 조건을 만족시키기 때문에 좋은 이론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동음성 조건"이라고 한다.

-동음성 조건을 적용하면 '필연적으로 2+2=4'와 같은 문장에서 '필연적으로'를 "모든 가능세계에서"라고 번역할 수 있다. 하지만 데이비슨은 위 번역이 가능세계라는 생경한 개념적 자원을 끌어들이는 것이므로 좋은 의미이론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능세계 이론가들은 우리의 일상적 담화가 가능세계를 상정한 것이기에 이런 번역은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가 총각이다'와 '~가 미혼 남성이다'라는 두 술어가 있을 때 전자를 후자로 번역하는 것도 생경한 개념적 자원을 끌어들인 예시로 생각해야 할지의 문제도 남아있다. 이것은 미결 문제로 남아있다.

  1. 타르스키의 이론을 자연 언어에 적용하기

Ⅰ. 타르스키 이론을 자연언어에 적용시킬 때 발생하는 난점

-기본적으로 데이비슨의 이론은 타르스키식으로 기초 공리, 반복 공리, 결합 규칙이라는 장치들을 활용한다. 그러나 타르스키의 이론은 형식화된 언어에만 적용될 뿐, 자연언어에는 적용되지 않기에 자연언어를 위한 의미론을 제공하고자 하는 데이비슨은 타르스키의 이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을 수는 없다.

-데이비슨은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지시체에 관한 난점, 양상 문장과 명제 태도 문장, 물질 명사, 부사구 수식, 한정 형용사, 명령문, 의문문 등 이 의미론 구성에 문제가 된다고 인정한다.

Ⅱ. 여러가지 문제들과 데이비슨의 해결

ⅰ. 부사의 문제

-타르스키의 장치를 부사를 처리하는데 쓰는 명백한 방법은 없다. '메시는 빠르게 달렸다'에서 '메시'가 '빠르게'를 충족시켰다고 보기가 어렵다. 따라서 타르스키의 이론 외의 다른 이론을 필요로 한다.

-데이비슨은 부사적 문장을 사건에 대해 양화하는 문장으로 환언하고, 부사를 사건의 술어로 바꿔 이를 해낸다.

-ex) '메시는 빠르게 달렸다' -> 'e는 메시에 의한 달리기였으며, e는 빠르다는 것을 만족하는 사건 e가 있었다.'

-이 경우 '빠르다'는 술어에 대한 만족 공리는 다음과 같다. -> [사건 e가 '빠르다'를 만족한다 iff e는 빠르다.]

ⅱ. 내포 연산자를 포함하는 경우의 문제

-프레게의 예시에서, 개밥바라기와 샛별이 동일한데 개밥바라기는 행성이지만 샛별은 행성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지칭의 관점에서는 샛별과 개밥바라기가 동일하지만, 믿음 맥락에서는 그렇지 않기에 공지칭하는 이름들을 믿음 문맥 안에서는 대체시킬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프레게는 이런 불투명 문맥의 경우, 진리 조건은 종속절의 이름의 지시체가 아닌 뜻에 의존한다. 그런데 타르스키의 이론에서는 이름에 대한 의미론, 단칭어의 지시체를 명시하는 작업 외에 이런 내포 연산자를 다룰 방법이 제시되지 않는다.

-데이비슨은 이를 다음과 같이 해결한다. '존은 하늘이 푸르다는 것을 말한다'라는 문장을 '하늘은 푸르다. 존은 그것을 말했다'라고 분석하자는 것이다.

-이 해결의 핵심은 내포를 없애고 외연적인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하늘은 푸르다.'와 '존은 그것을 말했다'는 각각 내포적인 것을 남기지 않은 외연적인 문장이고, 공지칭하는 단어들을 대체해도 진리값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ⅲ. 진리값을 포함하지 않는 비직설법 문장의 문제

-'문을 닫아라'라는 문장은 참도 거짓도 아닌 것 같다. 가장 간단한 것은 이를 직설법 문장으로 환언하는 것이다. '나는 당신에게 문을 닫으라고 명령한다'라고 한다면, 타르스키 방식으로 처리할만한 문장이 된다. 이처럼 타르스키식으로 자연언어를 위한 의미이론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자연언어 문장을 처리하기 위한 연구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

