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민중인 부조리론에 대하여

토마스네이글의 부조리론 관련한 책을읽고 요즘 고민중인 주제에 대해 질문드립니다.
네이글은 주관적 관점. 즉 우리 개인의 관점에서는 어떠한 개별적 행위가 의미를 가지지만 영원의관점에서는 그 행위들이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논증합니다

예컨데 돈을번다. 라는 행위가 있다고 가정했을때
개인의 관점에서는 돈을번다. 왜? 내가 필요하니까
이런식으로 합리화가 되지만

영원의관점에서는
돈을번다는 행위를 정당화, 합리화해줄 이유가 응답될수없다는것입니다.

제가 여기서 느낀 의문은 영원의 관점이란것도 결국 인간이 서술하는것인데 진정 영원의관점이라 할수있을까?
하는 의문이고

또 다른의문은 예컨데 질병으로 인하여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을 치료한다.
라는 행위는 사실상 당위를 행하는것인데
영원의관점에서는 이마저도 해야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하는데
그렇다면 당위마저 받아드리지않는 이 영원의 관점에서 합리화를 시도하는것이 과연 의미가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중구난방인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네이글의 원 글은 모르지만, 적어놓으신 요약을 보면 (네이글 본인의 문제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 두 가지 정도 내용이 명확해져서 말씀하신 반론이 적절한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네요.

(a) 영원의 관점이 무엇인가?
개인적 관점은 "나"라는 개인의 관점일텐데, 영원의 관점은 모호해 보이네요. "나라는 개인을 넘어선" 여러 개인들의 집합적 관점인지 (쉽게 보면 어떤 공리주의적 느낌이죠) 아니면 말 그대로 시간적 관점에서 "나라는 한 개인의 생애"를 넘어선 사실상 영원하고 보편적일 관점인지 말이죠.
게다가 전자든 후자든 딱 범위를 정하는 것도 애매해 보이네요. 나를 넘어선 집합적인 것조차 여러개 있을 것이고, 나의 생애를 넘어선 시간적인 것도 여러 단위가 있을 수 있으니깐요.

(b) 의미 있다가 무슨 뜻인가?
meaningful하다가 엄밀하게 쓰인건지 좀 아리까리하네요. 통상 세 가지 용례가 이 문제에서 섞여쓰인다고 했던거같은데, (i) reason to do (ii) make sense 마지막은 기억 안 나네요.

저 두 가지가 구분되는게, 예를 들어 크게 다친 다음에 건강 관리를 해서 장수해 사람이 있다 해봅시다. 크게 다친 사건은 (i) reason to do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없지만, (ii) 결과적으로 그 사건이 장수라는 결과가 있게 해줬으므로 make sense, 즉 서사적 인과를 만들어주긴하죠.

이 두 가지가 네이글/질문자님의 논의에서 명확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언급하신 것처럼 아마도 네이글이라면 고통에 빠진 타인을 돕는 행위 자체는 순간적인 개인의 관점에선 윤리적 의미를 가질 수 있겠지만 삶 자체를 조망하는 우주적 차원에서 조망하는 영원의 관점에선 어떤 삶도 의미를 가질 수 없고 그렇기에 부조리하다고 답할 것 같습니다. '윤리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언명 역시 영원의 관점 앞에선 정당화 될 수 없는 그저 주관적인 충동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질 테니까요.

영원의 관점이 객관적인 것이 될 수 있는냐에 대한 질문에서는 네이글은 그렇다고 답할 것 같습니다. 네이글의 인식론적 저작인 The View from Nowhere에서 객관적 관점의 성립 가능성에 대해 탐구하였고 거기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렸으니까요. 물론 여기에 이견을 제기할 철학자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팽창하는 광할한 우주 안에서 인간이란 존재가 먼지와도 같다는 사실은 굳이 인식론적 논의를 끌고오지 않아도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네이글의 결론인 모든 삶은 부조리하다가 정말 보편적인 사실이라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우주 안에서 먼지같은 존재엔 인간으로서 궁극적인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것은 자명하겠지만 삶이 부조리하다는 판단 혹은 평가는 순전히 주관적일 경우에만 의미를 가지는 것 같거든요. 네이글은 이러한 뿌리칠 수 없는 주관성이 부조리의 근원이라 생각하는 것 같지만 이러한 네이글의 도식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엔 네이글의 논의의 전제도 흔들리는 걸로 보입니다. 굳이 철학적인 사변에 빠질 필요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름의 목적과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만 이들이 어떤 인식론적 혼란에 빠진 것은 아닐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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