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철학을 공부하려면

안녕하세요, 취미로 철학을 공부하고 또 종종 개인 뉴스레터를 통해 철학과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공부를 계속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공부의 질과 글의 퀄리티에 아쉬움을 느껴 방법을 고민하다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의 공부 방법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1. '5분 뚝딱 철학'이라는 책과 영상을 보고 각 카테고리마다 정리 및 요약을 하고 있습니다.

  2. 전기가오리라는 철학 채널을 구독하고, 온라인 공부 모임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현재 1, 2 둘 다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1.의 장점: 철학에 가볍고 빠르게 입문할 수 있습니다.
1.의 단점: 로티, 하바마스와 같은 비교적 최근 철학자들에 대해 다루지 않습니다.

2.의 장점: 일반인이 평소에 접하기 힘든 내용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2.의 단점: 계속 공부하고 있지만, 내용이 저의 수준보다 너무 높아서 듣고 읽어도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1, 2를 종합하여 제 공부법의 문제에 대해 얘기하자면, 중간이 없습니다.

어떻게하면 이 간극을 매꿀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기분이 들어서 항상 공부하며 아쉽습니다.

다음 문제인 글의 퀄리티입니다.

아마 이 사이트에 계신 많은 분들이 철학과 or 대학원생 이실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철학과 관련된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구축이 되셨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어떻게하면 철학적인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일반인이라서... 통념적인 '철학적인 글'에 대한 정의를 모릅니다. 그래서 사용할 때 조금 조심스러웠습니다.)

물론, 논문급의 글을 쓰고자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저의 생각을 담은 글을 쓸 일이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철학과 관련된 내용들을 담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전쟁범죄에 관한 글을 쓴다면, 단순히 저의 의견만 넣는 것이 아닌, 권위가 있는 철학자의 내용을 떠올리며 참고하고, 필요하다면 정확한 출처를 남기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글의 퀄리티에 대해 정리하자면, 저는 논문급의 글은 아니지만, 제가 쓰고 싶은 주제에 관하여 관련된 철학가들을 떠올리고, 이들의 견해를 인용하면서 저의 주장을 확실하게 담으며 출처 등을 오류 없이 남기는 좋은 글을 작성하고 싶습니다.

저의 긴 고민을 읽어주시고, 더 나아가 의견을 내주어 미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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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반박하기 좋아하는 이과 친구가 있었습니다. 철학전공은 아니어서 지식은 없지만, 굉장히 논리적이면서도 자기 주장이 강했거든요. 전 항상 글을 쓰기 전에 그 친구와 상상 속에서 대화를 많이 나눴습니다 (실제로 카톡으로 많이 괴롭히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 친구가 설득된다고 생각할 때 그 구조로 글을 썼습니다. 이게 제게 철학글을 어떻게 쓰는지 기반을 마련해준 것 같습니다.

또, 무엇보다 여기 글을 올리셔도 봐주실 분들이 많을 겁니다. 아무리 글을 쓰더라도 결국엔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일단 논리적인 사람을 충분히 설득시키겠다란 생각으로 글을 쓰시고 여기다가 글을 올리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철학 글이라고 특별한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냥 한 번 철학 글을 써보시면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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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하고 싶으신 철학적인 주제가 있으시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왜냐하면 전쟁범죄의 예를 드셨는데, 여기에 관련된 학술적 분야는, 철학보다는 국제법이나 국제정치학 쪽이기 때문입니다. 법 문제를 다룰 때에는 일반적으로 법전과 판례를 인용하지, 칸트나 벤담을 찾지는 않습니다. 물론 철학도 전쟁범죄에 대해 다루기는 합니다만, 마음에 드시는 주제가 일반적인 '철학' 학계에서 잘 안 다루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여서 이렇게 질문드립니다.