ⅳ. 지표어의 문제

여기서 좋은 의미이론의 조건 중 하나임 동음성 조건이 문제가 된다. '나는 덥다'라는 문장에서 '나'에 해당하는 그 누구라도 덥지 않음의 상태에 있다면 이 문장은 거짓이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이렇게 환언할 수도 있다. '화자 S에게 시각 t에서 '나는 덥다'는 참이다 iff S가 t에 덥다.' 이렇게 하면 '나는 덥다'라는 문장의 본의를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환언에서 T-문장은 동음적이지 않다. '나는 덥다'라는 문장에 사용되지 않는 개념적 자원, S와 t를 끌어들인 것이다. 지표사의 경우로만 예외로 하고 동음성 조건을 유지하는 규칙을 형식화시킬 수 있을지가 문제가 된다. 또 양화사와 사건 존재론을 추가해 부사를 처리하는 방식도 똑같이 동음성 조건을 위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런 환언을 허용하게 될 경우 가능세계로의 환언을 막을 근거도 없어진다.

ⅴ. 애매성의 문제

-애매성에는 어휘적 애매성과 구문적 애매성이 있다.

-어휘적 애매성에는 동음이의어 문제가 대표적이다. '나는 은행을 먹었다'라고 할 때 이 은행이 금융기관으로서의 은행인지 아니면 열매로서의 은행인지 확실하지 않다. 이 경우에는 꼬리표를 달면 간단하다. '은행-금융기관', '은행-열매' 이런 식으로 말이다.

-구문적 애매성의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나는 느린 배와 비행기를 탔다.' 여기서 느린이라는 형용사는 배만을 수식하는 것인가 아니면 비행기까지 수식하는 것인가? 이는 괄호로 해결될 수 있다. 배만을 수식하는 것이라면 '나는 (느린 배)와 비행기를 탔다'라고 하면 되고 비행기까지 수식한다면 '나는 (느린 배와 비행기)를 탔다'라고 하면 된다.

ⅵ. 데이비슨 이론의 특징

-데이비슨은 의미론적 원초semantic primitives를 정의하려고 하지 않고, 논리적 형식만을 부여한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신중한modest 이론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이는 매우 대담한 이론이다.

-왜냐하면 논리 형식을 기술하는 것은 단어의 의미론적 범주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사를 술어로 환언하거나, 단칭어를 주어로 간주할지 술어로 간주할지를 결정하거나 하는 모든 문제는 전혀 사소하거나 신중하지 않고, 오히려 대담하다.

-또한 데이비슨의 이론은 T-문장에서 멈추지 않는다. T-문장에 대한 증명도 데이비슨 이론의 핵심이다.

-유한한 집합의 공리로부터 T-문장을 도출해야 한다고 할때, 이런 이해는 최종 결과물인 정리 뿐만 아니라 문장의 의미론적 구조를 분석해서 이 정리를 도출하는 과정에도 적용된다.

-데이비슨의 요점은, 이론이 구조적이어야만 하며, 유한한 토대로부터 무한한 언어가 도출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T-문장이라는 산출물이 유용하기는 하지만, 그 문장의 근간이 되는 공리와 도출이라는 장치에 대해서도 데이비슨은 고민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ⅵ. 타르스키식 진리론의 또다른 장점 : 불필요한 존재자의 제거

-데이비슨은 타르스키식 진리론을 사용하면 의미 이론 안에서 단어에 의미를 할당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이 이론에는 의미라는 특별한 존재자가 없고, 각 단어에 지시체만 할당할 따름이다.

-술어에는 지시체조차 할당되지 않는다. 만족 공리에는 술어가 재사용될 따름이다.

-또한 의미라는 내포를 인정할 경우 접속사에도 존재자를 할당해야하는가 하는 문제에도 데이비슨은 빠지지 않는다.

-불필요한 존재자의 상정을 끔찍히 싫어하는 콰인의 영향으로 이런 이론이 발전했다.

  1. 경험적 참 이론

-데이비슨은 타르스키의 참 이론이 경험적으로 어떻게 검증될 수 있을지의 문제를 제기한다. 두 가지 경우가 나뉘는데 하나는 대상언어와 메타언어가 같은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둘이 다른 경우이다.

