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글쓰기의 모범?

안녕하세요,

최근 몇몇 철학주제에 관련해서 글을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미천한 실력 때문에 매번 좌절의 쓴맛을 맛보고 있는 예비 대학생입니다.

그러기에 좋은 글쓰기 모델을 읽으면서 철학적 글쓰기의 구조나 전개 방식 등을 배우고자 하는데, 올빼미 회원분들이 생각하시는 철학적 글쓰기의 모범으로는 어떤 논문/저서들이 있을까요? 글이 잘 써지지 않으실 때 읽으시는 글들도 있으시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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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글쓰기 실력을 올리려고 고전 소설 많이 읽었습니다. 결국 문장/문단의 플로우 같은 건 고전 소설이 최고거든요 (철학 논문들은 내용도 어려워서 플로우를 읽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또, 플로우를 읽을지 모르면 내용 이해하기도 어려워지고, 악순환입니다.). 그런 글들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스토리텔링 능력이 늘고 머릿속에서 글의 전개가 더 빨리 잘 그려지게 되더라고요. 저도 확실히 고전 소설들 읽으면서 실력이 많이 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잘 써진 철학 논문도 추천하자면, Fischer - Frankfurt-Style Compatibilism 이 잘 써진 논문으로 유명합니다. 또, 영어 글쓰기에 관심있으실진 모르겠지만, 전 Williams - Style: Towards Clarity and Grace 열심히 읽었습니다. 제 예전 글에 간략하게 정리해놓긴 했지만, 영어 글쓰기 바이블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영어 글쓰기에 진심이시라면 꼭 사서 읽으시는 걸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많은 대학교들에는 간판 입문 수업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하버드의 마이클 센델의 정의 수업이 대표적인 예겠죠. 과장을 좀 보태자면, Style: Towards Clarity and Grace 책은 시카고 대학교 간판 수업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한국어 글쓰기에 대한 조언이 많이 없어서 아쉽지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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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학적 글쓰기"가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모르겠네요.

논문 혹은 유사-학술적 글들이라면 개인적으로 분석철학 개론서들에게서 큰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김재권의 <심리철학>, 라이칸의 <언어철학>, 캐럴의 <예술철학>

다만 이런 글쓰기는 분명 독자가 정해져있습니다. (철학적 담론에 익숙한 자 - 감정보다는 이성과 논증을 통한 설득에 훨씬 가점을 두는 사람)
따라서 철학적 글쓰기로서의 좋은 글이 (일반 대중을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언제나 좋은 글인지는 물음표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중들에게도 좋은 글의 전범이 뭐냐 물으신다면, 개인적으로 키케로, 세네카, 아우구스티누스의 글을 좋아하고 이들 글이 전범이라 생각합니다.
(이들에 비해 플라톤은 지나치게 문학적이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강의록인 탓에 친절하다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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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엔 글쓴이분이 철학에서 선호하는 문체를 물어보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쉐익스피어의 문체로 글을 쓴다면 좋은 철학 글이라 할 수 없으니깐요. 하지만 철학사의 많은 철학자들이 흔히 말하는 철학 문체의 좋은 표본이 되지 못한다는 걸 보면 참 아이러니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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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글쓰기에 참조할 모범을 꼽으라 한다면 저는 단연 하버마스를 들겠습니다. 서론에서 문제설정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행할 과제를 명확히 제시하고, 각 절에서 제시되는 주장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논증적으로 제시하고, 설명해야 할 개념어가 있다면 잘 풀어서 설명하는 등 좋은 논문이 갖춰야 할 조건들에 대해 훌륭한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다음 논문을 추천합니다.

하버마스, J. (2008). 「진리와 정당화: 리처드 로티의 화용론적 전회에 대하여」, 『진리와 정당화』 (pp. 287-336). 나남.

한편 철학적 글쓰기에 관한 팁을 찾는다면, 하버드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생들을 위해 만든 아래 가이드도 참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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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주기적으로 읽어줘야한다는 그 가이드군요. 한동안 까먹고 있었는데, 저도 다시 한 번 읽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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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좋은 철학적 글쓰기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철학 내에도 워낙 분야가 많아서 그에 적합한 글쓰기 방식은 다 다르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헨리 앨리슨(Henry E. Allison)의 『칸트의 초월론적(선험론적) 관념론 Kant’s Transcendental Idealism』(초판 1983, 개정판 2004)이 모범적 철학 글쓰기의 한 사례로 떠올랐습니다. 이 책을 다 읽은 건 아니고 앞 부분만 읽었는데, 저자의 말솜씨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알고 보니 앨리슨은 원래 시인이나 작가가 되고 싶어서 예일대에 입학했다고 하는군요. 그러나 막상 입학해서는 시인이나 작가로서 자신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그 대신 브랜드 블랜샤드(Brand Blanshard)의 수업을 듣고 철학의 마력에 완전히 말려들어서 철학을 공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책에 나오는 겁니다(책이 절판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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