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상학에서 어떤 대상의 속성에 대하여 논할 때, 한 대상에 귀속될 수 있는 속성에 제약이 없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특히 제 의문은, 사실상 한 대상에 귀속되는 속성은 셀 수 없이 많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에 있습니다.
가령, 어떤 S가 임의의 지점을 가르키며 ”저기 빨간 사과가 보인다.“라고 했을 때 ‘그 사과’에 귀속되는 속성이 여럿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 사과’는 빨강임, 과일 종임, 300g임 etc.
그런데 이런 속성 귀속을 점차 확장시키다 보면, 무제약적으로 한 대상에 과도한 속성들이 붙을 수 있어보입니다.
가령, ‘그 사과’는 에든버러 과수원에서 수확됨, 농부 스미스가 가장 아끼는 사과임, 맨체스터 비료 공장에 제조된 비료로 성장함…과 같이 끝없이 이어지는 기술적 속성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점은 ‘그 사과’가 가지는 속성의 적절한 관계 제약이 없다면 너무나 많은 속성이 개입하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예로, 양상적 속성 등도 고려된다면, ‘그 사과’는 340g일 수도 있었음, 초록색이었을 수도 있었음, 런던 과수원에서 수확되었을 수도 있었음 etc.도 가능할 것이고, 단순한 부정적 속성(노란색이 아님, 보라색이 아님, 검은색이 아님 etc.)도 끝없이 늘어 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한 대상이 가질 수 있는 속성은 셀 수 없이 많을 것 같습니다(이것이 한 대상의 속성이 무한하다는 것을 함축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 차원에서 이러한 귀결은 반직관적인 것 같습니다. 물론, 어떤 형이상학 제약들은 작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로, 빨강색이라는 속성을 가짐, 빨강색이라는 속성을 가짐을 가짐으로 이어지는 귀속은 무한연쇄를 막기 위해 토톨로지로 간주하고 중단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한편으로는 정말로 위와 같은 귀속을 막는 실질적 제약이 존재하는가 라는 의문이 있습니다. 어쩌면 오컴의 면도날과 같은 검약성 원리를 적용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 형이상학에서의 검약성이란 형이상학 체계의 ‘아름다움’을 위해 도입된다는 것(제가 오해하지 않았길 바랍니다)을 고려해본다면, 사실적 제약이라기보단 규범적 제약에 가까워보입니다. 즉, 속성에 대한 형이상학적 제약이 규범적인 것이라면 한 대상이 x라는 속성을 가짐을 가짐으로 이어지는 연쇄를 중단하는 것은 임의적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질문이 길었습니다만은, 정리하자면 제 의문은 과연 형이상학적 속성의 귀속에 있어 실질적인 제약 조건이 있는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