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에서 είναι동사와 파르메니데스의 논리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날씨가 추운 겨울날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고대 그리스 철학의 문제들 중, 의문을 가지고 있던 사항이 있었는데, 오늘 모처럼 서강올빼미에 온 김에 질문드려봅니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동사 είναι는 '~이다'라는 의미와 '~있다'라는 의미의 두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통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파르메니데스의 시대에는 είναι 동사가 '~있다'라는 의미만 알려져 있었다고 하며 이를 바탕으로 파르메니데스의 독특한 견해를 논리적으로 구성해보려는 견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C. H. Kahn 같은 이는 고대 그리스에서는 고대 그리스에서 είναι는 존재사의 용법으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Retrospect on the verb 'to be' and Concept of Being). 또, 한편으로는 이에 대해 철학적인 '존재하다'는 개념은 중세 아랍철학의 Avicenna나 Averroes에서 확립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죠. 철학적 '존재' 개념은, 아비첸나가 말하듯 특정 대상으로부터의 독립된 초월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비첸나에 대한 사항을 조금 더 추적해 보죠. Amos Bertolacci에 따르면, 토마스 아퀴나스가 말하길, 아비첸나에 있어서 존재는 "something superadded to essence like an accident"(aliquod superadditum ad modum accidentis)였다고 하죠.(Interpreting Avicenna: Critical Essays, Cambridge University Press, p.256)

그런데 είναι의 의미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현대의 전문적인 학자들 간에도 의견이 나뉘고, 고대이래 유명한 철학자들도 이에 대해 다소 혼란스러운 이해를 하고 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점에 대해 John Malcolm이 Plato's Analysis of "to on" and "to me on" in the Sophist라는 논문에서 혁신적인 주장을 했다고 알고는 있는데, 이 논문을 구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마도 είναι에 대한 의미에 대해 서양철학사에서 큰 오해가 있었다면, 어쩌면 이를 바탕으로 대단한 논문을 쓰는 것도 가능하겠죠)

그래서 여쭤보고 싶은 것은,1) 파르메니데스 시대의 그리스어 동사 είναι의 의미에 대한 전거를 어디서 발견할 수 있는지 그리고 2) Kahn의 주장을 따라 είναι의 의미가 존재사로 사용되지 않을 경우 파르메니데스의 주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3) 금방 말한 2번 질문의 연장선상에서 (είναι를 존재사로 해석하는) 플라톤이 그의 대화편 <소피스테스>에서 말하는 논리가 일종이 오해에 기반한 것이라고 볼 여지는 없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외에 다른 좋은 참고할 만한 자료나 말씀해주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편히 말해주세요.

(참고로, 위의 3)에서 보통 플라톤이 '무' 내지 '없음'을 '없음'의 이데아에 대한 참여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질문드린 것은 조금 다른 내용이라고 해야겠죠) 부디 좋은 하루 보내시길, 철학 공부하시는데 학운이 함께 하길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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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하신 질문에 딱 들어맞는지는 모르겠으나 보시면 도움이 될 것도 같은 논문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이미 언급하신 2차문헌들을 보아 아실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지만요)

강성훈, "고대 그리스어 'einai'에 해당하는 한국어는? : 비정언적 존재 개념으로서의 ‘있음’과 ‘einai’ ", 서양고전학 연구, 48호, 2012

언급하신 찰스 칸의 입장도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구할 수 없으셨다던 존 말콤의 논문도 찾아보니 구할 수 있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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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논문들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포근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