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입문서?연구서? 찾습니다

미셸 푸코의 반-마르크스

위 글에서 헤겔이 등장하는 모든 대목, 개인성이 등장하는 모든 대목이 흥미로워서 더 찾아 읽고 싶은데 방향성을 못 잡아서 질문드립니다.

•계약론을 비판하는 헤겔의 입장을 알고 싶으면 어떤 책(혹은 논문)을 읽으면 좋을까요?

•헤겔의 개인성 구축을 보다 자세히 알고 싶으면 어떤 걸 읽어야 할까요..?

•푸코의 주체, 권력 개념, 또는 사회 구성적인 측면에 공감하면서 계속 찾아 읽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읽어야하는 헤겔 저작이 있을까요?

•푸코 읽으면서 실천적인 면이 부족한 거 같아 내심 답답한데요, 혹시 헤겔 철학으로부터 출발해 실천성을 도출해낼 수 있을까요?

우선 바이저의 헤겔을 읽고 있습니다.. 그 뒤에 뭘 읽으면 좋을지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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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헤겔의 정치철학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지만, 헤겔의 정치철학도 아마 헤겔의 "생명"이란 개념에 의해 설명될 겁니다. 개인성과 자가규정 이런 것들은 어떤 형태로든 생명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면에서 계약론은 제대로된 생명이 아니다, 이런 형태로 나아갈 거 같아요 (물론 제 예측입니다). 그래서 전 일단 생명에 대해 더 자세히 아는 게 헤겔을 공부할 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다음 논문에셔 생명의 개념에 대한 감을 잡았습니다:

또, 계약론을 비판하는 것을 보고 싶다면, 계약론을 읽어야겠죠. 루소 <사회계약론>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제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사회계약론>을 직접 읽게 되면 비슷한 개념들이 여러 개 나왔던 걸로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루소가 생각하는 유기체와 헤겔의 유기체를 비교해가며 읽으면 얻는 게 많지 않을까 싶네요.

+) 저보다 밑에 달린 @TheNewHegel 님의 댓글이 더 맥락에 맞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말한 것들 (evan thompson, 사회계약론) 이 (2)에 해당되는 자료들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성과 생명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적어도 제 직관은 유의미한 차이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치철학을 공부할 때 이 차이를 엄밀히 구분하려고 하면 형이상학을 하게 되고, 결국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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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발리바르의 글은 헤겔의 텍스트 중에서도 명시적으로 『법철학』을 대거 참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말씀하신 물음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좋은 텍스트는 『법철학』입니다. 비전공자도 보기 편하도록 의역이 많이 된 임석진 선생님 역(한길사, 2008) 기준으로 적습니다.

(1) 『법철학』의 §75, 주해, 추가, §258 주해(특히 443-444쪽의 루소 비판), §294 주해(특히 526-527쪽)에서 사회계약론에 대한 헤겔의 비판적 입장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2) 헤겔에서 개인성(개체성, Individualität)이 어떻게 구성되냐는 물음은 일견 보이는 것보다 더 심원한 물음인데, 왜냐하면 헤겔의 개체성 개념은 『논리의 학』에서 개진된 보편성-특수성-개별성의 변증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헤겔의 개인 개념은 말하자면 (형이상학적 층위에서부터) 처음부터 보편자 및 특수자와의 관계 속에서야 비로소 성립하는 개념입니다. 이 보편성-특수성-개별성의 변증론을 『법철학』과의 관련성 속에서 설명한 글로는 클라우스 피베크, 『자유란 무엇인가』, 정대성 역, 길, 2019, 78-93쪽을 참조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법철학』의 §5-7을 직접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3) 주체, 권력, 사회구성적 측면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혹 개별적 인간 주체가 권력관계와 사회 속에서 비로소 주체로서 구성된다는 논제를 뜻하는 것이라면, 그와 비슷한 주장을 도덕에서 인륜성으로의 이행에서 찾을 수는 있을 것 같네요. 거기서는 도덕적 행위라는 것이 결코 구체적인 인륜적 공동체를 벗어나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 제시되고 있습니다(§141). 앞서 소개한 피베크의 『자유란 무엇인가』 328-329쪽도 참조할 수 있습니다. "주체성을 생각한다는 것은 사회성 역시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와 연결하여 헤겔은 인륜법을 특수한 개별자가 스스로 전개해 가는 보편적 자기이해로 파악한다."(원저자 강조)

(4) 푸코에서 부족한 "실천적인 면"과 헤겔에서 도출하고자 희망하는 "실천성"이 무슨 뜻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만일 "실천성"이 어떤 이론을 이른바 실제 우리 행위의 지침으로서 구체적인 사례에 이러저러하게 적용할 가능성을 뜻하는 것이라면, 이는 어떤 철학 이론에서도 찾기 어렵습니다. 한편 "실천성"이라는 것이 실천적 행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상세하게 다루는 실천철학적인 측면을 뜻하는 것이라면, 이는 헤겔의 행위이론 및 도덕철학에 해당하는 『법철학』의 제2부에서 개진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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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주신 논문을 간략히 훑어봤는데, 자기생산(Autopoiesis) 개념에 기초해서 생명 개념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개인적으로 체계이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혹시 생물학의 철학이나 현대철학 일반에서 생명 개념을 일반적으로 논할 때 체계이론적인 자기생산 개념이 자주 원용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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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의 철학이나 현대철학에 대해선 제가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래도 관련있는 코멘트를 하자면, 자기 생산으로써 자신에 도달하는 개념이 독일철학의 체계이론에 중심이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실 것 같지만요.).

혹시 저 논문이 마음에 드셨다면, 톰슨의 저작 Mind in Life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윈필드 렉쳐에서도 다루는 책인데, 헤겔에 관련있는 부분만 윈필드가 강의를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전 거기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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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석사논문 쓰던 시절부터 루만을 비롯한 체계이론가들에 굉장히 많은 관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열심히 찾아 읽었는데, 지금은 헤겔 공부도 벅차서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짬 나면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논문과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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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헤겔님이 전체적으로 답변을 잘 해주셨는데, 여기에 얹어서 조금만 더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만일 "실천적인 면모"을 찾고 싶으시다면 사회과학 서적을 참고하시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네요. 구글 스칼라에 "application of Foucauldian analysis (+관심분야)" 정도로 검색을 하시면 됩니다. 예컨대, 교육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면 'application of Foucauldian analysis to education'과 같은 식으로요.

(2)

루카치를 비롯한 헤겔화된 맑스주의(Hegelian Marxism)의 텍스트를 보는 것이 빠른 길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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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k9297 @TheNewHegel @sophisten
모든 답변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다시 한참 읽고 오겠습니다 :man_bowing: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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