Ⅰ. 대상언어와 메타언어가 동일한 경우 : 우리말을 위한 참 이론을 제시하는 경우

-우리말을 위한 참 이론을 구성하는 경우, 데이비슨은 아주 간단하게 이를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그 자체의 형식에서 정리의 참 거짓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T-문장의 좌변에서 언급된 문장과 우변에서 사용된 문장이 같다면, 그 T-문장은 경험적으로 참이다.

-하지만 맥긴은 데이비슨이 모든 T-문장이 동음적일 수 없다는 점을 망각한듯 하다고 지적한다. 부사에 대한 데이비슨의 이론은 이런식으로 참/거짓을 판별할 수 없다.

-또한 데이비슨은 어떤 문장이 문법에 맞는지를 평가하는 것보다 그것의 진리조건을 말하는 것이 더 쉽다고 한다. 즉, 문장이 유의미한지 알기 전에 그 문장의 의미하는 바를 알기 더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괴상한 우리말 문장에 대해서 과연 같은 주장을 할 수 있을지가 문제된다.

Ⅱ. 대상언어와 메타언어가 다를 경우 : 외국어를 위한 참 이론을 제시하는 경우

-데이비슨은 외국어에 대한 참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콰인의 원초적 해석1을 언급한다. 콰인은 한 원주민 집단이 "가바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토끼를 가리킬 때 그것이 토끼의 집합을 의미하는 것인지, 토끼의 신체 일부분을 지시하는 것인지 어쩐지 확정 지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콰인은 근본적으로 해석이 원초적으로 불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가바가이'가 의미하는 바에 대한 사실은 없다.

-데이비슨은 『진리와 해석에 관한 탐구』의 제 9장 "원초적 해석"에서 이 부분을 다룬다. 데이비슨은 여기서 외부요인, 환경에 따라 진리조건을 달리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어민들이 한 문장을 참으로 받아들이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참이라고 상정해야 한다. 그래도 불확정성이 남아있다면 그대로 놔둬야 한다. 핵심은 자비의 원리principle of charity에 입각해, 해석자는 상대방의 믿음과 주장의 대부분이 옳다고 상정하고 상대방을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상대방이 총체적 오류에 빠져있다고 가정하면, 그것은 애초에 해석 불가능할 것이다. 이는 우리의 믿음에 관한 회의주의에 대한 배격을 함축한다.

  1. 데이비슨의 이론에 대한 비판

Ⅰ. 첫 번째 비판 : 데이비슨은 의미가 무엇인지, 의미를 파악한다는게 무엇인지 충분히 논의했는가?

-데이비슨이 "의미한다"라는 용법을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은 알지만, 의미가 무엇인지 의미를 파악한다는게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의미에 대한 앎이 진리 조건으로 제한하는 것이 충분한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런 비판에 대한 대응으로 여러가지 선택지가 있다. 먼저 데이비슨 본인은 의미이론을 수용하기 위해 굳이 언어를 더 깊이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른 대응으로는 비트겐슈타인의 『논리 철학 논고』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빌리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화자가 문장을 이해할 때 그 문장을 참으로 만드는 가능 사태를 파악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눈은 검다'라는 문장을 이해할 때, 우리는 상상력을 통해 그런 사태를 상상한다. 이런 설명은 데이비슨의 최소주의적 설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타르스키의 참 이론에 양상적 상상력을 추가한 것이다. 이는 타르스키의 참 이론이 의미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사소하다는 비판을 넘어서기 위해 사소하지 않은 방식으로 해명하려는 시도다.

-검증주의적 대응도 존재한다. 문장의 진위를 판단하는 검증 방식이 진리 조건을 아는 것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우리가 한 문장에 대해 일반적으로 두 가지 앎을 전제한다고 하는데, 그것들은 어떤 사태가 그 문장을 참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앎과 어떤 종류의 증거가 그 문장을 승인하도록 보증하는지에 대한 앎이다.

