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유학 진로가 고민입니다

이번 2월에 아도르노 미학을 주제로 석사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의 진로인데... 우선은 6개월에서 1년 가량 어학 준비 후에 독일 박사 유학을 고려중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아직 독일어 실력도 충분하지 않고, 해외 대학 정보이다보니 자세하게 찾아보는게 쉽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감사하게도 이미 독일 대학교 철학과 리스트 - dwarf_720 님의 게시물 #12 이 글에서 독일 대학 리스트를 정리해주신 분이 계십니다만.. 키워드만으로는 정확히 어떤 교수님이 제 분야와 가장 일치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혹시 매체이론, 비판이론, 프랑크푸르트 학파, 아도르노, 벤야민, 문화연구, 영화 미학, 등등의 키워드로 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실지 여쭙습니다!

(참고로 제 석사 학위 논문 주제는 "영화 매체의 미학적 의의에 대한 재고 - 영화 매체에 대한 아도르노의 비판을 중심으로" 였습니다. )

다들 항상 건필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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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뻔한 말 투성이 같지만 그래도 써봅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자기에게 딱 맞는 교수가 누구인지는 본인만이 알기 때문에, 결국엔 본인이 그 교수의 CV나 작성 논문 목록까지 일일히 뒤져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다음의 셋을 기본 베이스로해서 박사 지원 예정 대학을 결정했습니다.

참고사항 1: 서칭 사이트. 이하의 사이트에서 keyword를 본인 관심사로, country를 germany로 맞춰서 서치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참고사항 2: 관심 영역에 관해 발행된 Oxford bibliographies, 총서, A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의 further reading 섹션에서 소개된 저자들, 권위 있는 학술지의 편집인들.

참고사항 3: 논문을 작성하실 때 참고했던 독일어 문헌의 저자들. 사실 이게 가장 정확하고 빠릅니다. 저의 경우엔 석사때 프랑크푸르트 괴테의 크리스토프 멘케의 책을 많이 참고해서 그에게 공부를 배워보고 싶었는데, 나이가 좀 있어서 그의 제자들도 찾아보곤 했습니다.

당연히 이에 더해 먼저 유학을 간 선후배들에게 물어보거나, 최근에 관련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한국에 귀국하신 분들에게 메일로 여쭤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겁니다.

저는 지금은 영미권으로 유학길을 바꿨는데, 독일쪽을 알아볼 때 언어적 장벽과 정돈되지 않은 대학 사이트땜에 짜증이 많이 났었던 기억이 나네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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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이론, 프랑크푸르트 학파, 아도르노에 관해서는 철학과에서 공부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매체이론, 벤야민, 문화연구, 영화 미학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철학과에서 공부하기 어렵고, 독문학과나 문화학과 또는 미디어 관련 학과에 가야 합니다. 독일에서 철학을 전공할 건지, 매체학을 전공할 건지 정하는 게 순서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도 교수를 정하는 일은 상당히 어렵고 오래 걸립니다. 박사과정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독일 교수와 논문 계획을 논할 수 있을 정도의 독일어 실력을 갖춰야 합니다. 따라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어학 공부 열심히 하면서, 일단 독일에 가서 현지 사정을 익히시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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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분야와 "맞는" 교수를 찾을 때 너무 기준을 빡빡하게 잡으실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 경험상 유능한 학자들은 주연구분야와 관심분야가 매우매우매우 넓습니다. 따라서 지도교수를 찾는 기준 역시 생각보다 널널하게 잡으시면 생각보다 지도교수 후보 풀이 넓어질 수 있습니다.

  1. 내가 쓰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서 학위 논문을 쓴 경우 (ex 아노르노 연구로 박사학위/하빌리타치온을 받은 경우)
  2. 내가 쓰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서 연구 논문/서적을 출판한 경우 (ex 박사 전공이 아도르노는 아니지만, 아도르노에 대한 다수 논문을 출판한 경우)
  3. 내가 쓰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 (ex 아도르노에 대한 학술 논문을 출판한 적은 거의 없지만, 아도르노에 깊은 관심과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예컨대 정기적으로 아도르노에 대한 수업을 여는 경우)

여기에서 3번의 지도교수를 1번과 2번에 비해 열위의 후보라고 여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1번과 2번의 경우에 비해 해당 분야의 지식 자체는 부족할 수 있겠습니다만, 거꾸로 3번의 지도교수는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인 시너지가 날 수도 있습니다. 연구 시야가 확장될 수 있는 거죠.

문제는 1번과 2번은 찾기 쉽지만, 3번은 빡빡하게 뒷조사(?)를 해야 합니다. CV를 면밀히 읽어보거나, 대학에서 최근에 어떤 수업들을 여는지, 어떤 전공의 박사생들을 두었는지 등을 샅샅이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현지에서 직접 정보를 얻거나 지인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이것이 가장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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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해주신 부분들 참고해서 얼추 관심가는 교수 리스트는 추렸는데 각 교수들의 실제 작업물을 찾아보는 일이 정말 고되군요... ㅠㅠ

안녕하세요, 독일 대학교 철학과 리스트를 만든 사람입니다...ㅎㅎㅎ... 많은 분들께서 이미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지만, 그래도 한 손 더 보태드리는 게 큰 무례는 아닐 것 같다 싶어서 댓글을 달아봅니다..!

