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포착하는 것의 중요성 ; 제자백가 사상의 한 측면

(1) 낙서다.

(2)

<여씨춘추>를 처음 읽었을 때, 가장 신기했던 점은 "변화하는 상황을 누구보다 기민하게 포착하는 능력"을 강조한다는 점이었다.
왕은 신하가 변절할 조짐을 누구보다 먼저 파악해야한다. 신하 역시 왕이 자신을 의심하는지 누구보다 먼저 파악해야한다. 농사나 건강 역시 상황을 잘 파악해야 성공한다.

<순자>는 이런 변화에 대해선 무관심한 편이었다. 순자는 천/인을 구분하면서 자연과 사회의 법칙을 갈랐지만, 여전히 인간 사회의 가장 유용한 법칙으로서 "유학"을 옹호하였다. (그런 점에서 자연과 인간의 연속성을 주장하고 자연 법칙에서 인간 사회의 법칙을 찾아야한다 본 노자/황로학과 차이가 있다. 동시에 인간 사회의 법칙으로서 유학을 거부한 묵가와도 차이가 있다.)

<장자>는 좀 더 미묘하다. 적어도 내가 이해하는 장자는 "제약된" 회의주의자다. 인간 법칙과 하늘의 법칙은 연속적이지만, 우리는 하늘의 법칙을 알 방법이 없다. 그걸 안다 생각하고 행동을 하면 화가 닥칠 뿐이다. (그러므로 유학이 언제나 성공한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틀렸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확률의 문제인 셈이다.)
인간에게 안전한 지식의 영역은 그저 인간의 자발성에서 나오는 영역 말고는 없다.

(3)

아마 변화하는 세상과 그에 적절한 대책을 강조한 첫번째 인물은 <한비자>일 것이다. (다만 이건 내가 개론서로 읽은 것이다. 한비자 본문은 추후 읽어봐야할 것이다.)

(4)

상황을 포착하는 것.
이와 연관된 세 가지 문헌을 발견하였다.
<중용>은 유학 경전이다. 그리고 상황에 적절히 행동할 것을 말했다.
<황제내경>은 의학서다. 그리고 상황에 적절히 행동해야 병에 안 걸린다 역설한다. (그리고 이는 당대 음양오행과 자연학 논의를 뼈대로 이루어진다.)
<손자병법>은 병법서다. 그리고 상황에 적절하 행동해야 전쟁에서 이긴다 역설한다. (이 역시도 음양오행과 자연학 논의를 뼈대로 이루어진다.)

(5)

순자는 왜 명가를 비판했는가? 우리는 <정명>에서
구체적인 각론에 대해 비판은 나름대로 재구성할 수 있지만, 명가/후기묵가 방법론 전체에 대한 비판은 재구성하기가 어렵다. 그냥 순자는 이게 이상하다 비난할 뿐이다.

사실 난 명가/후기묵가의 연역적(언어학적 방식 - 논리학적 방식) 방법론이 순자/장자를 걸쳐서 타당성을 상실하고, (순자/장자가 생각하던 방향과 달랐지만) 한비자 이후 좀 더 실증적이 되었다 생각하는 편이다. (보편적 무언가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적합한 예시를 통해 상황에 적절하게 적용하는 것.)

이러한 인상에 대한 근거는 <한비자>와 <여씨춘추>의 구성이다. 한비자는 외저설/내저설/설림처럼 여러 일화를 묶어놓은 부분이 존재한다. 여씨춘추 역시 이런 일화에 간단한 코멘트를 달아놓은 것에 가깝다.

나아가 한나라 시기 유향의 <설원>도 이런 뉘앙스가 강하다.

이런 변화는 시대적 변화인가 아니면 사료의 불완전한 전달로 인해 생기는 편견인가? 여러모로 대답하기 까다로운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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