그리고 혹시 글쓰기의 모델이 되는 작가나 글이 혹시 있으신가요? '철학적인 글'에 대한 정의를 모르셔도 그냥 본인이 원하시는 글의 사례를 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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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공부한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또는 처음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전반적인 철학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파악은 철학사를 살펴보는 것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유명한 철학사 서적들이 많기 때문에, 하나하나 다 언급할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프랭크 틸리, 힐쉬베르거, 앤서니 케니, 프레데릭 코플스턴 정도가 떠오릅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읽는 입장에서는 틸리의 서양철학사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문체가 상당히 평이해서 읽는데 크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전쟁 범죄라고 말씀하신 부분은 대강 윤리적 문제로서 전쟁 범죄, 악의 평범성 등을 염두에 두신 것 같아요. 그러면 관련한 자료들을 읽고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자료들은 대부분 철학자들에 관한 논문이나 또는 철학자 본인의 저술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또 단순히 읽어보는 것만이 아니라 철학자의 논증이나 주장을 잘 요약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네요.

철학적인 글이라고 말씀하셨을 때, 정확하게 어떤 글인지 짐작이 가진 않습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철학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에세이인지, 실제 철학 학계에서 이루어지는 문제에 대한 논증 또는 주장인지, 형식적인 측면에서 꼼꼼하고 세밀한 논증을 보여주는 글인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형식과 내용, 그 외에도 더 고려될 사안들이 분명히 많겠지만요. ^^;;) 감히 헤아려보건대,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철학의 문제들에 연관되는 것들을,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정당한 논증으로 구성된 글을 쓰고 싶어하시는 것 같이 보입니다.

형식의 측면에서는 글을 많이 써보시면서 연습을 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논증이라는 것은 결국 주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루어지니까요. 물론 논증의 방식이라는 방법적인 측면으로 가면... 조금 어질어질할 수 있겠지만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의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가령 "칸트의 관점에서, 또는 왈처의 관점에서 봤을 때, 전쟁 범죄나 전쟁은 이러저러한 측면에서 안 좋다."라고 말하려면, 그들이 관련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지, 그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필수겠죠. 그걸 알기 위해서는 관련된 논문과 원전들을 직접 읽어볼 필요나 수고를 감당해야겠지만!

출처 등을 오류 없이 남기는 법은 인용법을 익히시면 됩니다! 보통 서지 정보와 인용 쪽수를 남기시는 것만으로 출처 남기기가 됩니다만, 이 부분도 파고 들어가면 정말 많아서요...! 전 개인적으로는 시카고 스타일 인용법을 선호합니다.

경희대학교 도서관 인용 관련 정보

서지 관리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하시면, 워드와 연동되어서 인용 및 참고문헌 필드를 만들어줄 수 있기도 합니다. 예전에 대학교 도서관 등을 통해서 Mendeley를 다운 받고 사용법을 배운 적이 있는데, 학부 때 생각보다 유용하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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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 번 시작해보라는 말씀이시군요! 사실 최근들어 점점 특정 주제를 잡고 글을 쓰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는데, 이곳에 글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다시 글을 써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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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주로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도덕, 장애, 성별 등...)
그래서 다루고 싶은 주제가 매우 광범위하고, 이 중에서 먼저 다룰 주제를 선택할 때 요즘 뉴스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문제를 고르고 싶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제가 본문에서 주제의 예시로 전쟁범죄를 적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세계 모든 이슈가 철학과 연결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선 제가 좀 더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철학과 연관 지을 내용이 없다면, 철학이 아니라 해당 주제에 맞는 분야를 제가 찾아봐야겠습니다.

