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철학자는 편지도 이렇게 쓴다

비트겐슈타인의 저술에서 삶의 의미, 윤리, 종교 등에 관한 내용들을 뽑아낸 책인 The Meaning of Life를 읽고 있습니다. 여기에 흥미로운 편지가 있네요.

1913년에 노르웨이 숄덴에서 거주하던 비트겐슈타인이 케임브리지의 러셀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캠브리지 대학교 뮤지컬 학회(C.U.M.S., Cambridge University Musical Society)의 정기 티켓 두 장을 예약해 달라고 러셀에게 부탁하는 내용인데, 마지막에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길. 그리고 하나님이 당신을 축복하시길(만약 그러한 것이 존재한다면).

이라고 한 부분이 재미있네요. 아직 『논리-철학 논고』가 출판되기 전인 1913년에 쓰인 편지이니, 요소명제와 요소명제의 진리함수만으로 세계를 분석하고자 했던 비트겐슈타인의 전기 사상 때문에 저렇게 쓴 게 아닌가 합니다.

사실 더 재미 있는 것은 마무리 멘트인데, 보통 "당신의 친구로부터"라는 정도의 의미에서

Yours

라고 하는 부분을 비트겐슈타인은

Yours as long as
(∃x).x = L. W.

라고 했네요. 말하자면, "어떤 x에 대하여, x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과 동일한 한에서 당신의 친구로부터"라는 정도의 의미겠네요.

아마 비트겐슈타인 나름의 유머였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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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철스퍼거 :cold_face:

(아도르노의 말을 타투로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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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을 좀 더 인포멀하고 직관적으로 와 닿게 말해 보자면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 존재하는 한"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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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가 러셀에게 보낸 편지도 유명하죠!

제가 만약 당신이 5분 안에 죽는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증명한다면 그 사실은 제게 심히 유감이겠지만, 저의 슬픔은 증명으로 인한 기쁨으로 상당히 해소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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