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사각형"

와이먼: 만일 페가수스나 유니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렇다면 우리는 '페가수스'나 '유니콘'이라는 단어를 일상에서 유의미하게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이 단어들을 언어 속에서 의미 있게 사용하고 이해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페가수스도 존재하고 유니콘도 존재한다. 다만 페가수스나 유니콘은 책상이나 의자와 달리 가능한 사물로 존재할 뿐이다.

콰인: 네 말대로라면 둥근 사각형 같은 말도 안 되는 것들도 존재할 것인가? 네가 아무리 괴상한 존재론을 주장한다고 해도, 이런 것들까지 존재한다고 우길 수는 없을 거다. 너는 끝이다. 항복해라 와이먼.

와이먼: 과연 그럴까?

라운드스퀘어

라운드스퀘어 설명

콰인: ???

jackiechan

아무래도 존재론 논쟁은 콰인의 패배로 끝난 것 같습니다.


콰인

"[...] 페가수스와 달리, 버클리 칼리지의 둥근 사각형 지붕은 심지어 현실화되지 않은 가능자로서도 인정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현실화되지 않은 불가능자의 나라를 인정하게끔 와이먼을 몰아갈 수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꽤 많은 당혹스러운 의문들이 이 불가능자들에 대해 물어질 수 있을 터이다. 이러한 존재물들 중 특정한 것들이 동시에 둥글면서 사각이라고 인정하게끔 함으로써, 우리는 심지어 와이먼을 모순에 걸려들게 할 희망을 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교활한 와이먼은 딜레마의 다른 뿔을 선택해서, 버클리 칼리지의 둥근 사각형 지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난센스라고 인정한다. 그는 '둥근 사각형'이라는 어구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Quine, W. (1961). On What There Is. From a Logical Point of View: Logic-Philosophical Essays, 2nd. ed. (pp. 1-19). Harper & Row. 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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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이 논문 어제 밤에 읽었는데, 이렇게 또 보게 되네요.

공유도 도깨비에서 콰인이 틀렸다는 걸 증명했었죠.

나 죽인 왕의 환생. 쟤지. 쟤라고 해. 나 용서할 준비가 된 거 같아. 다 사정이 있었겠지. 너도 알다시피, 분노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으며.

하지만 분노는 존재합니다. 고로 콰인은 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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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적으로는 Squircle이라해서 애플이 애용하고 있습니다.


사용된 예를 보시면 미묘하게 Squircle이 자연스럽습니다?


이쁘긴한데 구현하는 법은 상당히 복잡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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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만일 '시간'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면 둥근 사각형이 그려지지 않을까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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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사각형이 그려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논리적인 모순이 있는 것은 형이상학적으로 불가능하니깐요.

다만, 원이라는 것을 우리가 과정으로써 이해한다면 비슷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네요. 원을 단순히 "한 점으로부터 같은 거리를 가진 점들의 집합"이 아닌, "한 점에서 시작하여 중점을 중심으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리는 것" 같은 방식으로 정의하면 원을 과정으로써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홉스가 주장한 걸로 유명합니다. 자연에서 우리가 원을 마주칠 경우, 무한한 점들을 일일히 재면서 원이라는 것을 판단할 순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원의 생성을 보면서 원이라는 것을 판단해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홉스가 생각하기에 우리는, 적어도 자연을 공부할 땐, 이런 정의를 사용하면서 생각을 해야합니다. 이런 생성적 정의는 홉스에서 끝나지 않고, 스피노자를 지나, 독일 철학에서도 굉장히 많이 쓰인 정의로 알고 있습니다. 파면 충분히 생각할 거리가 나올 주제 같네요.

어디까지나 사고실험이지만,

  1. 원을 의식하는 사건과 2. 사각형을 의식하는 사건이 '같은 시간'에 벌어진다면 그리고 그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면,

우리가 순차적으로 두 도형을 그리고 그 후에 도형들을 인지하게 되어 발생하는 '겹쳐짐'의 오류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어떤 모양일지 가늠하기 어렵가만, 둥근사각형은 그려진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이 글을 작성하다가 드는 생각이 원의 본질은 무엇인지, 사각형의 본질은 무엇인지...

고민을 하게 되네요.
'둥근 사각형'이라는 것, 어떤 조건식을 붙이느냐에 따라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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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형의 조건은 네 각이 있는 것입니다. 사각형이니깐요. 하지만 원은 각이 있을 수 없습니다. 각이 있을 수 없다는 뜻은 네 개의 각도 있을 수 없다는 뜻이죠. 그렇기 때문에 원은 각이 네 개가 있을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사각형이 될 수 없습니다. 둥근 사각형이란 논리적인 모순입니다.

만일 같은 시간에 원과 사각형을 의식한다면, 그것은 원도 의식하고 사각형도 의식하는 것 뿐입니다. 둥근 사각형을 의식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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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되었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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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얘기가 나왔던 캐캐묵은 형이상학인 마이농주의 얘기를 하고 싶진 않으니, 콰인을 상대로 일단 우기기로 전략을 바꿉시다.

그냥 원 안에 무한내접사각형을 잔뜩 그려놓고 둥근 사각형이라고 우깁시다! 무한다각형은 원이 되지 못한다고? 어쩌라고! 원 그려놓고 무한다각형 그렸다고 하면 어쩔 건데!
아니면 초입방체 중 하나인 비유클리드+하이퍼큐브 기하학이 있다고 무작정 우겨서 하이퍼큐브의 무한한 테서렉트 중 한 면의 기준의 한 꼭지점으로부터 쭉 '원'을 그려놓고 4차원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은 이게 둥근 사각형으로 보인다고 우깁시다! 3차원 인간이 설명하라고 그러면, 4차원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3차원 세상은 여백이 부족하다고 일단 우깁시다.

솔직히 콰인 당신이 유클리드-비유클리드 기하학 알뿐이지, 어떤 새로운 기하학이 등장해서 둥근 사각형을 가능하게 만들면 어쩔꺼냐라고 우깁시다. 무지에 호소하는 것이긴 하지만 어쩌라고요!

위상수학까지 얘기하면 어차피 잘 모르겠으니 그냥 일단 다 우기기로 끝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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