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데닛에게 ‘마음’이란 무엇이었을까요?

안녕하세요. 데닛의 <마음의 진화>를 보고 든 의문이 있습니다.
현재 저는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부터 공부하여, ‘마음’ 내지 ‘정신’이라는 존재는, 물질적인 프로세스(물리적 체계)로 해명되는 것인지, 혹은 그것으로만 어려운 물질적 체계 그 이상의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리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행동주의, 동일론은 대표적 반박에 의해 선택지에서 배제했습니다. 그나마 괜찮은 설명이 데닛의 설명인 것 같아 질문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데닛에 의하면 마음, 의식은 수많은 지향적 기계(물리적 프로세스)에 의해 ’창발‘된 현상입니다. 창발은 환원의 반대 개념으로, 과학, 물리적 개념으로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데닛에게 있어 ’마음‘이란 단지 물리적 체계가 아닌, 물리적 체계 ‘그 이상의 어떤 것’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나요?
그런데, 또 지향계라는 물리적 체계로 ‘구현’되었기에 그렇게 말하긴 어려워보입니다…

창발이라는 개념 때문에, 마음이란 물리적 체계인지, 혹은 그 이상인지 답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의견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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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발/환원이 서로 반대 개념인 것은 맞지만, 창발이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괄호넣기가 필요한 듯 보입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한, 창발은 특정한 것 A의 속성을 A를 이루는 B의 속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반대로 환원은 이게 가능할 경우죠.)

예컨대, 소금물의 짠맛은 소금의 짠맛으로 "환원"이 가능합니다. 만일 마음이 창발이라면, 마음을 이루는 신경(혹은 다른 물리적인 것)의 속성으로 마음의 속성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이 창발된 마음의 속성이 "과학적이지 않다."는 학자마다 이견이 갈릴 것 같네요.

콜린 맥긴처럼, 마음, 특히 마음의 현상적 측면이 절대 설명될 수 없다보는 "신-신비주의" 계열이라면 창발도 수용하고 창발된 속성의 과학적 설명 불가능도 수용할테지만, 기능주의적 접근(마음은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이라면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데넷은 제 기억으로는 일종의 기능주의적 포지션으로 기억해서요.]

여담이지만 과학적과 물리학적은 구분되어야할듯 합니다. 마음이 "물리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정도면 모르겠는데, 오늘날 생물학의 철학에서는 생물학의 탐구대상이 창발된 것이지만, 여전히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하다...라 주장하는 학자들이 꽤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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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부분은 지금 논의와 결이 다른듯합니다.
마음이 적어도 물리적 대상을 필요로 한다(수반한다)는 테제가 오늘날 주류 견해입니다. (물론 심신이원론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소수지만 여전히 있고..어떤 의미에서 더 많아지고 있는거같기도합니다만 여튼)

말하신 문제는 1) 마음이 물리적 체계 위에서 구현된다.는 대 전제 위에서 2) 그렇다면 이렇게 구현된 마음과 물리적 체계의 관계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여러 답들입니다.
(따라서 심신동일론 -제거주의 정도의 노선만 제외하면, 물리적 체계와 "동일하다"라는 주장까진 하지 않죠.)

아주 단순히 생각하면, 색 같은 속성은 물체 없이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물질과 동일한 것인지 아리송한 지점이 있습니다. (그렇다해도 이건 물질 없이 존재한다 여겨지는 유령이나 수학적 대상이나 뭐 그런 것과는 구분이 되죠.)
마음에 대한 오늘날 대부분의 논변은 마음은 이러한 색과 같은 속성의 일종으로 보는 셈입니다. 물리적 체계로 구현되지만, 물리적인 것과 동일해 것진지는 다들 확답을 굳이 하지 않고 있는 셈이죠.

간단히 요약하면, 입장이 말하신 2개 (물리적 체계다/아니다)가 마음에 대한 선지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1. 마음은 물리적 체계를 필요로 한다/필요로 하지 않는다.
  2. 마음은 물리적 체계의 속성으로 환원된다/환원되지 않는다.

이 두 질문이 다르다는 겁니다. 따라서 최소한 (산술적으로) 4개의 포지션이 생기겠네요. (다만 물리적 체계에 수반하지 않으면서도 환원된다는 입장을 취하는 학자는 없을 것 같네요. 따라서 토탈 3개 정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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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감사드립니다!
마음이 물리적 체계인지 그이상인지라는 간단한 질문을 통해 생각하고 싶었는데, 이 질문 자체가 복잡한 마음을 집어넣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데닛에게는 마음은 물리적 체계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마음은 그러한 물리적 체계의 속성으로 환원되진 않는다 로 생각을 확장하면 될까요?

아마도요...? 물론 데넷의 입장은 이것보다 정교하고 더 디테일한 지점이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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