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덕, 『표상의 언어에서 추론의 언어로』, 제1장 요약

제1장 의미지칭이론

언어표현의 의미는 무엇인가?

의미지칭이론the referential theory of meaning은 언어표현의 의미란 그것이 지칭하는 것이라고 한다.

(언어표현에는 사용use과 언급mention이 있다.

언어표현이 쓰일 때, 그 언어표현은 사용되었다고 말하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언급되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는 버락 오바마를 지칭한다. 마찬가지로 ‘개’는 개들을 지칭한다. 또한 한 문장은 그것이 표상하는 사태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언어표현의 의미는 그것의 지칭체referent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미지칭이론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난점이 있다.

  1. 지칭체가 없는 언어표현이 존재한다.

(1) 페가수스는 날개가 없는 말이다.

(2) There is nothing in the room.

(3) 내가 너를 도운 것은 우정 때문이다.

의미지칭이론에 따르면 (1)의 ‘페가수스’는 지칭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것의 의미가 없을 것이다. 나아가 단어의 의미가 없으니 단어가 형성하는 문장의 의미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1)은 분명 유의미하다.

(2)의 ‘nothing’은 지칭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방 안에 ‘nothing’의 지칭체가 존재하게 되므로 (2)가 원래 표상하는 사태를 의미하지 않게 된다.

(3)에서 ‘때문’이라는 단어는 어떤 대상도 지칭하고 있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전체 문장의 의미에 기여하고 있다. 때문을 지우면 문장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1. 유의미한 단어만으로 무의미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

(4) 버락 오바마, 달, 지구, 대한민국.

의미지칭이론에서 단어는 그것이 지칭하는 것의 이름이므로, 문장은 이름들의 목록에 다름없다. 그러나 (4)는 의미를 갖는 단어를 열거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의미한 문장이다.

그러나 의미지칭이론가는 다음과 같이 반론할 수 있다: 문장은 구체적 대상을 지칭하는 주어와 속성property을 지칭하는 술어predicate의 목록이다. 단, 이러한 주장도 난점에 봉착한다.[[1]]

(5) 민상 뚱뚱함 (Minsang fatness)

(6) 민상은 뚱뚱함을 갖는다. (Minsang has fatness.)

(5)는 주어와 술어의 목록이지만, 무의미한 문장이다. (5)가 의미를 갖지 못하는 이유는 구체적 대상을 지칭하는 주어와 추상체를 지칭하는 술어가 그 자체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을 연결해줄 관계를 나타내는 단어가 필요하다. '...은 ...을 갖는다'는 표현으로 주어와 술어를 연결하면 (6)의 문장을 얻는다. 그런데 (5)와 마찬가지로, (6)에서도 '민상'과 '...은 ...을 갖는다'라는 관계가 연결되어 있지 않다. 관계 역시 추상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상'과 '...은 ...을 갖는다'를 연결해줄 새로운 단어가 필요하고, 이 과정이 무한히 반복된다. 그러나 이같은 무한 퇴행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문장을 주어와 술어의 목록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것을 브래들리의 무한 퇴행 논증the infinite regress argument이라고 한다.

  1. 공지칭어co-referring terms는 동의어synonyms가 아닐 수 있다.

'노무현'과 '대한민국의 제16대 대통령'은 같은 대상을 지칭하지만, 직관적으로 그 의미는 다르다. 그러나 의미지칭이론에서는 지칭체가 같으면 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할 것이다.

위의 3가지 난점에 의해 의미지칭이론은 언어표현 전반에 대한 의미론이 될 수 없다.


[[1]]이 부분부터 브래들리의 무한 퇴행 논증까지 이해가 잘 안된다... 맞게 요약했는지 확신이 안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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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논변의 맥락은 제가 이해한 것이 맞다면 아마 다음을 말할 것입니다.

의미지칭이론가는, 구체적 대상 a (주어)와 보편적 속성 F (술어)가 특정한 관계 R (예컨대 예화) 속에서 통합된다고 주장합니다. 즉 a와 F를 매개하여주는 관계항 R이 요청되는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민상(a)은 뚱뚱하다(F)"라는 명제는 "민상은 뚱뚱함을 갖는다" 혹은 "민상은 뚱뚱함을 예화한다"라는 관계-진술이 됩니다. 이것을 예컨대 a-R-F 의 관계라고 합시다. 따라서 여기에는 3가지 항 (a, R, F)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구체적 대상 a와 보편술어 F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가 문제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관계 R을 도입했지만, 이번에는 대상 a와 보편술어 F와 관계 R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a, F, R이 관계 R'를 통해서 연결된다고 주장하게 되면, 이번에는 a, F, R, R'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가 또다시 문제가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무한퇴행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플라톤이 제시한 제3인간 논증과 유사한 꼴을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프레게의 흥미로운 해결책은 개념(술어; 보편적 속성)이라는 것이 애초에 빈 자리를 포함하는 불완전한 개체라는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뚱뚱함"이라는 속성은 엄밀하게 말해서 "( )는 뚱뚱하다"라는 불완전한 형태로 나타나고, 따라서 "민상은 뚱뚱하다"라는 문장은 괄호 안에 "민상"이라는 대상이 쏙 들어가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더 이상 문제적인 매개관계 R을 끌어들일 필요 없이 a와 F의 연결을 말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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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이해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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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저는 재수가 좋네요. 추론주의 의미론을 공부해보려고 하니 이런 요약글이 나오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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