Ⅱ. 지시체만으로 확정되지 않는 의미의 문제

-우리는 이미 프레게의 예시에서 '개밥바라기는 행성이다'와 '샛별은 행성이다'가 공지시적이라 하더라도 의미는 다르다고 이야기한 바가 있다. 그런데 타르스키의 이론에서는 이름에 대한 공리는 지시 공리이기 때문에 오직 지시체만 할당된다. 그렇다면 위 두 문장이 의미적으로 차이를 지니기 위해서는 지시체가 아닌 다른 요소를 상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Ⅲ. 단어가 의미론적 속성을 가지게 되는 방법에 대한 설명 부재

-단어가 의미론적 속성을 어떻게 획득하는지에 대해 데이비슨의 이론은 설명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타르스키의 공리는 무엇이 기호와 소리에 의미론적 특성, 지시체를 할당할 수 있게 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타르스키와 데이비슨은 지칭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기에 설명이 제공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적 이론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

Ⅳ. 문장의 논리 형식 제공과 개별 단어 분석 구분이 강건한지의 문제

-데이비슨은 문장의 논리 형식을 제공하는 것과 개별 단어를 분석하는 것을 구별하며 자신의 이론은 논리 형식을 제공하는데 그치기 때문에 또다른 개념적 자원을 활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러셀의 이론에서 보듯 일상적 문장을 양화사를 포함한 문장으로 분석하는 것은 충분히 개념적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부사적 표현을 사건 존재론으로 재해석하는 것과 "총각"을 "결혼하지 않은 남성"으로 해석하는 것 차이에 얼마나 심대한 차이가 있는지도 의문이 생긴다.

-'가능적으로'라는 양상 표현은 세계에 대한 존재 양화사이다. 이것은 개념 분석같아도 논리 형식을 귀속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엄밀히 말해 논리 형식의 부여와 어휘 분석은 완벽히 구별되지 않는다.

Ⅴ. '의미한다'를 '참이다'로 대체해도 문제가 없다는 데이비슨의 주장의 문제

-데이비슨은 '참이다'를 '의미한다'라고 대체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맥긴은 분명하게 데이비슨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실질 쌍조건문 iff는 좌변 우변이 모두 참이면 참인 문장이라는 것을 함축한다. 즉 ''눈은 하얗다' iff 풀은 푸르다'는 참이다. 그러나 iff를 '의미한다'로 대체하면 ''눈이 하얗다'는 풀이 푸르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확실히 터무니 없다.

-iff를 보다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실질 쌍조건문이 아닌 엄밀 쌍조건문은, 각 변의 문장들이 진리값이 현실에서 동일할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세계에서 동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변은 '2+2=4 iff 3+3=6'라는 문장에서 무너진다. '2+2=4'와 '3+3=6'은 모든 가능세계에서 참이고 iff를 적용하더라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문장은 '2+2=4가 3+3=6을 의미한다'라고 해석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불합리하다.

-'의미한다'라는 단어를 '후건으로 전건을 의미하겠다'라고 약정하는 방식도 무의미하다. 이는 아무런 지식도 제공하지 않을 뿐더러 타르스키의 참 이론의 틀을 벗어나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Ⅵ. 데이비슨 이론의 근본적 난점

-데이비슨은 의미 이론이 모든 유의미한 표현의 의미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지만 정작 그의 이론은 단어와 문장이 어떻게 의미를 가지게 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데이비슨은 그것을 문제삼지조차 않는다. 그러나 단어와 문장이 기호나 소리라는 정체성 때문에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외부로부터 비롯되는 것 같은데, 그 외부란 바로 그 단어와 문장을 사용하는 우리다. 그 관계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 다음 장에서 다룰 주제다.

참고문헌 :콜린 맥긴. (2019). 『언어철학』(박채연&이승택 역). 서울:도서출판. (2015)

  1. 원초적 해석에 해당하는 원어는 "radical interpretation"이고 우리 교재에서는 이 단어에 대한 해석어로 "근본적 번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콰인-데이비슨으로 이어지는 이 개념을 "원초적 해석"으로 번역하므로 "원초적 해석"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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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핵심만을 잘 요약했다 싶습니다. 콜린 맥긴의 책은 분명히 주요 쟁점을 소개하면서 그 한계점에 대한 콤맨트도 있는 좋은 책이다 싶습니다. 그러나 그렇구나 하면서 한 단원을 읽고나면 그 내용이 머리 속에 잘 기억이 안되네요. 아무래도 시험을 보기위해서 외우는 행위가 없다보니 그런가 싶습니다. 매장 요약을 해두면 시험을 봐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참고자료가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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