제가 정리한 시트에는 좀 구체적으로 나와있지 않지만, 각 대학 철학과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CV, 출판 및 저작물, 그동안 맡았던 강의 목록들, 연구분야가 대부분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저 세 개를 모두 제공하는 대학이 있는 반면, 저 중에 하나만 제공하는 대학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알아본) 모든 대학에서는 CV (Lebenslauf)는 모두 제공하고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래도 각 교수님들의 연구분야(Forschungschwerpunkt)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위 사항들에 대해서는 좀 누락이 될 수밖에 없었네요... ㅎㅎ;;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시트에 나와 있는 정치철학, 예술철학 쪽 교원 중에 아도르노 관련 강의를 하거나 또는 그쪽으로 논문 등을 내신 교수님들도 꽤 계십니다.

시트 상에서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교수들은 대강 이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아도르노를 연구 주제로 포함하는 교수

  • 프라이부르크: 올리버 뮐러, 필립 슈밥

비판이론을 연구 주제로 포함하는 교수

  • 예나 대학교: 크리스토프 뎀머링
  • 베를린 훔볼트: 라헬 예기, 크리스티나 레폴트
  • 베를린 자유대: 게오르크 베르트람,
  • 프랑크푸르트 괴테: 마티아스 루츠-바흐만, 마르틴 자아
  • 뮌스터: 프란치스카 뒤브너, 크리스티안 타인
  • 올덴부르크: 틸로 벡세, 한스-게오르크 벤쉬
    *비판 이론 쪽 전공은 정치철학-실천철학 계열이 많네요.

미학 쪽은 정말 많습니다. 특히 20세기 대륙철학과 미학을 같이 연구분야로 두시는 교수님들이 많네요.

매체이론 쪽은 베를린 자유대학의 게오르크 베르트람 교수님이 계시네요. 22년도에 헤겔학회 주관으로 진행되었던 베르트람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미학, 문화연구, 매체 쪽에 깊은 조예를 갖고 계셨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베를린 자유대학 쪽은 그래도 박사과정 지원에서 독일어 C1만 있으면 된다는 게 참 다행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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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학 소속은 아니지만, 독어권 교수 중에서 아도르노 미학 연구자 2명을 더 추천합니다.
둘 다 명료하면서도 예리한 글을 쓰는 실력자들입니다.

  • 오스트리아 빈 조형예술대학: 루트 존더레거(Ruth Sonderegger, 1967-) - 연극 미학과 문화연구
  • 스위스 바젤 대학: 군나 힌드리히스(Gunnar Hindrichs, 1971-) - 음악 미학과 문화산업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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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자유대 내에서는, 로빈 셀리카테스 선생님이 비판이론과 사회 철학, 맑시즘 쪽으로 세미나와 Vorlesung을 많이 여세요.지금은 안식년이라, 제가 알기로 이번 24/25 겨울 학기에 돌아오시는 것으로 알아요. 그리고 비판이론 쪽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박사과정에 들어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고세파트 선생님은 주로 존 롤스를 많이 다루시더라구요. 그니까, 로빈 선생님은 시쳇말로 핵인싸 이신지, 그 베를린 내에서 크리티컬 테오리 쪽 큰 행사에 깊이 관여하고 계셔서, 몇년 째 낸시 프레이저라든가 웬디 브라운 같은 학자들 초청 강연에 주최 쪽 역할을 하시더라구요. 훔볼트대 라헬 예기 선생님이랑 자주 같이 활동하시는 듯해요. 반면에, 고세파트 쌤은 미국 정치철학 계통에 관심이 많으신 듯해요. 특히 존 롤즈 세미나 자주 여시더라구요. 그리고 지난해 마이클 샌댈 초청 강연에서도 주도적으로 역할하신 것 같더라구요.
베르트람 선생님은, 주로 미학 쪽이나, 프랑스 철학 데리다 이런 쪽 많이 다루시는 것 같긴 한데, 저도 이 선생님 분야는 관심이 아니라 잘은 모르겠어요.

각 학교들의 지난 몇년간 철학과 개설 강의 목록 Vorlesungsverzeichnis를 참고하면, 해당 선생님이 요즘에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계신 지 읽어내기도 좋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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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컨택 메일 좀 소소하게 몇개 보내봤는데 교수님들 생각보다 본인의 연구와 제가 하고 싶은 연구의 일치점을 굉장히 좁게 보시네요. 그냥 단순히 제가 맘에 안 들었던 것일 수도 있지만.. 제가 느낀 바로는 그랬습니다. 예를 들어 '아도르노'라는 키워드가 겹치는 교수에게 컨택 메일을 보내봤더니, '나는 매체 이론에 대해서는 연구하지 않는다. 조금 더 연구 분야가 일치하는 사람을 찾아봐라' 라는 답장이 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