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글의 부조리론에 국한된 문제라기보다는 '아그립바 트릴레마' 혹은 '뮌히하우젠 트릴레마'라는 인식론의 고전적인 문제네요. 우리가 지닌 믿음들의 이유를 끊임없이 묻다 보면, 결국 세 가지 상황 중 하나에 부딪히게 된다는 거예요. 즉, (a) 더 이상 이유를 물을 수 없는 독단적인 토대 믿음들에 부딪히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b) 이유를 묻는 작업이 종결점 없이 계속되는 무한퇴행 상황이 발생하거나, (c) 이유에 대답하기 위해 다시 처음 믿음을로 되돌아 와야 하는 순환논증의 상황이 발생한다는 거죠. 문제는, 세 가지 상황 중 어느 쪽도 "우리가 왜 A라는 특정한 믿음을 받아들여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에서 발생하죠.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대론/정합론, 외재론/내재론 등 수많은 인식론적 입장들이 제시되는 거죠. 네이글은 아마도 이 트릴레마의 세 가지 길 중에서 (a)에만 주목해서 설명을 한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