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 겨울방학 때 어떻게 공부해야할까요?

안녕하세요.
매번 눈팅은 했는데 글은 처음 써 보네요.
제 개인적인 상황을 먼저 조금 말씀드리자면, 학교를 한번 옮겨서 나이는 좀 있는 편이구요. 이번 여름에 전역하고 바로 복학해서 이제 곧 3번째 학기를 마칠 예정입니다.
1학년만 하고 갔는데 확실히 학년이 올라가서 그런지, 군대에서 머리가 굳어서 그런지 조금 힘겨움을 느껴 겨울 방학 때 공부를 좀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 계획을 세워봤는데 이에 조금 코멘트를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장 힘겨움을 느꼈던 건 긴 글을 읽고 쓰는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수업은 그렇게 어려운 게 없었습니다.
자랑처럼 들릴 수도 있겠는데 조금 어렵다 소위 내용적으로 빡세다 라는 평을 듣는 수업도 그냥저냥 따라갈 만 했고, 교수님이 어려운 내용이라고, 이해 안될 거라고 하시는 부분도 거의 다 이해가 잘 되기도 했고 이게 그렇게 어렵나 싶었거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남들도 다 이해하고 있고 나만 잘 이해한 게 아닐거다 하는 불안도 내심 있습니다.
아무튼 귀로 듣는 건 조금 어렵더라도 그렇게 어려움이 없는 것 같은데요. 제가 직접 긴 글을 읽어야하거나 긴 글(그니까 제 입장에서는 워드로 10장 정도 페이지를 써서 내야하는...)을 쓰다보면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방학 때 읽기랑 쓰기를 좀 연습해볼 생각입니다.
계획으론 하루에 2000에서 3000자 정도를 매일 써내는 작업이랑 책을 좀 많이 읽으려 합니다.
읽는 건 양을 딱히 못정했는데 그냥 붙잡고 살자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군대에서 그냥저냥 상념들 적는 건 많이 해봤는데 글감이 부족했고 또 정해진 글감이 없다보면 너무 상념과 자기비판으로 흘러가는 걸 많이 느껴서 책을 읽고 그걸 요약하는 훈련과 요약한 걸 바탕으로 다시 긴 글로 옮겨내는 작업을 생각 중이에요.

혹시 이에 대해 말씀해주실 거나 이렇게 하면 더 좋겠다 하는 게 있으시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금 불안한 건.. 제가 그렇게 꼼꼼한 성격은 아니라서 구체적인 계획은 잘 못세우거든요. 세워도 안지키고 그러니..
그래서 지금까지 그냥 무한정 읽자라고 계획을 세워왔는데 사실 그대로 실현된 적이 없습니다.
사실 폰이랑 유튜브가 더 재밌어서요.
이 부분에 대해서 양을 좀 정해두거나 시간을 정해두는 편이 나을까요?
폰이랑 유튜브에 하루 쏟아붙지 않고 책으로 손이 가는 방법도 혹시 아시면 알려주심 감사하겠습니다.

쓰고 보니 다른 분들이 보기에 조금 웃길 질문일 것 같네요ㅎㅎ
그래도 학부생이 방학 때 공부 좀 해보려고 여쭤보는 거니 그냥 치기어린 모습이다 생각하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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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학부생은 여행 다니고 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만..ㅋㅋㅋ
요약하자면 (1) 긴 글 읽기와 (2) 긴 글 쓰기를 연습하고 싶다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본 전공이 철학이신지 아닌지 이 글만으로는 확실치 않아서 철학 서적 독서로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우선 긴 글 읽기는 읽고 싶은 책 정하셔서 1주 혹은 2주에 한 권 끝낸다고 생각하고 페이지수를 나눠보시고, 하루에 정확히 읽을 만큼 읽고 정리하는 방식으로 해보시기 바랍니다. 생각보다 하루에 읽어야 할 양이 많지 않을 겁니다. 전공서적이라면 그 날 읽은 부분을 요약정리 하는 식으로 한 번 해보시면 점점 요약하는 실력도 늘 겁니다. 막 붙잡고 읽으면 나중에 계획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좀 널널해보여도 롱런한다고 생각하시면 하루에 20페이지 읽는 것으로도 충분할 겁니다.

글쓰기도 짧은 글부터 시작하는 것을 권합니다. 잘 쓰고 싶은 종류의 글이 무엇이든 간에 짧은 글부터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수필 쓰기도 5문단 쓰기부터 시작하고, 논증적인 에세이 쓰기도 2-3페이지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글의 장르마다 필수적인 요소, 뼈대 같은 것이 있을 테고 짧은 글 연습은 다른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다 제하고 그런 필수적인 요소들을 연습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익숙해지고 나면 조금씩 길이가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주변에 선배나 후배, 또래, 선생님들, 도움 받으실 분들이 있으면 글을 많이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많이 보여주고 다양한 독자층을 경험해보세요. 내가 쓴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어려울 수도, 누군가에게는 말이 안 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피드백들을 바탕으로 글을 고쳐가는 것이 솔직히 말하면 고된 일인데, 그것만큼 많이 배우는 것도 또 없는 것 같습니다.

알찬 방학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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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강 올빼미에 글을 쓰셨으니 철학 학부생이라 가정하고 글을 쓰겠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페이지수, 글 단어수로 계획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전체적인 틀을 잡는 것은 좋을 수도 있겠으나, 읽다보면 더 생각하고 싶은 챕터가 나올 수도 있고, 심지어는 더 생각하고 싶은 문장이 나올 수도 있죠. 그리고 주로 그런 직관을 따라가다보면 새로운 주제, 새로운 직관, 새로운 생각이 나오는 게 일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스피노자 세미나를 들었을 땐, 에티카의 2p49c, 즉 한 문장으로 텀페이퍼 15페이지를 썼었습니다. 영어 에세이였는데, 4500단어 정도 됐던 것 같네요. 하지만 계획을 세우게 되면, "이 챕터를 읽기로 계획한 건 어제였으니 오늘은 읽지 않겠어!" 와 같은 생각에 빠지기 쉬운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전 그랬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틀 정도는 잡되, 계획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은 가지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또, 철학을 혼자 공부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이 있다면, 본인이 흥미로운 주제를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냥 무작정 한다기보다는, 본인이 평소에 많이 생각하던 것, 혹은 관심있던 주제로 공부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혹시 흥미로운 주제 같은 것이 있으면, 답글 달아주시면 제가 아는 선에서 리딩 같은 거 추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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