제가 글쓰기의 모범으로 생각하는 책으로 '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 - 로레인 대스턴을 뽑고 싶습니다. 주제도 재밌었고, 무엇보다 평균적인 일반인인 제가 힘겹게 읽었지만 이해를 하는 것엔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이 책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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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옛날 옛적에 사둔 러셀 서양철학사가 있는데 번역에 이슈가 좀 있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전기가오리 강의에서 틸리의 서양철학사를 다루고 있어 해당 내용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작성하고 싶은 글이 있다면, 해당 주제와 관련된 논문, 책을 읽어보고 논증, 주장을 요약하는 과정이 필요하겠군요. 평소에 읽는 내용은 대부분 정리하는 편이라서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철학의 문제들에 연관되는 것들을,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정당한 논증으로 구성된 글을 쓰고 싶은 것이 맞습니다. 저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제가 쓴 글을 보고서 정확하게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용법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는데 추천해주신 시카고 스타일을 사용해보겠습니다 :smiley: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1. 철학사 전반의 내용을 알아본다.
  2. 쓰고 싶은 주제와 관련된 철학자들의 글을 읽고 잘 정리한다.
  3. 형식적인 측면: 글을 많이 써보자/ 내용의 측면: 많이.... 공부하자 화이팅
  4. 인용법은 시카고 스타일을 추천한다.

길고 상세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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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듀런트의 The Story of Philosophy를 읽어보시면 조금 즐거운 측면에서 학문을 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적, 지리적인 특징들을 이용해 철학자를 접근해 일반적인 서양철학사 책보다는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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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감사합니다 :D 사실 철학사 전반적인 책이 너무 두꺼워서 버겁다는 생각은 은연중에 하고 있었습니다 ㅋㅋㅋ 바로 사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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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적인 일반인이라고 계속 말씀하시니, 저도 마찬가지로 철학 관련 학위 없는 일반인이라는 것을 먼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가 영상의 정리 요약을 하지 않고,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저야말로 더 일반인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

뉴스에서 이슈가 되는 문제를 고르고 싶다고 하셨고, 로레인 대스턴의 책을 모범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정치철학평론 및 지성사(intellectual history)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철학자의 내용을 떠올리면서 넣는 정치평론은, 사실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분야에서는 New York Review of Books, London Review of Books 같은 서평지들의 정치평론이 괜찮았습니다. 한국어로 번역된 서평 저작 중에서는 페리 앤더슨(Perry Anderson)의 저작 『현대 사상의 스펙트럼』( Spectrum: From Right to Left in the World of Ideas)이 좋았습니다. 전쟁범죄 이야기를 하셨으니, 그와 관련된 예를 들자면, 이 책 2부 7장에서 롤스, 하버마스, 보비오와 이라크 전쟁과의 관계를 쓰면서, 철학자들을 강하게 공격한 글이 재미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polemic이 재미있는 법입니다.

어떤 분이 관련 발제문을 쓰신 바 있습니다.: 현대사상의 스펙트럼 2부 7장 무기와 권리 : 적응한 중도파 : 네이버 블로그

지성사 쪽과 관련해서는 이 글이 괜찮았습니다.: BeGray: Historical, Critical, and Practical :: 국가, 통치, 서구 정치사상의 지성사적 접근(45-50주+@): 성실하고 야심찬 학생과 열정적인 아마추어를 위한 도서목록
지성사 쪽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 글과 더불어, 블로그의 다른 문서들을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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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래디컬 리뷰(구: 진보평론)>을 읽어보시는 것을 권해드려요. <뉴 래디컬 리뷰>는 논문과 논문급의 글들이 담기는 매체이기는하지만,

정확히 이런 글들이 실리는 곳입니다.

아무래도 고수들의 글을 많이 읽어야 늘지 않겠습니까?ㅎㅎ

저 또한 저러한 글을 쓰기 위해서 철학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대학교 3학년 즈음, 알고보니 <뉴 래디컬 리뷰>의 편집위원장이 제가 다니던 대학의 철학과 교수였어서 연구실에 찾아갔었는데, 정신차리보고니 지금 박사과정에 있네요;; 원래 꿈도 기자였는데 철학 연구자로 바뀌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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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전달 드린 분야와 관련한 글이 바로바로 떠오르시는 것이 정말 부럽네요 :D

알려주신 글들 참고하여 읽어보겠습니다.! 좋은 글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진로 변경을 하셨네요 :smiley:
내용을 찾아보니 제가 작성하고 싶었던 글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바로 구매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