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맥긴의 『언어철학』에 대한 단상

(1) 콜린 맥긴의 『언어철학』은 참 좋은 교재이다. 내일 OWLS 스터디에서 타르스키의 진리 이론 부분 발제를 담당하게 되어서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데, 보면 볼수록 맥긴이 각각의 언어철학 이론이 말하고 있는 핵심을 굉장히 잘 요약했다는 생각이 든다.

(2) 콰인, 데이비슨, 퍼트남을 공부하면서 타르스키가 가끔 언급될 때마다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타르스키가 대중들을 위해 쉽게 쓴 「진리와 증명(Truth and Proof)」이라는 논문을 통해 그의 진리 이론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는 하였지만, '만족(satisfaction)'이나 '반복 절차(recursive procedure)' 같은 중요 개념들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맥긴의 책은 이런 중요한 개념들을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어도 타르스키에 대해 언급하는 논문들을 훨씬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3) 다만, 맥긴이 개별 인물들의 이론을 중심으로 언어철학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책의 내용이 인물들 각각의 이론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그 이론들이 현대철학 전반의 논의에서 어떠한 의의를 지니는지가 제대로 해명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4) 가령, 크립키의 반기술주의는 단순히 한정기술구에 대한 프레게와 러셀의 견해를 비판하였다는 사실을 넘어서 현대철학에 본질주의적 형이상학을 다시 도입하였다는 의의가 있다. 한정기술구가 지시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도넬란의 입장과 지표사가 직접 지시적이라고 강조하는 카플란의 입장은 '의미'를 매개로 지시를 해명하고자 하는 소위 '언어적 관념론'에 대한 비판이 될 수 있다. 의미가 우리의 머릿속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퍼트남의 외재주의는 형이상학적 상대주의와 독단주의를 극복하는 제3의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5) 나중에 언어철학에 대한 교재를 쓸 수 있을 만큼 실력이 쌓인다면, 언어철학의 커다란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책을 써보고 싶다. 나는 예전에 크리스티나 라폰트가 쓴 『해석학적 철학에서 언어적 전회(The Linguistic Turn in Hermeneutic Philosophy)』라는 책을 통해 하만-헤르더-훔볼트-하이데거-가다머의 언어철학이 크립키-도넬란-카플란-퍼트남의 언어철학과 비판적으로 비교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위르겐 하버마스도 라폰트를 인용하면서 하이데거-비트겐슈타인 전통의 '언어적 관념론'과 자신과 퍼트남의 '직접 지시 이론'을 대비시키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20세기 이후 대륙철학과 분석철학이 언어철학의 문제에서 서로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또한 언어철학의 문제가 현대철학의 전체 논의 속에서 어떠한 의의를 지니고 있는지를 큰 틀에서 보여줄 수 있다면 굉장히 유의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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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스터디가 기대되는구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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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박사님의 "언어철학" 책을 기다리겠습니다. 이제 한 번 훑어봤지만, 아직 핵심 내용이 머리 속에 잘 안들어옵니다. 그래도 분명히 다른 책보다는 인물별로 핵심 주장을 설명하는 좋은 책이다 싶습니다. 초보에게 좋은 입문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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